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식 120마리 남방큰돌고래

관광선·해양 쓰레기로 멸종 위기

우리세대 이후 영원히 못볼수도

폐어구 등에 의해 꼬리가 잘린 것으로추정되는 남방큰돌고래 ‘오래’
폐어구 등에 의해 꼬리가 잘린 것으로추정되는 남방큰돌고래 ‘오래’

인류가 처음으로 제주도에 정착지를 세웠던 1만 년 전, 이미 제주 바다에는 남방큰돌고래가 살았다. 진한 회색빛을 띤 유선형의 몸, 밝은 회색이 도는 배, 머리 위쪽에 있는 숨구멍으로 사람처럼 폐호흡 하는 포유류로 120여 마리가 우리나라 제주도 연안에서만 산다.

그런데 남방큰돌고래가 벼랑 끝에 몰렸다.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헤럴드경제 ‘라스트 씨’ 취재팀이 추적한 결과, 관광객을 태운 배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24회 이상 남방큰돌고래 떼를 집요하게 쫓아다녔다. 코로나19 이후 관광객이 몰리면서 운행 선박은 전년 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남방큰돌고래가 선박 ‘회피’ 행동을 하면서 한 행동을 지속하는 시간이 짧아졌다. 장수진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 연구원은 “남방큰돌고래는 먹잇감을 찾고 이를 먹는데 하루의 40% 이상 시간을 사용한다”라며 “그런데 선박이 다가올 때마다 이 행동이 단절된다. 우리가 밥을 먹고 있는데 5분마다 자꾸 전화가 오는 상황과 같다”고 설명했다.

여러 대의 돌고래 관광 어선이 남방큰돌고래 떼에 다가가는 모습은 일본 다이지 마을에서 고래를 사냥하는 방식과 닮았다. 남방큰돌고래는 선박들에서 나오는 소음을 하나의 그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김병엽 제주대 해양과학대 교수는 “돌고래 관광선이 서로 경쟁하면서 남방큰돌고래에 붙으면서 돌고래는 배와 육지 사이에서 더 이상 빠져나갈 수 없는 코너로 점점 몰린다”라며 “유영을 거칠게 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해양수산부도 위험에 처한 남방큰돌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 2017년 배가 돌고래 무리 50m 이내로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보호규정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 규정이 단순 가이드 라인이다 보니 선박회사가 규정을 위반해도 어떠한 법적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남방큰돌고래가 서식하는 지역과 정확하게 겹치는 곳에는 제주 해상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게 된다. 김미연 MARC 연구원은 “돌고래는 음파를 이용해 ‘세상의 지도’를 인식한다”라며 “그런데 발전단지를 짓기 위해 땅을 파고 큰 선박이 계속 다니면 그 소음으로 돌고래는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1분마다 트럭 한 대 분량의 플라스틱 쓰레기도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 취재팀은 해조류를 지느러미에 걸치며 노는 남방큰돌고래가 해양 쓰레기를 가지고 노는 모습을 포착했다. 폐어구가 지느러미나 꼬리에 걸려서 고통스럽게 죽어가거나 구강암에 걸린 남방큰돌고래도 여럿 발견됐다.

고래, 돌고래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비유된다. 숨을 쉬기 위해 수면으로 올라온 고래들은 배설물을 방출해 식물성 플랑크톤이라는 아주 작은 식물에 비료를 준다. 이 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하면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우리가 마시는 산소의 50%를 만들어 낸다.

해양의 최상위 포식자인 고래의 죽음은 바다의 죽음과 같다. 바다가 죽으면, 인간도 살 수 없다. 모든 생명은 생명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한 생명의 죽음이 죽음으로 끝나는 경우는 없다. “고래도 인간들처럼 포유류입니다.” 제주에서 만난 연구자 모두가 한 목소리로 취재팀에 전했다. 이정아 기자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d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