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응 양태를 보니 생각나는 책이 하나 있다. 바로 미국 경제학자였던 고(故)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박사가 1977년 펴낸 ‘불확실성의 시대’다. 갤브레이스 박사는 이 책에서 현대를 ‘사회를 주도하는 지도 원리가 사라진 불확실한 시대’라고 했다. 책에서 지칭된 ‘현대’가 코로나19 창궐 이후 모든 것이 불확실해진 요즘과 매우 흡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백신이 과연 코로나19를 종식시켜 줄 게임체인저가 될 것인지, 요행히 감염병의 기세가 잡힌 이후에도 ‘대면’을 제치고 뉴노멀로 떠오른 ‘비대면’이 학교, 직장 등에서 완전히 자리 잡을지 등에 대해 방역전문가는 물론 미래학자도 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포스트 코로나’의 불확실성을 운운하는 것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 지난해 1월 20일 국내 처음으로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이후 500일이 넘도록 우리 국민은 잇단 확진 속에 당장의 미래를 논하는 것도 사치가 돼버린, 불확실한 시대를 살고 있어서다. 국민은 2~3주마다 바뀌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하는 당국자의 입만 쳐다본 지 오래 됐다. 그래도 알아서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하는 등 방역수칙을 지키며 ‘K-방역’이라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K-방역의 눈속임이었을까, 성실한 국민을 둔 정부의 안일함이었을까. 우리나라는 현재 코로나19를 막을 유일한 방책인 백신의 도입시기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사실상 늦었다. 정부는 화이자·모더나 같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에 비해 예방률이 떨어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부랴부랴 대량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
야심 차게 내놓은 잔여 백신 정책도 엉망이 됐다. 누구나 전화, 포털, 메신저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고 내세우다가 며칠 만에 60대 이상만 전화예약을 하도록 정책이 바뀌었다. 하지만 60대 이하에서도 알음알음 아는 병원에 연락해 잔여백신을 맞았다는 ‘무용담’을 지금도 들을 수 있다.
이 대목에서 국민에게 향후 백신에 대한 불신과 불확실성이 생겼을 것으로 보인다. 만 18~49세의 국민은 선착순으로 신청해 맞아야 하는 점도 걱정스러웠을 것이다. 밖에서 마스크를 벗고, 해외에도 나갈 수 있다는 등 정부가 마련한 ‘인센티브’도 부추겼을 것이다. 결국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모평) 학원 응시생 중 절반이 25세 이상이라는 기현상을 낳고 말았다. 최근 한 재수 학원에서 오는 9월 모평 응시 접수를 받은 결과, 1분 만에 마감됐다고 한다. 미처 접수하지 못한 재수생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고 한다. 같은 날 교육부 관계자가 “(30~40대가 모평에 응시해도) 동일하게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다”고 밝힌 탓으로 보인다.
모평은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출제하는 시험이라 난이도의 바로미터가 된다. 응시를 못한 수험생은 자칫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
고 3 딸을 둔 40대 엄마가 같이 모평에 응시했다는 이야기도 최근 들었다. 백신 때문에 1만2000원짜리 모평을 택한 이들을 탓할 수 없다. ‘코로나 사태’ 이후 불신과 불확실성만 안겨준 정부에 대해 국민이 대처할 수밖에 없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은 씁쓸하다.
신상윤 사회부 사회팀장
ken@heraldcorp.com
![4000만원 낼 세금을 1억 넘게 물다니…‘상속세 0원’이라도 꼭 신고해야 하는 이유 [이세상]](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news-p.v1.20260903.e72e37cbc9ac475abd6197c15b096a38_T1.png?type=h&h=240)
![앤트로픽 IPO는 시작일 뿐…AI 모델 ‘골라주는 시장’ 커진다 [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rcv.YNA.20260813.PRU20260813276001009_T1.jpg?type=h&h=240)
![“교과서 미래엔 AI가 있다”…‘AI 공장’된 미래엔 세종공장 [그 회사 어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2/news-p.v1.20260821.9213ff47283443e4aeec745e2b971c31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