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범죄 수사 및 피해자 보호 규칙’ 제12조

보복 우려시 피해자 가족·지인도 보호조치 가능

예산·인력 부족 탓에 적극적 보호조치 못해

경찰청. [헤럴드경제DB]
경찰청.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최근 서울 송파구에서 경찰 신변보호를 받던 20대 여성의 가족이 살해당하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하면서, 성범죄 피해자의 가족·지인도 보복 가능성에 대비해 신변안전조치를 해야 한다는 경찰 내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4년 경찰청이 제정한 훈령 ‘성폭력범죄의 수사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규칙’ 제12조는 지방경찰청·경찰서장은 성범죄 피해자·신고자와 그 친족 또는 동거인, 그 밖의 밀접한 인적 관계에 있는 사람이 보복 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소속 경찰관이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돼 있다.

경찰관은 성폭력범죄의 수사·조사·상담 과정에서 성범죄 피해자·신고자와 그 친족 또는 동거인, 그 밖의 사람이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대상자가 원한다면 신변안전에 필요한 조치를 하거나 대상자의 주거지 또는 현재지를 관할하는 경찰서의 서장에게 신변안전조치를 요청해야 한다고도 적시돼 있다.

신변안전조치의 종류로는 일정 기간 특정시설에서의보호, 일정 기간의 신변경호, 참고인 또는 증인으로 출석·귀가 시 동행 등이 있다.

지난 10일 송파구에서 전 여자친구인 20대 A씨의 가족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어머니를 숨지게 한 이모(26·구속) 씨는 자신을 성폭력으로 신고한 것에 앙심을 품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이씨는 지난 5일 A씨를 상대로 감금, 성범죄를 저질렀으며, A씨는 친구를 통해 가족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다. 경찰은 지난 6일 ‘딸이 감금됐다’는 A씨 아버지의 신고를 받고 수사를 시작했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신고 당일 이씨와 A씨를 발견하고 분리 조치했으나, 이씨가 임의동행에 응하고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한 점을 이유로 이씨를 체포하지 않았다.

사건을 이첩받은 충남 천안서북경찰서는 지난 7일 A씨에게 신변보호조치를 내렸으나, A씨 가족에 대해서는 별다른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이씨는 지난 10일 A씨가 거주하는 송파구 소재 빌라를 찾아내, 당시 집에 있던 A씨 어머니와 초등학생 동생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

때문에 경찰의 성범죄 피해자 가족 신변보호 관련 내규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이번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스토킹이나 성폭력 범죄자가 자신을 떼어놓으려는 피해자 가족이나 지인을 향해 적개심을 갖고 보복하려는 사건이 흔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인력 부족으로 인해 성범죄 피해 당사자가 아닌 가족이나 주변 지인들에 대한 보호조치를 적극적으로 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당장 신변보호 대상에게 제공하는 스마트워치 기기도 올해는 3700대뿐이지만, 신변보호 수요는 1만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sp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