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반도체 분야 수출규제 조치가 이뤄진 지도 어느덧 2년이 지났다. 필자 개인적으로도 반도체를 전공한 과학자로서 많은 반성과 다짐이 뒤따랐던 기간이다. 하지만 일본이 촉발한 위기는 오히려 우리에게 ‘기술독립’이라는 새로운 기회로 다가왔다. 더는 지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자립도를 높이며 자신감을 찾았고 특정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값진 교훈도 얻었다. 이제 우리는 한 발 더 나아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만들기에 모두 앞장서야 한다. 정부도 소재·부품·장비산업 및 기술경쟁력 강화정책을 내놓으며 산업계 지원에 발 벗고 나섰다.
필자가 근무 중인 ETRI는 지난 30여년간 반도체, 광소자, 디스플레이, 센서 등 전자통신 분야 핵심 원천기술 개발을 통해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공헌해왔다. 이러한 연구·개발(R&D)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소·부·장과 관련해 ICT 소재부품 플랫폼을 만들고 세계 1등 반도체 국가 선도를 위해 노력 중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와 같이 국가적 산업위기가 발생했을 때도 정부 출연연구원의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흔들지지 않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보유한 R&D장비와 시설 등 국가 R&D 지원 체계를 총망라해 ICT 소재·부품·장비 기술 개발 및 지원에 전방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ETRI가 보유한 30여년 전통의 반도체소부장기술센터는 기술독립의 핵심 전초기지가 될 전망이다. 또한 국가연구실(N-LAB)로 지정된 디스플레이 패널기술연구실과 초고속 광통신부품연구실은 핵심 기술이 목마른 중소·강소기업에 가뭄 속 단비가 될 것이다. 아울러 소재부품장비 융합혁신지원단 및 플렉서블전자소재센터(FEMC) 등은 기술혁신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활약해줄 것이다.
이런 계획들은 향후 핵심 전략 품목 자립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ICT 소·부·장 전략과도 함께 발맞춰나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7대 전략 분야의 차세대 원천기술 개발, 수요 기업과 협력 연구 추진, 기업체 맞춤형 기술자문 및 기술 지원 제공 오픈플랫폼 구축, 기술교류 및 네트워킹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지속 성장 가능한 산업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도 소재·부품·장비기술의 적시 개발 및 역량 강화 역시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한다.
남은 숙제도 있다. 우선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차세대 ICT 소재·부품·장비 핵심 원천기술을 빠르게 선점해야 한다. 그리고 소재·부품·장비 중소·강소기업에 적극적인 기술상용화 지원을 통해 기술독립 성공의 지름길을 활짝 열어줘야 한다. 이러한 숙제를 원만히 해결할 때 반도체, 디스플레이, 광통신부품 등 전기·전자 분야의 체질 개선을 이루며 온전한 기술자립화가 이뤄질 수 있다.
지난 2년은 반도체산업계와 연구진에게 뼈를 깎는 고통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시간 기업이나 연구진이 사명감을 갖고 맡은 바 임무에 충실했기에 오늘 우리가 비로소 기술독립을 논할 수 있게 됐다. 그 성과는 훨씬 크고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의 힘으로도 소·부·장 자립이 가능하다는 것을 명약관화하게 보여준 값진 경험으로 자신감도 생겼다. 하지만 현재 상태에 안주하기보다 더욱 분골쇄신하는 자세로 대한민국이 기술강국, 소·부·장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 세계가 대한민국을 눈을 바로 떠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성원 ETRI ICT창의연구소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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