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모욕죄로 시민 고소했다 취하한 사건 관련

인권위 “대통령, 사적영역 존재”…진정 각하하자

법세련 “표현의 자유·인권 침해…재조사 요청”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9일 충남 공주시 공주대 옥룡캠퍼스에서 열린 공주대 부설 특수학교 설립 간담회에 참석,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연합]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9일 충남 공주시 공주대 옥룡캠퍼스에서 열린 공주대 부설 특수학교 설립 간담회에 참석,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을 비방하는 전단을 배포한 시민을 모욕죄로 고소했다가 취하한 사건과 관련해 인권위가 내린 진정 각하 결정을 취소하라는 행정심판이 청구됐다.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은 30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가 문재인 대통령의 고소는 ‘국가기관 등의 업무수행’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제기한 진정에 대한 각하 결정을 내렸는데 이는 판단 착오”라고 비판했다. 법세련은 회견 후 “인권위는 각하결정을 취소하고, 재조사해 (문 대통령의 고소가)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하라”는 내용의 행정 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법세련에 따르면 30대 청년 김정식 씨는 2019년 7월 국회 분수대 주변에서 ‘문 대통령의 선대가 친일을 했다’는 내용과 문 대통령은 ‘북조선의 개’라고 비하하는 내용이 실린 전단을 배포했다. 그해 12월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김씨에 대해 모욕죄 등 혐의를 적용해 수사했고, 올해 4월 경찰은 김씨를 모욕죄 등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5월 초, 문 대통령은 청와대 박경미 대변인을 통해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히며 고소를 취하했다.

이에 법세련은 지난 5월 7일 “비판이 과하다는 이유로 대통령이 국민을 모욕죄로 고소한 것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인권위 결정을 구하기 위해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인권위는 “문 대통령이 대통령 신분이라 여기서 발생하는 특수한 공적 영역과 자연인으로서의 사적영역이 존재하며 이를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모욕죄는 대통령 신분이 아닌 자연인만 고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권위 조사 대상인 국가기관의 업무 수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각하 결정했다.

법세련은 “표현이 다소 과하다는 이유로 대통령이 일반 국민을 고소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대통령의 정책 결정이나 업무수행 관련 사항은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하고 이는 표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될 때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법세련 측은 “모욕죄 고소권자로 법인이나 법인격 없는 단체도 포함되므로 대통령의 고소도 국가기관의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고소를 검토하고 추진한 주체가 청와대 참모진이라고 하는데 그럼 대통령이 사적인 일에 공적 기관을 이용한 것이므로 권한 남용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권위는 이번 사건을 통해 분명한 입장을 밝혔어야 했음에도 각하라는 꼼수로 국민의 인권침해에 눈 감은 것은 대단히 비겁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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