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21일~9월 2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21일~2022년 3월 13일까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세기의 기증전’이 서울에서 열린다. 한반도의 역사를 품은 문화유산과 시대를 아우르는 걸작들로 구성된 고(故) 이건희(1942~2020) 삼성그룹 회장의 컬렉션이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오는 21일부터 ‘이건희컬렉션’ 기증을 기념하는 특별전을 연다고 20일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오는 9월 26일까지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을 상설전시관 2층 서화실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은 2022년 3월 13일까지 서울관에서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전을 개최한다.

미술관마다 기증작이 다른 만큼 서울에서 열리는 두 전시를 향한 관심은 이미 뜨겁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르면 19일 예약을 시작한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의 예매 가능한 모든 관람 회차 티켓(7월 21일~8월 21일)이 예약 하루도 되지 않아 모두 마감됐다. 지난 12일부터 예약을 시작한 국립현대미술관도 예약 가능한 모든 회차(8월 1일까지)가 매진됐다.

인왕제색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인왕제색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 국립중앙박물관, 이건희 회장 ‘경영철학’ 반영한 컬렉션=국립중앙박물관은 이건희 회장 유족이 기증한 9797건 2만 1600여 점 가운데 시대와 분야를 대표하는 명품 45건 77점(국보·보물 28건 포함)을 공개한다.

국립중앙박물관 기증작은 한반도의 역사를 훑어볼 수 있을 만큼 전 시기와 분야를 포괄한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선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서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이건희 회장의 철학과 전통 문화유산 컬렉션의 성격을 보여주는 대표작을 소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에선 청동기시대·초기철기시대 토기와 청동기, 삼국시대 금동불·토기, 고려시대 전적·사경·불교미술품·청자, 조선시대 전적·회화·도자·목가구 등 이건희 컬렉션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특히 “기술혁신과 디자인을 중시한 이건희 회장의 경영철학”이 이번 컬렉션에도 고스란히 담긴 점이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백자 청화 산수무늬 병’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백자 청화 산수무늬 병’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산화철을 바른 청동기시대의 ‘붉은 간토기’부터 삼국시대 조각의 유려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보살상’(보물 제780호), 삼국시대 뛰어난 금세공 기술 수준을 알 수 있는 ‘쌍용무늬 칼 손잡이 장식’(보물 제776호), 조선 백자로 넉넉한 기형과 문양이 조화로운 ‘백자 청화 산수무늬 병’(보물 제1390호)은 당대 최고의 기술과 디자인을 보여주는 명품이다.

또한 세종대 한글 창제의 노력과 결실을 보여주는 ‘석보상절 권11’(보물 제523-3호)과 ‘월인석보 권11·12’(보물 제935호), ‘월인석보권17·18’ 등도 만날 수 있다.

‘천수관음보살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천수관음보살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뿐만 아니라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국보 제216호)를 비롯해 삼국시대 금동불의 섬세함을 보여주는 ‘일광삼존상)’ (국보 제134호), 글씨와 그림이 빼어난 고려 사경 ‘대방광불화엄경 보현행원품)’(국보 제235호), 현존하는 유일의 ‘천수관음보살도’ (보물 제2015호), 단원 김홍도가 말년에 그린 ‘추성부도’(보물 제1393호) 등도 전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고 이건희 회장은 우리 문화 발전에 대한 사명감으로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에 노력을 기울였다”며 “이번 기증 명품전은 기술력과 디자인이 탁월한 명품을 만든 선인(先人)의 노력과 명품을 지켜온 기증자의 철학을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건희컬렉션’ 중 유영국의 ‘캔버스에 유채’(1972)[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건희컬렉션’ 중 유영국의 ‘캔버스에 유채’(1972)[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사적 가치 높은 기증작=국립현대미술관은 고(故)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한국 근‧현대미술 대표작들을 공개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건희 회장 유족들이 기증한 컬렉션은 1488점으로 미술사적 가치는 물론 미술관 역사상 최대 기록이다”라며 “이번 기증을 통해 근‧현대미술사를 아우르며 20세기 초 희귀하고 주요한 국내 작품에서부터 해외 작품까지 포함,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의 질과 양을 비약적으로 보강했다”고 의의를 전했다.

전체 1488점 중 한국 작가 작품은 1369점이고, 해외 작가 작품 119점이다. 부문별로는 회화(412점), 판화(371점), 한국화(296점)부터 사진과 영상까지 다양하다. 이번 전시에선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 34명의 주요작품 58점을 먼저 선보인다.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유영국, 변관식, 이응노, 권진규 등 한국미술사 거장들의 작품이 대거 포함됐다.

이중섭, ‘흰 소’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중섭, ‘흰 소’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은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제작된 작품들을 ‘수용과 변화’, ‘개성의 발현’, ‘정착과 모색’ 등의 세 가지 주제로 나눠 선보인다. 배우 유해진이 오디오가이드 재능기부에 참여해 관람객들을 이끈다.

‘수용과 변화’에선 일제 강점기 당시 유화가 등장, 변화의 시기를 맞은 조선의 전통 서화를 선보인다. 백남순의 ‘낙원’(1936년경), 이상범의 ‘무릉도원’(1922) 등의 작품들을 통해 이 시기 동서양 회화의 특징이 융합과 수용을 통해 변모하는 과정을 비교감상할 수 있다.

‘개성의 발현’ 섹션에선 1945년 광복 이후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는 격동의 시기에 예술활동을 이어간 작가들을 엿본다. 이건희컬렉션에선 특히나 이 시기의 작품이 집약돼있다. 한국미술의 근간이 된 김환기, 유영국, 박수근, 이중섭 등 작가들의 파란만장한 삶과 그들의 독창적인 작품이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1950년대), 이중섭의 ‘황소’(1950년대),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1954) 등이다.

김환기 ‘산울림’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김환기 ‘산울림’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정착과 모색’에선 전후 복구 시기에 국내외에서 정착하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모색한 작가들이 등장한다. 이성자, 남관, 이응노, 권옥연, 김흥수, 문신, 박생광, 천경자 등이 고유한 조형세계를 구축하며 한국미술을 보다 다채롭게 만들었다. 이성자의 ‘천 년의 고가’(1961), 김흥수의 ‘한국의 여인들’(1959) 등 이 시기의 대표작을 만날 수 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이번 기증작을 통한 전시를 시작으로 양질의 기증 작품을 국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증대하고, 지속적으로 조사‧연구하여 미술사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기회로 삼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