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용 반도체 품귀 현상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반도체기업들과 회동 소식 등 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반도체는 국내 산업의 반도체 비중과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 같은 개론 수준을 넘어 메모리반도체,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같은 기술적 분류도 상식이 될 정도로 우리 곁에 가까이 왔다. 특히 대만의 TSMC와 함께 비교되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소식은 5나노 공정이니, 3나노 공정이니 하는 기술지표 하나하나에도 전 세계 관련기업의 가슴을 철렁이게 한다. 여기에 시스템반도체 대장 기업 인텔이 파운드리 진출을 선언하면서 한국과 대만의 양강구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핵심 기술인 극자외선(EUV) 노광 시스템 공급자인 네덜란드 ASML에 대한 미·중의 정치적 견제 또한 치열하게 진행되는 모양새다.
이러한 반도체산업은 기본적으로 트랜지스터와 함께 발전해왔고 첨단 소재, 공정, 설계기술의 견인으로 오늘날 전자문명을 건설했고 인공지능사회로 진행할 수 있었다. 트랜지스터는 최초 평면형 구조에서 시작해 현재는 지느러미 형태의 채널을 갖는 핀(Fin) 구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최근 삼성과 대만의 경쟁에서 핵심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핀 다음 기술로 주목되는 GAA(Gate All Around) 트랜지스터기술이다. 인텔을 비롯한 세계 반도체 소자 기술자들은 언제 어떻게 이를 적용할 것인가 또한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평면형보다는 핀 구조, GAA 트랜지스터가 전력효율과 성능 면에서 더 우수하다. 따라서 기술 로드맵에는 오래전부터 익히 반영돼 있었다. 그런데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안정된 수준의 양산 단계까지 올려놓는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고 어려운 과제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GAA 트랜지스터를, 그것도 삼차원 적층구조로 만들어 1~2년 내 양산하겠다는 최근 발표는 전문가들에게 큰 놀라움을 줬고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많은 전문가가 반도체 공정이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수준의 초미세 영역으로 내려가게 되면 양자역학 특성 발현을 포함한 물성 제어 한계로 인해 성능 구현이 불가능해진다고 믿었다. 이로써 반도체기술도 종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현실은 7㎚는 물론 3㎚ 이하까지 논하고 있다.
반도체전문가라면 이젠 Post-GAA 트랜지스터도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대학과 연구기관에서는 기초 단계를 뛰어넘는 관련연구도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나노미터급의 초미세 반도체 연구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시설과 장비, 환경의 부재는 안타깝다.
그렇다고 무작정 기업들을 향해 첨단 연구시설에 대한 문호를 개방해 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쩌면 지금이 반도체 우방국들과 협력을 강화해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첨단의 공공 연구시설들을 공동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봐야 하는 시점으로 여겨진다.
얼마 전 정부는 ‘K-반도체 벨트’ 구축과 관련한 비전을 내놨다. 오는 2030년까지 국내에 세계 최대의 반도체 공급망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정부 비전의 효과적 추진을 위해선 차세대 트랜지스터기술 확보 역시 반도체산업 전체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라는 점을 잊지 말고 기술 선점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서 추진해야 할 것이다.
강성원 ETRI ICT창의연구소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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