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민 광진서 강력팀장 인터뷰

구인공고, 나도 속았겠다 싶은 정도

평범한 조직원 ‘피해자적 특성’ 논문

10년 가까이 보이스피싱 범죄를 수사해 온 홍순민(40·사진) 서울광진경찰서 강력팀장(경감)은 현역 형사로서 ‘현금 수거책’들에게도 피해자적 특성이 있단 내용의 연구논문을 썼다. 지금까지 수거책 30여명을 수사했던 홍 팀장을 지난달 만났다.

“‘보이스피싱 일 할 사람 구합니다’ 하면 누가 지원하겠어요? 그러니 정상적인 회사인 것처럼 꾸며 구인공고를 올려요. 저도 형사가 아니었다면 속았겠다 싶었죠.”

그는 현금 수거책을 보이스피싱 말단 조직원으로 인식하는 시각에 의문을 품었다. 그는 “직접 수사한 현금 수거책들은 학생, 주부 등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며 “‘이 사람들은 조직원이 아니다’라고 백날 주장하는 것보다 정식으로 연구해 논문을 쓰는 편이 빠르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범죄학 석사과정을 거치며 두 차례 논문을 발표했다. 작년 3월 교신저자로 참여한 ‘보이스피싱 범죄 전달책 특성에 관한 연구’에선 경찰 내부 자료를 분석해 현금 수거책의 73.5%가 청년(19~39세)이고 85.7%가 무직자임을 밝혔다. 주로 SNS(67.3%)나 구직사이트(20.9%)에서 일을 찾다가 허위 공고에 속아 가담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이서 발표한 ‘보이스피싱 범죄 전달책의 특성에 관한 질적 연구’에선 수거책의 피해자적 특성에 주목했다. 검거된 뒤 형사처벌을 받은 6명의 사례자를 심층인터뷰 했다. 홍 팀장은 “해외 ‘근거이론’을 바탕으로 질문지를 구성해 수사 자료와 교차 검증한 결과 이들은 사기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특성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현금 수거책은 보통 사기죄나 사기방조죄로 처벌돼요. 그럼 사기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특성이 강해야하는데 연구해보니 결과는 정반대였어요.”

홍 팀장은 논문에서 ▷공익광고 ▷구인광고 적격성 검증 ▷보이스피싱 구인광고 신고포상제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저 강력한 처벌만으로는 현금 수거책이 연루된 사건을 줄일 수 없단 판단에서다.

그의 논문은 새로운 이야기를 했지만 학계나 경찰 내부에선 ‘소수의견’이었다. 하지만 현금 수거책 피의자가 매일같이 쏟아지고 있다. 취약한 상태에 있는 누구나 순식간에 공범으로 엮일 수 있기에 홍 팀장의 주장은 귀 기울일 만하다.

“대출해준다는 말에 속아 돈을 건넨 피해자도, 고액 아르바이트라는 말에 혹해 일을 시작한 피의자도 모두 재정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죠. 사회적 관심 없이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피해자와 피의자가 법정에서 만나 싸우는 구조가 없어지지 않을 겁니다.” 박로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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