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별세한 노태우 전 대통령은 ‘6공화국’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지금 젊은 세대들이야 익숙하지 않겠지만 노 전 대통령 재임 당시만 해도 해방 후 우리나라 헌정사는 ‘제○공화국’으로 시대를 구분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이승만 정권이 1공, 박정희 정권이 3, 4공, 전두환 정권이 5공 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이 같은 시대 구분은 통치제도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온 개헌, 즉 최고 권력의 선출과 구성방법의 헌법상 중요한 개정을 기준으로 했다. 1948년 제헌 후 헌법은 총 9차례 개정됐다. 대통령제냐 의원내각제냐, 대통령을 직접 선거로 뽑느냐 간접 선거로 뽑느냐, 연임을 허용하느냐 마느냐, 몇 번까지의 중임이 가능한가 등이 중요 개헌 때마다 바뀌었다. 그 마지막이 6공을 수립시킨 1987년 제9차 개헌이었다. 이 때 간선의 7년 단임대통령제가 직선의 5년 단임대통령제로 바뀌었다. 그러므로 노 전 대통령 이래 지금까지의 모든 정부가 다 6공화국을 이어가고 있다고 할 것이다. 새 대통령이 취임하는 다음 정부도 마찬가지다. 다시 말해 현재의 헌법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무려 34년이나 손 한 번 안 댄 채로 대한민국 국민의 삶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6공의 헌법은 군부독재 체제에서 민정으로 향하는 과도기적 성격이 짙다. 이전의 헌법을 근간으로 했던 만큼 종신 집권을 기도했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권력 의지나 강력한 집권 체제를 도모했던 전두환 군사정권의 의도가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에 담겼다. 반면 대통령제를 채택한 주요국에서 볼 수 없는 ‘5년 단임제’는 독재의 반복을 막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제도라 할 수 있다. 그러니 민주주의가 안정된 지금은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을 분산시키고 국민에 대한 책임과 국정의 안정·지속성은 높일 수 있게 개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헌법 전반에 정치·경제·사회의 변화에 따른 다양한 조항의 수정과 추가가 필요하다. 국민의 기본권과 국가의 역할에 대한 인식의 변화, 4차 산업의 발달로 인한 생산·유통·소유 형태의 변화, 지역 자치분권의 확대 등이 새 헌법에 반영돼야 한다.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에선 개헌 논의가 꾸준히 이어져왔으나 국회 표결과 국민투표의 문턱엔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개헌의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하나 정치세력 간 이해로 말미암아 실현되지 못한 것이다.
지난 여당 경선에서 참여했던 최문순 강원지사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돼 있는 헌법 1조1항을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고 바꾸고 “대한민국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를 2항으로 하자고 주장했다. 또 개헌에 찬성하는 대선주자들끼리 연석회의를 하자고도 했다. 개헌 내용이야 논의가 필요하다고 해도, 대통령의 임기나 권한뿐 아니라 시대변화에 맞추기 위한 헌법의 근본적 변화를 대선후보들끼리 약속하자고 했다는 점에서 귀기울일 만한 제안이다.
오는 5일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서 대선후보가 최종 결정된다. 누가 되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함께 차기 정부에서 개헌을 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은 어떨까.
6공화국의 첫 대통령이 떠나갔다. 다음 대통령은 6공화국의 마지막 대통령이 되기를 기대한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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