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파오차이와 한국 김치의 뜨거운 김치 논쟁이 한풀 꺽였지만 중국의 김치왜곡은 심심하면 벌어지고 있다.

‘김치박사’ 주영하가 쓴 ‘음식공부 합시다’(휴머니스트)를 보면,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한국의 양념 배추김치의 탄생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사회문화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혁신의 결과라는 사실이다.

핵심 재료인 고추는 17세기쯤 한반도 토양에 적응해 18세기엔 각종 음식에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자하젓, 일명 감동젓 같은 젓갈과 채소가 어울리는 음식이 발달하면서 고추, 생강, 마늘 등의 양념을 넣는 요리법의 진화가 이뤄지게 된다.

사회변화도 한 몫했다.대동법의 전국적인 시행으로 벼농사가 확대, 18세기에는 서민들의 밥먹는 양이 늘어나면서 양념배추김치가 메인 반찬으로 주목을 받게된다. 19세기가 되면 반찬거리가 부족한 겨울에는 양념배추김치는 반식량으로 자리잡게 된다.

여기에 품종개량도 중요 요인으로 꼽힌다.

1882년부터 한반도로 이주해온 중국인, 화교들이 속이 꽉 찬 절구배추, 일명 호배추를 들여오면서 추위와 재배에 유리한 호배추가 널리 퍼지게 됐다. 새로운 품종 도입이 요리법의 변화에 영향을 끼친 사례다.

35년간 음식과 문화의 역사를 연구해온 음식인문학자 주영하는 먹방과 음식관련 정보가 넘쳐나지만 부정확한 자료가 많다며, 음식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노하우 12가지를 라면, 불고기, 두부, 냉면, 잡채, 전어 등 12가지 음식을 들어 설명해 나간다.

가을에는 전어, 설날에는 떡국처럼 오래전부터 즐겼을 것 같은 음식도 예상과 다른 경우가 많다. 조선시대만 해도 어획방식의 차이로 가을 전어가 아닌 입하 전어를 즐겼다. 조선시대에는 입하 즈음 어설을 설치한 어장에서 썰물 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생선을 주워담아 어획했지만, 산업화로 먼 바다로 나가 대량 어획이 가능해지면서 가을 전어를 즐기게 된 것이다.

라면의 기원지로 알려진 란저우에는 ‘라몐’이란 음식이 없다. 그곳에서 라몐은 국수를 만드는 방법인 수타면을 일컫는 말로 특정음식이 아니다. 그곳에서 라몐의 방법으로 만든 국수는 뉴러우몐, 곧 우육면이라고 부른다. 란저우는 회족, 즉 아랍계 민족의 도시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기 때문에 소고기 국물을 사용한다. 음식의 이름에 현혹되지 말고 음식 이름의 내력을 따져야 하는 이유다.

저자는 발견된 음식과 발명된 음식의 차이, 기원지와 유행지를 구분하는 일, 오래된 문헌을 의심하는 일 등 음식의 역사를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핵심 노하우를 전수한다. 익숙한 음식의 우리가 몰랐던 흥미로운 역사와 유래를 들을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음식을 공부합시다/주영하 지음/휴머니스트


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