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도시(방준호 지음, 부키)=오래된 빵집과 근대문화유산의 도시로 익숙해진 도시 군산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제조업의 도시였다. 1988년 국토균형성장에 따라 군산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고 기계·자동차 및 관련 부품 산업이 자리잡았다. 그 중심에는 대우가 있었다. 120만평 부지에 대우자동차 공장이 세워지고 1996년 가동을 시작했다. 당시 스물여섯살 군산 토박이 김성우는 1기 특차생으로 대우자동차에 취직했다. 대우 다닌다고 하면 1등 신랑감이던 시절이었다. 2000년대엔 제2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고 현대중공업 군산 조선소가 들어섰다. 조선소를 따라 선박 블록, 기자재 업체들이 들어왔다. 그렇게 활기가 넘치던 도시는 2017년7월 현대중공업이 가동을 중단하고, 2018년 5월31일 한국지엠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분위기는 확 가라앉았다. 20년 넘게 한국지엠 공장에 몸담았던 김성우는 최근 6개월 짜리 계약직에 사인했다. 전기차 기업 명신이다. 그는 명신이 옛 한국지엠 자리에 들어온다는 말에 들떴다. 스물세 살의 강민우는 대우차 공장 노동자가 되고 싶어 1997년 군산 대우자동차 직업기술훈련원에 들어갔다. 교육과 연수 등을 거치면 당연히 갈 수 있는 자리였다. 그러나 IMF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비정규직이라는 새로운 표준이 등장했다. 강민우는 그렇게 비정규직 1세대가 됐다. 2000년 대우차가 최종 부도처리되자 비정규직인 그는 회사를 떠나야 했다. 책은 현직기자인 저자가 한국 지엠 군산 공장이 문을 닫은 후, 군산사람들은 그 이후를 어떻게 살아냈는지 취재한 이야기다. 저자는 6주동안 30여명의 평범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실업급여가 중단되고 재취업을 희망했지만 결국 치킨집을 차릴 수 밖에 없었던 현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떠받치던 원룸존 등 기업이 떠난 도시의 황량함을 전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산업구조가 바뀌고 있는 현재, 남일 같지 않다.

▶왜 불치병은 호전되는가(켈리 터너 지음, 박상곤 옮김, 에쎄)=최근 개그맨들의 암투병 소식이 전해지면서 암에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많다. 한편에선 항암치료 대신 대체치료를 찾기도 한다. 그러나 대체 치료나 자연치료 등의 정보는 흝어져 있고, 흔히 광고와 연계, 신뢰성이 의심을 받곤 한다. 켈리 터너 박사는 대체치료로 건강을 찾은 1000여건의 기적적인 증례와 완전치유 생환자, 대체요법 치료사에 대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암 환자들이 알고 싶어하는 자연치유 지식을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터너는 자연치유에 영향을 주는 75개 이상의 요인 가운데 결정적인 9개를 찾아냈다. 근본적인 식단변화, 직관 따르기, 허브와 보조제 활용, 억눌린 감정 해소, 긍정적 감정 늘리기, 사회적 지지 받아들이기, 영적 교감의 심화, 살아야 할 강력한 이유 찾기 등이다. 저자는 생환자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암을 치유하기 위해 아홉 가지 요소를 실천에 옮겼다는 데 주목한다. 또한 생환자들이 수동적으로 치료됐거나 우연적으로 치유된 것이 아니라 당사자의 신체적·정신적·영적 노력으로 이뤄낸 결과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 채식 위주, 적색육 금지, 유기농 음식 섭취 등으로 식단을 조정하고 통제하는 것이다. 면역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허브 보조제 사용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여기에만 의존하는 건 옳지 않다. 치료과정에 환자가 능동적으로 임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의사는 조력자일 뿐이다. 저자는 또한 치료보다도 일상적인 삶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매일 5분의 행복이 어떤 약보다도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책은 헛된 희망 대신 과학적인 근거와 중립적인 시선으로 무엇이 자연치유를 이끄는지 친절하게 들려준다.

▶나랑 하고 시픈 게 뭐에여?(최재원 지음, 민음사)=올해 제40회 김수영문학상 수상자인 최재원 시인의 첫 시집. 2019년 데뷔, 문단에 알려지지 않은 시인이 이 표제시로 굵직한 상을 수상하면서 화제가 됐다. 도발적인 제목의 시집 답게 형식과 내용에 얽매이지 않는 거침없는 시들이 인상적이다. 80편의 시들은 3행의 짧은 시부터 원고지 50장을 넘기는 산문시까지 시의 지평을 탐색한다. 시어들도 욕설과 사투리, 성적 언어, 온라인 대화 메시지 등 날 것 그대로 경계없는 시적 공간에서 자유롭게 요동친다. 시들은 일상에서 포착되지만 이내 미끄러져 다양한 의미망으로 흘러들어간다. 닿고자 하는 곳은 흐려 보이지 않고, 미로는 복잡해진다. 결국 길을 잃는다. 버스기사와 승객이 경상도 사투리로 실랑이하는 대화, 문방구에 자수하러 간 화자의 귀에 들려오는 아이들의 말들을 따라가다면 어느덧 소리는 냄새로 치환된다. 시에는 물리학적 기호들도 종종 등장한다. 밤늦은 번화가에서 술에 취한 사람들을 태우고 떠나는 택시가 사방으로 흩어지는 모습을 보며 액체 혹은 기체의 입자들이 보이는 브라운 운동을 떠올리거나 첫 눈에 반한 신비로운 사람을 보고 위치를 특정할 수 없는 속도로 원자주변을 맴도는 전자에 빗대는 식이다, 일상을 깊이있게 들여다보지만 닿지 못하는 시인의 혼란은 표제시 ‘나랑 하고 시픈게 뭐예여?’에 그대로 드러나는데, “가장 표면에 있는 것들이 너의 가장 아득한 곳을 담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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