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주제발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ESG 핵심가치
기업·소비 회생에 세금투입...환원 따라야
ESG투자, 워싱효과 걸러내고 옥석가려야
“주주의 선택을 받는 것만으로 경영을 인정받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는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함께 해야만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합니다”
유승창(사진)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4일 ‘헤럴드 금융포럼 2021’ 세션3 주제발표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이윤추구라는 기업 본연의 목적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얼마나’라는 양적 평가 보다는 ‘어떻게’라는 질적 평가의 잣대가 더 엄격해진다는 분석이다. 과거 기업이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일했다면 이제는 근로자와 협력사, 소비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효용을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봤다.
특히 코로나19 극복과정에서 막대한 정부 재정이 투입돼 기업을 도운 만큼 고려해야 할 이해관계자의 범위는 더욱 넓어졌다. 이른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결국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다. 유 센터장은 “코로나19로 막대한 정부 재정이 투입된 상황에서 기업의 주주만을 위한 이윤 추구가 부당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 여행, 금융 등 어려운 기업을 살리고 소비를 활성화시키는 데 세금이 집중 투입된 만큼 기업은 사회 환원을 신경써야 한다는 취지다.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하고도 직원 평균 급여를 28%나 올린 강원랜드 같은 기업은 더 이상 생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금융권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기 위해 ESG 고성과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다만 ESG 성과를 과장하는 기업들을 걸러내지 못한다면 자칫 내실 없이 비용 부담만 지게 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유 센터장은 “금융권은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ESG 고성과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SG 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는 기업은 실적 역시 뛰어난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투자 자금도 몰려 주가도 자연스레 상향 곡선을 그렸다. 실제로 2018~2020년 간 아시아 ESG Leader 지수의 투자성과(연평균 수익률/표준편차)는 4.4%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아시아 지수 0.6%를 훨씬 웃돌았다. 자금도 매년 대규모로 끌어모으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ESG 상장지수펀드(ETF)에 순유입된 자금은 총 2056억달러(약 234조원)에 달한다. 2018년에만 해도 200억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2년 새 10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의 연구를 보면 ESG를 추구하면 사회적 신뢰가 높아지면서 생산성 증가, 인재 유입 등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에너지 소비 감축과 지속가능한 제품 생산도 매출 증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장기상품을 판매해 자산 만기구조도 긴 보험사에게 ESG 채권투자가 아주 매력적이다. ESG 등급이 높은 장기채권은 만기가 길면서도 부실화 위험이 낮은 장점이 있다.
보험사의 경우 보험 계약의 인수 여부를 판단할 때도 ESG를 고려할 수 밖에 없다. 호주건설 업체인 BMD 그룹은 최근 광산의 철도 건설을 맡는다는 이유로 33곳의 보험사에게 보증보험 가입을 거절당하기도 했다.
다만 유 센터장은 ESG 투자를 할 때 옥석 가리기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이 대표적이다.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워 자금을 조달했지만 실제론 ESG와 관련 없는 분야에 자금을 활용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생산 제품이 질병을 유발시키나 자선단체 후원을 통해 이미지를 세탁하는 핑크워싱, 평등을 호소하나 실제 인종, 성차별이 만연한 퍼플워싱 등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유 센터장은 “맹목적으로 ESG에 투자하기보단 워싱효과를 가려가면서 투자해야 한다”며 “실제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지 구분할 수 있는 필터링 시스템을 내부에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정경수 기자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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