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이자율 높은 정기예금
대출 꺼려 순이자마진 낮춰
한도제한·우대축소 등 조치
“미안하지만, 예금 좀 그만하시면 안될까요?”
주요 은행들이 밀려드는 대기업 정기예금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풍부한 시중 유동성 덕분에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요구불 예금은 늘어나는데 금리가 더 높은 대기업 정기예금을 받을 유인이 줄어들어서다. 대기업 대출은 갈수록 줄어 예금으로 받은 돈을 굴릴 곳도 마땅치 않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한 시중은행은 본사 자금부 차원에서 각 지점의 기업영업을 하루 단위로 통제하고 있다. 기업 규모별로 정기예금 한도를 100억원~500억원으로 제한하는 동시에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가이드라인을 매일 영업시간 전 각 지점에 전달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통 대기업들은 큰 돈을 정기예금에 넣고 대출도 같이 일으키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최근에 기업들이 대출을 줄이는 상황에서 은행은 상대적으로 금리를 높게 적용해주는 대기업 정기예금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정기예금 제한한 배경으로 우선 요구불 예금 증가 요인이 꼽힌다. 국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은행)의 지난달 요구불 예금은 총 485조8651억원으로 작년 5월에 비해 21.1% 증가했다. 넘쳐나는 유동성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 대출자금으로 쓸 예금이 불어난 것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3월중 통화 및 유동성’에서 지난 3월 중 시중 통화량(광의통화·M2 기준)은 지난 2월보다 38조7000억원(1.2%) 증가한 3313조1000억원에 이른다.
자금은 넉넉한데 대기업 대출은 오히려 줄었다. 4대 은행의 5월 대기업 대출은 65억5758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3.1% 감소했다. 저금리에 기업은 채권을 발행해 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유리하다. 시중은행 대기업 대출금리는 2% 중반이지만 회사채(AAA, 3년) 금리는 1.4% 대다.
은행 입장에서 수지타산을 따지면 대기업 정기예금을 줄이는 것이 이득이다. 요구불예금보다 금리가 높은 정기예금을 받을수록 은행의 핵심 수익성인 순이자마진(NIM)은 줄어든다.
4월 말 기준으로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는 0.97%고 요구불예금 금리는 0.22%다. 국내 시중은행의 1분기 순이자마진은 1.43%로 작년 1분기 1.47에 비해 4bp 감소했다.
실제 4대 은행은 정기예금은 규모를 줄이고 있다. 지난달 4대 은행의 정기예금은 490조7630억원으로 전년동월 대비 4.5% 감소했다.
한 시중은행 자금 담당 임원은 “기업 대출은 안 나가고 유구불 중심으로 예금은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기예금을 늘릴 유인이 적다”며 “ 자산부채종합관리(ALM) 차원에서 예금 규모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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