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의원 발의 자본시장법 개정안 1년째 계류
불명확한 산정 기준으로 범죄 수익 환수 못하기도
“부당이득 산정 못하면 실질적으로 0원인 셈” 지적도
부당이득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하는 ‘입증책임 전환’ 쟁점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자본시장법상 불공정 행위로 얻은 부당이득액을 산정하는 기준이 불명확해, 범죄수익을 환수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이어지고 있다. 실무상 입법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국회에서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27일 국회에 따르면 21대 국회 개원 후 최초로 발의된 부당이득액 산정 기준 법제화 법안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다. 박 의원은 21대 국회 임기 시작 약 2주만인 지난해 6월 법안을 발의했지만, 1년이 지난 현재도 소관위인 정무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박 의원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법안은 결국 통과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현행법은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행위를 한 자에 대해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이러한 부당이득액을 산정하는 기준이 불명확해, 재판에서 검찰이 청구한 몰수·추징 또는 과징금 부과를 선고하지 않는 사례들이 생겨났다.
증권범죄합수단장 출신 변호사는 “부당이득을 산정할 수 없다면 부당이득액은 실질적으로 0원이 된다”며 “부당이득액과 관련해 할 수 있는 형사처벌 규정은 다 면제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예전엔 부당이득금과 관계없이 형량을 정했지만, 지금은 50억 이상은 징역 몇 년, 이렇게 돼 버리니 형량을 정하는 하한선의 기준이 됐다”며 “원래는 형량을 강화하고 엄격하게 처벌하려 한 것이 형벌을 구성하는 요소가 되면서, 오히려 법원이 엄격하게 해석하게 되는 아이러니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문제는 법률 개정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개정안 발의 후 법안 심사 과정에선 ‘입증책임 전환’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외부적 요인으로 변한 가격을 당사자로 하여금 입증하도록 해, 부당이득액에서 차감하는 개정안 내용이 ‘형사재판에서 공소 제기 내용은 검찰이 입증한다’는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7월 해당 개정안의 검토보고서에서 “부당이득 산정방식은 형사처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므로 입증책임 전환 등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법무부는 개정안 내용에 찬성했다. 김우 전 대검찰청 범죄수익환수과장도 올해 2월 정무위에서 “개정법률안에 의하더라도 검사는 먼저 법 위반 행위가 있었음을 입증해야 하고, 그에 따라서 발생한 수익액이 얼마인지, 발생한 비용이 얼마인지, 그 차액이 얼마인지를 입증해야 한다”며 “입증책임의 전환이라기보단 입증 대상이나 방식을 표준화하고 법제화해서 입증책임을 좀 완화한 것이라고 봐 달라”고 설명했다.
박용진 의원이 지난해 6월 대표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부당이득액 산정방식을 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불공정거래행위나 시장질서교란행위를 통한 거래 총수입에서 그 거래를 위한 총비용을 뺀 나머지를 부당이득액으로 정하는 내용이다. 또한 유형별로 대통령령에서 산정방식을 정하고, 부당이득을 취한 자가 외부요인에 의한 가격변동분을 입증하는 경우 이를 부당이득액에서 제외한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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