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국보·보물 등 77점
작품별 ‘스토리텔링’...우리역사 한눈에
국립현대미술관 근·현대작품 58점
김환기·이중섭 등 유해진 목소리로 만나
미술계를 대표하는 두 기관으로 열리는 전시인 만큼 ‘이건희 컬렉션’을 통해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의 큐레이션 수준도 엿볼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작품별 스토리에 집중해 명품의 가치를 보여줬다면, 국립현대미술관은 공간을 활용한 전시를 통해 근현대미술사 안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성찬(盛饌)’을 차렸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은 시대와 분야를 아우른다. 이수경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이건희 기증품이 무엇인지 어떤 것을 보여주는지를 특징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전시의 키워드는 ‘다양성’이며, 구성 방식은 ‘스토리텔링’에 중점을 뒀다. 기증품을 통해 우리 역사를 한눈에 읽을 수 있고, 당대 최고의 기술과 디자인을 보여주는 ‘명품’으로 구성했다.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유물은 없지만, 명품을 명품답게 자세히 설명하고 유물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줘 기증자인 이건희 회장의 안목을 엿볼 수 있게 구성했다”는 것이 박물관 측의 설명이다.
청동기 시대의 미적 감각을 살린 ‘붉은 간토기’, 초기 철기시대 권력의 상징 ‘청동 방울’(국보 255호), 삼국시대 금 세공 기술이 담긴 ‘쌍용무늬 칼 손잡이 장식’(보물 제 776호) 등 당대 최고의 기술과 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 박물관 측은 “기술혁신과 기증자의 경영철학과 맞닿은 컬렉션”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문화 발전에 대한 사명감으로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에 노력을 기울인 이 회장의 노력도 기증품의 면면에서 드러난다. 박물관에 따르면 이 회장은 다수의 고려 불화가 국내로 돌아오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천수관음보살도’와 ‘수월관음도’다 그 사례다. 특히 육안으로는 확인이 어려운 고려 불상을 적외선과 X선 촬영 등 현대의 기술로 가까이 만날 수 있게 한 것도 이번 전시의 관전 포인트다.
이수경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이건희 회장이 강조한 호기심을 넘어 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문화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목적을 뒀다”며 “명품을 만든 선인의 노력과 명품을 지켜온 기증자의 철학을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2022년 3월 13일까지)전에선 근현대 미술사를 주제로 나눠, 공간 활용을 통한 배치로 독창적 스토리를 입혔다. 이 곳에선 김환기·이중섭·박수근·나혜석·문신·이응노·천경자 등 대표 작가들을 배우 유해진의 목소리로 만날 수 있다.
박미화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이건희 회장 유족들이 기증한 컬렉션은 1488점으로 미술사적 가치는 물론 미술관 역사상 최대 기록이다”라며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제작된 20세기 초중반 한국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모았다”고 소개했다. 전체 1488점 중 한국 작가 작품은 1369점이고, 해외 작가 작품 119점이다. 부문별로는 회화(412점), 판화(371점), 한국화(296점)부터 사진과 영상까지 다양하다.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제작된 작품들은 ‘수용과 변화’, ‘개성의 발현’, ‘정착과 모색’ 등의 세 가지 주제로 나눠 공간의 특성을 활용한 전시를 선보인다. 새로운 문물이 유입되며, 변화를 맞은 일제 강점기를 다룬 ‘수용과 변화’에선 백남순의 ‘낙원’(1936년경), 이상범의 ‘무릉도원’(1922) 등을 만날 수 있다. 박미화 학예연구사는 “전시실 입구에 마주보며 걸린 두 작가를 통해 동서양 회화의 특징이 융합과 수용을 통해 변모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광복 이후부터 한국전쟁 발발 시기 예술활동을 통해 개성을 드러낸 작가들은 ‘개성의 발현’ 섹션에서 만날 수 있다. 김환기, 유영국, 박수근, 이중섭 등 작가들은 “한국 미술의 근간”을 이룬다. 이건희컬렉션에선 특히나 이 시기의 작품이 집약돼있다. 장욱진이 일제강점기 양정고보 재학 중 조선일보 주최 전국학생미술전람회에 출품, 최고상을 받은 ‘공기놀이’와 이 작품을 좋아해 처음 소장했던 화가 박상옥의 초기작 ‘유동’(遊童)이 나란히 걸었다.
전시의 마지막은 ‘정착과 모색’을 주제로 한다. 전후 복구 시기에 국내외에 정착하며 “고유한 조형세계를 구축”한 작가들이다. 이성자, 남관, 이응노, 권옥연, 김흥수, 문신, 박생광, 천경자를 만날 수 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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