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너마이트’부터 ‘버터’, ‘PTD’까지…

BTS가 밀어낸 BTS…라이벌 없는 팝스타

청년세대ㆍ동시대의 아이콘…K팝 한계 극복

긍정의 메시지 전하는 문화특사

방탄소년단은 지난 1년 사이 라이벌을 찾을 수 없는 ‘팝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첫 영어곡 ‘다이너마이트’ 이후 ‘버터’, ‘퍼미션 투 댄스’로 이어지는 시리즈는 이른바 ‘팬데믹 3부작’의 성취는 팝 시장에서도 전례없는 흥행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빅히트뮤직 제공]
방탄소년단은 지난 1년 사이 라이벌을 찾을 수 없는 ‘팝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첫 영어곡 ‘다이너마이트’ 이후 ‘버터’, ‘퍼미션 투 댄스’로 이어지는 시리즈는 이른바 ‘팬데믹 3부작’의 성취는 팝 시장에서도 전례없는 흥행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빅히트뮤직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명실상부 ‘아이콘’이다. 지금 방탄소년단(BTS)을 ‘막을 수 있는 것’(‘퍼미션 투 댄스’ 가사 중)은 오직 방탄소년단뿐이다.

이번 한 주 빌보드는 방탄소년단이 만든 ‘대이변의 역사’에 술렁였다. 지난 5월 21일 발표한 방탄소년단의 메가 히트곡 ‘버터(Butter)’는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100’에서 신곡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에 1위를 내준지 한 주 만에 역주행에 성공, 다시 정상을 탈환했다. 두 번 연속 ‘바통 터치’라는 진기록이다.

BTS가 BTS를 밀어내는 명장면이 연출되자, 놀란 것은 한국만이 아니었다. 빌보드는 “자신의 새로운 곡으로 1위를 대체한 직후 이전 1위곡을 다시 정상에 올려놓은 사례는 BTS가 처음”이라고 했다.

방탄소년단은 이번 1위를 더하며 불과 12개월 사이에 통산 14번째 ‘핫100’ 1위라는 기록을 썼다. 현재까지 ‘버터’(8회), ‘다이너마이트(Dynamite)’(3회), ‘퍼미션 투 댄스’(1회), 피처링 곡 ‘새비지 러브(Savage love)’ 리믹스(1회), 한국어 곡 ‘라이프 고스 온(Life gose on)’(1회) 등이 1위에 올랐다.

‘다이너마이트’ 이후 팝 음악계에서 방탄소년단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빅히트뮤직 제공]
‘다이너마이트’ 이후 팝 음악계에서 방탄소년단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빅히트뮤직 제공]

▶ 영어가사·레트로 장르·대중성…‘팬데믹 3부작’=지난해 8월 발표한 방탄소년단의 첫 영어곡 ‘다이너마이트’ 이후 ‘버터’, ‘퍼미션 투 댄스’로 이어지는 시리즈는 이른바 ‘팬데믹 3부작’으로 볼 수 있다. 영어곡이자 트렌디한 장르이며, 대중성을 강화했다는 교집합으로 묶인다.

방탄소년단이 팝 시장에서 위상이 완전히 달라진 것도 ‘다이너마이트’부터다. 이 곡의 발표 이전에도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등 방탄소년단이 이룬 성과는 ‘K팝 최초’의 것이었으나, ‘다이너마이트’로 이들은 대체할 수 없는 아이콘의 길로 접어들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다이너마이트’ 이전까진 한국에서 온 K팝 스타, 인터내셔널 슈퍼스타의 개념이었다면, ‘다이너마이트’를 통해 ‘넘버원’을 차지한 이후 방탄소년단은 국적과 출신이 중요하지 않은 서구 팝시장의 일원이 됐을 뿐 아니라 그들조차 놀라워하는 팝 아이콘의 위치로 올라왔다”고 말했다.

세 편의 영어 노래를 통해 방탄소년단이 거둔 성취는 한국 대중음악사는 물론 빌보드, 그래미에 이르기까지 팝 시장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다이너마이트’ 이후 방탄소년단은 발매곡마다 핫100 1위 진입이라는 대기록을 쓰고 있다. ‘글로벌 메가 히트곡’이 된 이 곡을 계기로 그래미어워즈 후보에 입성한 것은 물론 단독 무대를 가지며 새로운 발자취를 새기는 중이다.

세 곡의 ‘릴레이 히트’ 요인은 ‘전략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밝고 경쾌한 댄스곡에 영어로 노랫말을 쓴 세 곡은 “코로나19로 심각한 메시지보다 가벼운 음악을 원하는 분위기를 반영한 시의적절한 기획”(정민재 평론가)이었다.

세 곡의 ‘릴레이 히트’ 요인은 ‘전략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밝고 경쾌한 댄스곡에 영어로 노랫말을 쓴 세 곡은 “코로나19로 심각한 메시지보다 가벼운 음악을 원하는 분위기를 반영한 시의적절한 기획”이었다.[빅히트뮤직 제공]
세 곡의 ‘릴레이 히트’ 요인은 ‘전략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밝고 경쾌한 댄스곡에 영어로 노랫말을 쓴 세 곡은 “코로나19로 심각한 메시지보다 가벼운 음악을 원하는 분위기를 반영한 시의적절한 기획”이었다.[빅히트뮤직 제공]

무엇보다 영미 대중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롤링스톤, 킹콩’(‘다이너마이트’) 등 익숙한 소재를 노랫말로 넣었고, 마이클잭슨과 어셔(‘버터’), 엘튼존(‘퍼미션 투 댄스’) 등 익히 알려진 팝스타를 언급했다. 노래가 나올 때마다 퀸과 엘튼 존이 이들을 언급하며 화답한 것도 현지 대중이 방탄소년단을 보다 친근하게 여긴 이유다.

또한 현재 팝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적 요소인 ‘레트로’에 최신 댄스팝 요소를 접목하고, 여기에 방탄소년단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녹인 점까지 완벽한 ‘기획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가장 최근에 발매한 ‘퍼미션 투 댄스’만 해도 70년대 디스코와 80년대 신스팝을 소환했고, 코로나19 시대의 무기력 속에서 “우리가 춤추는 데 허락은 필요 없다(We don’t need permission to dance)”며 희망을 노래한다.

흥미로운 것은 방탄소년단의 일 년 사이 음악적 행보는 그간 그룹이 보여준 것과는 정반대의 지점에 있다는 점이다. 트렌드를 따르기 보다 자신들의 작품관을 지향하고, 동시대인으로의 가치관을 녹여낸 메시지 등 아티스트로의 면모를 더 많이 보여준 것과 달리 세 곡은 철저하게 ‘대중성’을 우선순위로 뒀다.

정민재 평론가는 “기존의 팝스타들이 철저하게 대중성을 겨냥한 노래로 성공을 거둔 뒤 작품성을 강조한 노래로 이동하나, 방탄소년단은 반대의 모습을 보이며 역행하고 있다”며 “더 많은 대중을 포용하는 긍정적인 역행이자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시도이며, 이를 통해 빌보드 1위로 안착하려는 시도가 나왔다”고 분석했다.

3부작을 차트 정상에 올려놓은 대성공을 거둔 방탄소년단의 향후 행보는 전 세계 음악계의 관심사다. 정 평론가는 “대중성을 확보한 방탄소년단은 이제 3부작의 작품관에서 빠져나와 자신들의 색깔을 잘 드러내는 대담하면서도 팝적인 엣지를 가진 곡, 뚜렷한 메시지를 가진 음악을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된다”라며 “지금의 방탄소년단은 신곡마다 ‘핫100’ 톱5는 기본이고, 1위 여부에 관심을 두는 수준의 스타가 됐다. 기존에 본인들이 보여온 모습을 자신감 있게 해나가리라 본다”고 전망했다.

방탄소년단의 행보는 음악을 넘어선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통해 ‘청년 세대’를 대변하고,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다. [빅히트 뮤직 제공]
방탄소년단의 행보는 음악을 넘어선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통해 ‘청년 세대’를 대변하고,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다. [빅히트 뮤직 제공]

▶ 음악 넘어선 ‘시대의 아이콘’=방탄소년단의 행보는 음악을 넘어선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통해 ‘청년 세대’를 대변하고,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다.

정 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은 우리 가요계에선 볼 수 없었던 시대의 이야기, 지금 세대의 목소리를 드러내며 메시지를 전해온 시대의 아이콘이다”라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음악적 메시지를 확장해왔다. 음악과 SNS를 통해 나누는 가치관과 사회적 목소리의 세계적 파급력은 놀랍다. 방탄소년단이 청춘의 불안과 고민을 나누고, 팝 시장에서 유례 없는 성공을 거둔 아시아인 가수로 인종차별을 반대하고 소수자를 대변할 때 이들의 영향력은 모든 장벽을 넘어 확장된다.

방탄소년단의 댄스 챌린지 [유튜브 제공]
방탄소년단의 댄스 챌린지 [유튜브 제공]

이번 신곡 ‘퍼미션 투 댄스’에서 국제 수어를 활용한 퍼포먼스가 편견을 넘어선 ‘통합의 메시지’로 상징된 것도 한 사례다. 방탄소년단은 이 곡을 통해 ‘즐겁다’, ‘춤추다’, ‘평화’ 등의 대표 단어를 수어 동작으로 표현한 안무를 선보였다. 소속사 빅히트 뮤직은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농인, 수어 통역사 등의 전문가들과 논의해 국제수어로 안무를 짰다”고 말했다. 전 세계 농인들은 리액션 영상을 통해 감격과 감동의 목소리를 전했다.

‘수화 아티스트’ 지후트리는 “방탄소년단은 어느 형태로든 공식석상에서 수어를 표현해왔는데, 이번 신곡에선 1분 이상 안무로 나오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수어는 감정 표현이 가장 중요한데, 각각의 단어마다 적극적이고 정확한 표현을 해줘 청인과 농인 사이의 허들을 넘어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줬다”고 봤다.

BBC 라디오 1 '라이브 라운지'에 출연한 그룹 방탄소년단(BTS) [빅히트뮤직 제공]
BBC 라디오 1 '라이브 라운지'에 출연한 그룹 방탄소년단(BTS) [빅히트뮤직 제공]

오는 9월엔 대통령 특별사절로 유엔 총회 무대에 선다. ‘외교적 역할’을 수행 가능한 ‘문화특사’로의 자격이다. 대중예술인이 정부의 공식적인 특사로 국제무대에 서는 사례는 드문 만큼 방탄소년단의 행보는 상징적이다. 이미 청년세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유엔 총회 부대행사에 서 두 번이나 연설을 했다.

리더 RM은 “우리도 지금의 청년세대와 함께 커왔다”며 “세계적인 문제와 커다란 경제위기 등 사회적인 무언가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목격하고 겪어왔다. 뉴노멀을 맞아 동시에 어떤 가치를 좇아야 하는지 책임감을 무겁게 느낀다. 미약하지만, 문화특사든 총회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힘이 있다면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지금의 방탄소년단은 아미(방탄소년단의 팬클럽)의 울타리를 넘어섰다. 성별, 연령, 인종, 장애의 경계에 선 소수자를 포용하는 동시대성을 가진 팝스타이자, ‘코스모폴리탄’으로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캔디스 앱스 로버트슨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교수는 “방탄소년단의 음악과 메시지는 인권, 사회정의, 다양성 등을 장려하는 글로벌 시민의 정의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