보행자 통행·차량 이동 상태

점검만 하고 아무런 조치없어

당시 신호수 2명 인도만 통제

“재하도급으로 안전관리 부실”

17명의 사상자를 낳은 광주 건물 붕괴 사고와 관련해 차량 이동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는 철거계획서를 어기고 도로 신호수를 두지 않아 화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헤럴드경제가 입수한 해당 건물 철거계획서를 보면, ‘인접 건축물 및 주변 시설물의 영향 유무를 판단하기 위한 사전 조사’ 하위 항목에 접속도로 폭, 출입구 및 보도 위치, 주변 보행자 통행과 차량 이동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철거업체인 ㈜한솔기업은 해당 항목에 대해 점검만 했고, 이에 따른 도로 신호수 배치나 교통 통제 등의 안전 조치는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사고 당시 건물 외부에 신호수 2명은 사람이 작업 현장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인도만 통제했고 도로는 통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계획서 점검사항대로면 도로 쪽에 신호수를 두고 교통 통제를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초구 잠원동 붕괴 사고 때와 달리 버스 정류장이 항상 철거 중이던 건물 앞에 정차했다”며 “관할 구청이 임시 정류장만 설치했더라도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원정훈 충북대 안전공학과 교수도 “건물 높이가 높다 보니 인도만 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았다”며 “공사 현장의 영향을 받는 데까지 통제해야 하는 것이 상식적인 일”이라고 했다. 무너진 건물은 5층 높이로 전체 23.5m에 이른다.

이밖에도 3층 높이의 흙더미를 쌓아 굴착기로 철거하는 과정에서 토산 높이가 충분치 않자 건물 중간부터 작업해 붕괴를 유발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7층 이상 건물을 철거할 때 사용하는 압쇄(Crusher) 공법으로는 ‘톱다운 방식(Top down Method)’이 사용 된다. 굴착기를 건물 옥상으로 올린 다음 한 층씩 철거하며 내려오는 방식이다. 층마다 잭 서포트(Jack Support)라는 철 기둥 보강재도 설치해야 한다. 한 층씩 수평으로 건물을 뜯어내 붕괴 위험이 거의 없지만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이번 철거 현장에서는 ‘성토 압쇄 방식’이 사용됐다. 쌓아 놓은 흙이나 잔재물 위에 굴착기가 올라가 고층부를 철거하는 방식이다. 자주 이용되는 방식이지만 철거 구조물을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밀어내기 때문에 위험이 크다. 이를 막기 위해 구조물에 철제 로프를 걸어 안쪽으로 붕괴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사고 현장에서는 위험을 담보할 철제 로프는 사용되지 않았다. 재하도급 공사로 공사비가 쪼그라들면서 비용이 많이 드는 압쇄 공법이나 철제 로프 등 부가적인 안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철거업계에 따르면 조합 측은 현대산업개발에 평당 공사금액 28만원을 지불했고, 현대산업개발은 폐기물 운반 및 처리 비용 등을 제외하고 건물 철거 비용으로 한솔기업에 10만원의 공사비를 줬다. 한솔기업은 다시 4만원에 백솔에 재하도급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교수는 “잠원동 철거 사고 당시 톱다운 방식을 사용했지만 잭 서포트(철제 지지대)를 설치 하지 않고 굴착기를 경사로로 올라가게 해 무너졌다”며 “탑다운 방식이어도 위험한 공사인데 이번에는 흙을 고작 2,3층 높이에서 쌓고 중간부터 작업하니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원 교수도 “성토 압쇄 공법은 가장 저렴하고 손쉬운 공법”이라며 “저층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고층 건물에서는 문제의 원인이 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신주희·채상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