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디지털화의 가속, 빅데이터의 활용, 기업의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즉 ESG를 중시하는 트렌드에 따라 시장의 움직임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 사회공헌처럼 여겨졌던 ESG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할 비재무적 정보다. 최근에는 사회적 가치와 ESG를 넘어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지표로 공정성(Fairness)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마이클 포터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시장에서의 경쟁적 우위간의 관계를 발표한 이래 마이클 샌델의 정의나 공정에 대한 담론에 이르기까지 보이지 않는 가치가 기업토론의 주제가 되는 이유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장에 대한 해법을 사회경제적인 차원으로 포괄적으로 찾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음료의 예를 들어보자. 1990년대 말 콜라를 판매하는 글로벌 기업이 새로운 가격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콜라자판기에 온도 센서를 부착해 기온이 올라가면 콜라 가격을 올리겠다는 획기적인 정책은 시행되기 전 고객들의 거센 비난에 계획을 철회했다. 경제학에서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제품 가격을 올리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합리적으로 보인다. 편의점에서 산 콜라와 카페에서 마시는 콜라 가격이 다른 것도 수입과일의 가격이 현지 대비 비싼 것도 우리는 기꺼이 수용한다. 이러한 태도의 차이가 왜 발생하는 걸까. 논의의 핵심은 착한 기업, 즉 정당한 경영활동의 문제다. 가격이 얼마나 공정한가 문제는 수요와 공급을 떠난 문제로 고객들은 손실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즉 고객들은 가격상승이 원자재 가격의 상승 때문이라든지, 수입과일을 들여오는 데 제반비용이 드는 것을 알고 있기에 기업의 손실을 나눌 수 있다는 판단을 한다. 그러나 한여름 날씨가 덥다고 기업이 손해보는 것이 없기에 콜라 가격을 올려서 일방적으로 소비자가 손해를 보는 부분에서는 공정성을 침해받았다고 느끼게 마련이다.
전통경제학에서는 인간을 합리적 판단을 하는 존재로 봤으나 실제 의사결정에서 사람들은 이익과 손실 이외에 심리적·사회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특히 공정함이 주는 심리는 시장이라는 기업의 외부 공간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매출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착한 기업으로 이미지를 구축한 기업이 후발주자로서 특정 브랜드의 라면시장을 확대한 사례나 감자·다시마 등 지역농산물의 매입으로 엄청난 광고효과를 얻는 대기업이 좋은 예다. 거래당사자가 아닌데도 정당한 행위 자체에 대리만족을 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선행이 알려지면 소비자들이 집단행동을 통해 소상공인들을 ‘돈쭐’내는 행위도 선한 영향력에 대한 심리적 만족감의 표현이다.
이처럼 우리는 사회·경제적 요구의 적극적인 수용을 기반으로 공정한 경영성과를 확보한 기업들이 고객들의 선택을 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공정한 이미지를 구축한 기업들은 다양한 경영 이슈의 통합 관리가 가능하게 되고 내·외부 이해당사자 간 상생할 수 있는 관계를 모색한다. 결과적으로 시장에서 경쟁적 우위 구축이 가능하고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내부혁신에도 기여하게 된다. 지금 기업들에 필요한 것은 외부 환경, 특히 시장의 흐름을 읽고 고객과 상호작용하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기존 관행, 내부 관점을 벗어나지 못한 의사결정은 마치 망치를 들고 세상의 모든 것을 못으로 보려는 아이처럼 위험할 수 있다는 속담을 다시 한번 새겨볼 때다.
김은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데이터분석본부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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