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7월 중 민법 개정안 입법 예고 예정
‘모든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선언 조항 담겨
동물에 대한 압류 등 강제집행 금지 가능해져
다치거나 죽었을 시 정신적 손해배상 여지도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법무부가 현행법상 ‘물건’으로 분류되는 동물의 법적 지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향후 반려동물이 다치거나 죽은 경우 손해배상 범위가 확대되거나 위자료 청구가 가능해지는 등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달 중 ‘모든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선언 조항을 담은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법무부 ‘사회적 공존, 1인 가구 태스크포스(TF)’는 이날까지 총 3차례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이들은 오는 21일께 한 차례 추가 회의를 할 계획이다.
현행 민법상 동물은 ‘동산’으로 다룬다. 민법 조문을 바꾼다고 해서 반려동물의 지위가 급격히 바뀌지는 않는다. 다만 기본법인 민법에서 물건이 아닌 다른 지위를 가지는 동물의 개념을 확대한다면 다른 특별법 적용 여지도 그만큼 커진다. 현재는 반려동물이 다른 사람의 잘못으로 죽거나 다치더라도 통상적인 시장거래가액 정도만 배상받을 수 있다. 물건에 대한 손해배상은 손해를 다 배상하고 나면 위자료를 별도로 주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법이 개정되고 나면 위자료를 줘야 한다는 근거도 마련된다. 가족이 다치거나 사망했을 때처럼 정신적 손해배상을 받을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또한 동물이 다친 경우 물건으로 규정된 현행법에 따라 이른바 ‘중고’ 취급을 당하거나 소위 ‘분양가’만 무는 것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치료비를 따져 배상액도 높아질 수 있다.
동물을 물건이 아니라고 본다면 반려동물에 대한 강제 집행 절차도 금지된다. 현행법상으론 동물이 물건으로 분류돼 압류 등 강제 집행이 가능하다. 채권자가 강제 집행을 할 때 채무자가 반려동물과 떨어져야 하는 셈이다. 법무부는 민법 개정을 시작으로 반려동물의 경우 강제 집행이 되지 않게 하는 등 추가 조치에도 나설 예정이다. 다만 채무 면탈을 위해 지나치게 고가의 동물을 구입하는 방법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생길 수 있어 이에 대한 방지책도 고려 중이다.
법무부는 농림축산식품부가 현행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을 통해 규정한 반려동물의 정의에 대해서도 협의를 통해 넓혀갈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개 ▷고양이 ▷토끼 ▷햄스터 ▷기니피그 ▷페럿 등 6가지 동물만을 반려동물로 규정한다. 법무부는 반려동물에 대한 정의 규정에 ‘반려’와 ‘유대’를 목적으로 두고, 거미나 뱀 같은 동물 역시 법적 반려동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동물 지위는 운전자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소위 ‘로드킬’로 불리는 충돌 사고가 발생한 경우 구조 의무를 부과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현행법상으로는 운전자가 사고를 낸 경우 사람을 구조해야 하고, 동물은 따로 규정이 없다. 다만 도로교통법은 법무부 소관이 아닌 경찰청 소관으로, 이 부분에 대해선 부처 간 추후 논의가 필요하다.
반면 동물의 법적 지위가 달라지더라도 맹견에 의한 사고 등 관리자의 책임 범위는 크게 바뀌지 않는다. 반려견이 입마개나 목줄을 하지 않은 채 밖에 나가 사람을 물어 죽인 경우는 현행법상으로도 처벌 조항이 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맹견의 목줄이나 입마개 등을 하지 않아 사망 사고가 날 경우, 견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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