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이야기(디어드라 마스크 지음,연어람 옮김,민음사)=부동산 가격이 상상을 초월하는 뉴욕은 공식적인 주소를 사고파는 게 가능하다. 시 당국이 주소 변경 신청권을 특가 1만1000달러(한화 1300만원)에 판매하기 때문이다. 주소가 훌륭한 마케팅 수단이란 걸 안 트럼프의 부동산 개발회사는 건물 주소를 ‘콜럼버스 서클 15번지’에서 ‘센트럴파크 웨스트 1번지’로 바꾸었다. ‘센트럴파크 웨스트 1번지’에 세운 새 건물 덕분에 트럼프는 지난 10년간 최고치를 경신해온 뉴욕 초호화 아파트 시장에서 입지를 굳힐 수 있었다. 주소는 단지 행정구역 표기에 국한하지 않고 경제지표로도 읽힌다.영국의 경우, 스트리트에 있는 주택이나 건물이 레인에 있는 건물에 비해 절반 가격에 거래된다. ‘사는 곳이 곧 나’를 말하는 시대에 저자는 주소의 기원과 역사 뿐 아니라 주소 체계와 거리 이름에 담긴 사회정치적 이슈를 탐구한다. 미국은 물론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 전역과 한국, 일본, 인도, 남아공 등 전 세계 사례를 취재, 주소에 담긴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치시대를 연상시키는 주소를 개명하듯 사회구성원들이 정치·종교·역사적 가치 변화에 따라 주소를 바꾸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렇다면 주소도 없던 시절엔 어떻게 길을 찾아다녔을까? 고대 로마인들은 거리 이름이나 번지 없이도 원하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공간의 범위가 작고 시장과 언덕, 사원 등 특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시가 확장되고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주소체계가 정비되는데, 1770년 오스트리아의 마리아 테레지아는 집마다 번호를 부여, 참전가능한 병사를 징집하도록 했다. 19세기 런던에선 우편제도 개혁과 함께 대대적인 도로명 개편작업이 이뤄지면서 표준화된 주소로 정착됐다. 책은 주소에 담긴 역사와 의미, 디지털 주소 등 주소의 미래까지 담았다.
▶이반과 이바나의 경이롭고 슬픈 운명(마리즈 콩데 지음, 백선희 옮김, 문학동네)=2018년 대안 노벨문학상인 뉴아카데미문학상을 수상한 콩데의 최신작. 2015년 1월 프랑스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사건에서 깊은 영감을 받은 팔순의 콩데가 절필 결심을 뒤집고 2017년 발표한 작품이다. 삶의 경륜과 작가로서의 완숙한 경지를 보여주는 작품은 흑인 쌍둥이 남매가 과거 식민주의 폐해와 인종차별로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한날한시에 태어난 쌍둥이 남매 이반과 이바나는 홀로 키우는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카리브해의 찬란한 햇살과 따뜻한 바다, 황금빛 모래에 둘러싸여 행복한 어린시절을 보내지만 고향 마을을 떠나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수록 세상의 차별과 냉대에 직면하게 된다.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였고 지금은 프랑스의 해외 영토인 과들루프섬이 이들의 고향. 지역의 힘있는 이들은 본토 사람들로, 이반과 이바니처럼 검은 피부를 가진 이들은 형편없는 처우를 받는다. 이바나는 이런 상황을 운명으로 받아들이지만 이바나는 세상과 불화하면서 위험한 사상에 빠져들게 된다. 지역유지의 아들에게 상해를 입혀 전과자가 된 이반은 사기 범죄에 연루, 억울한 누명을 쓰며 세상을 더욱 증오하게 된다. 이후 남매는 아버지와 살기 위해 말리로 향하는데, 이반은 말리 민병대의 계획을 방해하는 비밀조직의 일원이 되고 이슬람으로 개종, 더욱 급진적으로 변해간다. 둘은 우여곡절끝에 프랑스에 도착, 이바나는 꿈에 그리던 경찰학교에 진학하고 이반은 불법적 일을 이어가다 폭력사태의 양극단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로 마주하게 된다. 콩데는 소설에 직접 개입하는 서술 방식을 통해 빈곤과 차별, 인종,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등을 날카롭게 조명했다.
▶제일 처음 굴을 먹은 사람은 누구일까(코디 캐시디 지음, 신유희 옮김, 현암사)=‘걸리버 여행기’를 쓴 영국의 풍자작가 조너선 스위프트는 “그는 세계 최초로 굴을 먹은 대담한 남자였다”는 유명한 문장을 남겼지만 굴을 최초로 먹은 이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것도 16만4000년전에 말이다. 2007년 애리조나주립대 커티스 마린 고고학팀은 남아프리카 남쪽 곶 동굴 호모사피엔스 동굴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남은 숯, 석기, 붉은 안료, 그리고 굴 껍데기를 발견했다. 인류의 특이한 최초에 관심이 많은 저자는 우리의 삶을 바꾼 것들의 시작을 찾아나서며 당시 주인공을 프로파일링한다. 누가 바퀴를 발명했는지, 누가 처음 맥주를 마셨는지, 첫번째 미스터리 살인자는 누구인지 등 흥미로운 문명탐험으로 이끈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했다고 하진만 그곳에는 이미 5000만 명 정도의 인구가 살고 있었다. 그보다 500년 전 바이킹인 레이프 에릭슨이 뉴펀들랜드에 상륙했다는 보고도 있다. 콜럼버스는 아메리카를 발견한 마지막 사람이라는 게 옳다. 저자에 따르면, 최초의 발견자는 따로 있다. 저자는 놀라운 혁신가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밝혀내기 위해 직접 효모를 발효시키고 맥주 양조장을 찾아가며 고대의 활과 화살을 알아보기 위해 놀이 연구소를 찾아간다. 또한 알프스를 직접 걸으며 고대에 일어난 살인사건의 희생자의 마지막 걸음을 되짚어보기도 한다. 그런 여정에 고고학과 심리학, 진화생물학, 인류학은 나침반이 된다.
이윤미 기자/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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