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거제도에서 ‘제26회 바다의 날’ 행사가 열렸다. 바다의날 기념식 후에 특별전시관에서 첨단 해양과학기술을 둘러보는 일정이 있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극지연구소 등이 개발한 성과물이 선보였다.
특별전시가 열린 거제 조선해양문화관 밖에 눈길을 끄는 전시물이 있었다. 수중로봇 ‘크랩스터’와 무인선박 ‘아라곤호’, 그리고 해양오염사고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이동실험실이 방문객을 반겼다.
크랩스터는 세계 최초로 개발된 보행형 수중로봇이다. 게와 가재를 닮아서 영어로 크랩(게)과 랍스터(바닷가재)를 합쳐 이름 지었다. 다리가 6개 달려 게처럼 걷기도 하고, 맨 앞다리 2개는 게의 집게발처럼 물체를 잡을 수 있다. 진짜 게는 다리가 10개라는 점이 다르다. 크랩스터는 다리를 노처럼 움직여 헤엄도 친다. 우리나라 서해안처럼 조류가 빠른 곳에서는 걷는 수중로봇이 활용성이 크다. 프로펠러로 추진되면 빠른 물살을 거스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라곤호는 승무원 없이 바다를 누빈다. 모선이나 육상에서 원격으로 조정하며 해양조사나 감시가 가능하다. 인명피해가 예상되는 위험한 현장에서 그 진가를 더욱 발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무인선은 군사용으로 또는 해양사고 현장이나 불법 조업 단속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 앞으로 도로는 자율주행자동차들로 붐빌 것이다. 마찬가지로 뱃길은 무인선박의 몫이 될 전망이다.
이동실험실은 해양오염 사고 현장에 즉시 출동해 오염 사고 초기에 발생하는 인체 유해물질을 측정한다. 또한 미세먼지 농도 등도 측정할 수 있다. 응급상황이나 화재 현장에 출동하는 구급차나 소방차의 역할을 수행한다.
실내로 들어서면 전기추진 차도선 홍보물이 있다. 우리나라 남해안이나 서해안에는 섬이 많다. 사람과 자동차를 싣고 육지와 섬을 연결해주는 차도선은 현재 디젤엔진으로 움직인다. 배기가스로 대기오염도 일으키고 기름 냄새나 연기 냄새도 난다. 진동과 소음도 심하다. 그러나 전기추진 차도선은 이런 불편함이 없다. 몇 년 후면 전기추진 차도선이 우리 연안을 누빌 것이다.
세계 바다는 해양쓰레기로 시름시름 앓고 있다. 바다에 버려지는 쓰레기 가운데 약 25%는 폐그물이라는 통계가 있다. 과학자들은 폐어망의 재료가 콘크리트 보강용 플라스틱 섬유와 비슷한 점에 착안, 이를 재활용할 방법을 개발했다. 재활용 보강섬유를 콘크리트에 섞어 성능실험을 했더니 4배 이상 내구성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재활용이 되면 폐어망 수거도 더욱 활기를 띨 것이다.
해수배터리도 선보였다. 배터리 없는 현대생활은 상상할 수 없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주를 이룬다. 나트륨은 리튬과 화학적 성질이 비슷하다. 바닷물에는 나트륨 이온이 무궁무진하다. 비싼 리튬과 비교했을 때 나트륨은 헐값이다. 과학자들이 이런 점을 놓칠 리 없다. 선박·해양장비·양식장·해상풍력시설 등에서는 특히 해수배터리가 유용하게 사용될 전망이다.
이 밖에도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을 이용한 해양콘텐츠, 수중에 해양구조물을 세우거나 해저케이블을 매설할 수 있는 수중건설로봇, 하늘에서 바다를 감시하는 인공위성 ‘천리안’ 등을 만날 수 있다. 남극과 북극의 과학기지는 우리나라 활동 범위가 세계 곳곳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음을 여실히 증명해준다. 인류의 미래는 바다를 얼마나 현명하게 이용하느냐에 달렸다. 바다의날을 맞아 해양과학기술을 한자리에서 눈으로 확인할, 좋은 기회였다.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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