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역서 충무로역까지 인권위 진정차 이동
시민들 따가운 눈초리만…“조용히 하라” 다그치기도
“저상버스 적어, 매일 출근길마다 겪는 일” 토로
“지난 6일 혜화역 엘리베이터 가동 중단, 인권 침해”
교통약자이용편의증진법 통과 및 저상버스 도입 요구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국회는 교통약자이용편의증진법(교통약자법) 연내 개정하라.”
9일 오전 7시 50분께 서울 혜화역 지하철 역사 안.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국회에 계류 중인 교통약자법의 연내 통과를 촉구하며 지난 6일부터 매일 오전 진행 중인 지하철 선전전을 위해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이날 전장연 회원들은 선전전과 함께 서울교통공사가 지난 6일 오전 혜화역 엘리베이터 가동을 멈춘 일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기 위해 혜화역부터 충무로역까지 지하철로 이동하는 행진도 진행했다.
이를 위해 전장연 회원들은 열차 한 칸의 탑승구에 일렬로 대기해 입장을 시도했다. 그러나 탑승 과정에서 5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출근 인파가 붐비는 탓에 열차 내부로 전동휠체어가 좀처럼 들어가지 못했다.
이런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 스크린도어가 4차례 이상 닫히면서 지하철에 탑승하려던 한 장애인 회원이 문에 부딪치는 일도 있었다. 결국 참석자들이 여러 칸으로 나누어 탑승하고 나서야 열차가 출발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참석자들은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질타를 들어야 했다. 출근이 지체된다거나, 전동휠체어의 부피가 커 불편하다는 등 다양한 이유로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한 30대 남성은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 오전 회의가 늦었다는 이유로 이들을 끌어내라며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그는 “인권이고 뭐고, 내 생계가 더 중요하다”며 “왜 바쁜 시간대에 시위를 벌이나. 이렇게 피해 주면 우리가 알아줄 것 같나”라고 따졌다.
전장연 측이 이날 행사의 취지에 대해 해명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조용히 하라, 당신들 현재 ‘민폐’인 것 모르나”며 다그치는 승객도 있었다.
이형숙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회장은 이 같은 상황을 매일 출근길마다 겪는다고 고백했다. 이 부회장은 “서울에는 장애인들을 위한 저상버스가 적어, 환승 시 일반버스를 타야 해 이용이 어려울 때가 많다”며 “(이 때문에) 지하철을 이용하지만, 승하차 시 시간을 지체하고 자리를 많이 차지한다는 이유로 승객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매일 받으면서 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법은 비장애인 중심”이라며 “교통약자법이 시행됐지만 20년이 지나도 장애인 이동권은 제자리걸음”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전장연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2005년 개정된 교통약자법에 따라 장애인들의 이동 편의 증진을 위해 저상버스 도입률을 높여야 했다. 저상버스란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탑승할 수 있도록 차체 바닥이 낮고 출입구에 계단 대신 경사판이 설치된 버스다.
전장연은 그러나 국토부가 목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2011년까지 저상버스를 31.5% 도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보급률은 12%에 그쳤고, 올해까지 저상버스를 42.1%(1만5178대) 도입한다는 약속 역시 28.4%(9791대·9월 기준)로 지켜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저상버스 도입, 특별교통수단 등 장애인이동권 보장은 법에 근거한 국가계획 조차도 지난 15년간 지켜지지 않았다”며 “현재도 시내버스 대폐차 시에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와 특별교통수단 지역간 차별철폐를 위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됐지만, 해당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원회 법안 소위에서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일 서울교통공사가 오전 7시 30분부터 9시까지 1시간 30분간 엘리베이터 가동을 멈춘 데 대해서도 비난이 제기됐다. 이 같은 조치는 지난 3일 전장연이 여의도역~공덕역 일대에서 휠체어를 스크린도어 틈에 넣고 문이 닫히지 않도록 막는 시위를 한 것에 대해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게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혜화역 3번 출구 쪽은 막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런 정보를 알려준 적이 없었다”며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서울교통공사는 해명문을 통해 올해 261개역에서 교통약자들을 위한 엘리베이터 설치 등 편의 시설 설치율이 92.2%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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