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팀 초기 ‘이재명 지사 소환조사 필요’
수사기록상 일부 혐의 기소→무혐의 바뀐 정황 포착돼
성남지청 형사1부와 박하영 차장검사 직접 수사도 검토
박은정 지청장 ‘재검토’ 과정 모두 기록으로 남아
김오수 검찰총장, 진상파악 지시…감찰·수사 여지 남겨
[헤럴드경제=좌영길·안대용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성남FC 의혹’ 고발사건을 1차 수사했던 경찰이 이 후보를 소환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음에도 이 절차를 생략하고 무혐의 처분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박은정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이 보완수사를 벌이지 못하도록 한 것인지 진상파악이 이뤄질 예정인 가운데, 향후 결과에 따라 사실상 재수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7일 검찰 안팎에 따르면 성남지청 형사1부 허모 검사와 김모 부장검사는 경찰 사건 기록을 검토한 뒤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사건 기록상 경찰도 초기에는 기소 방향으로 사건을 수사했던 정황이 여럿 드러나 있었고, 특히 두산건설의 성남FC 후원과 관련해서는 경찰이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후보를 소환조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실제 경찰은 이 후보 측과 소환조사 일정을 타진했지만, 서면조사를 하는 데 그쳤다.
성남지청 형사1부는 자금 흐름 등 강제수사가 부족해 사실상 경찰 수사가 미진하다고 보고 보완수사하기로 했다. 사건 기록상 초반에는 두산건설 관련 의혹에 대해선 혐의 성립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다가, 부자연스럽게 종결된 정황이 있는 만큼 이 부분을 보완수사를 통해 해소하는 게 옳다는 판단이었다. 이 과정에서 직접 수사 필요성도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하영 차장검사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박 지청장에게 보고했지만, 수차례 다시 검토하라는 취지로 반려됐고 지난해 9월 이의신청에 따라 검찰이 사건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후 4개월이 흘렀다. 나중엔 박 지청장이 직접 사건을 검토하겠다며 기록을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에선 박은정 지청장이 명시적으로 ‘수사하지 말아라’라고 막지 않았더라도, 기관장 결재 사안이 아닌 보완수사 요구 처리를 두고 반복해 돌려보낸 것이 사실상 수사하지 말라는 취지라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하영 차장검사의 사의표명으로 논란이 확산하자 김오수 검찰총장은 관할 검찰청인 수원지검에 진상파악을 지시했다. 수사팀은 박은정 지청장에게 수차례 보완수사를 요구하고, 사실상 거절당한 일련의 과정을 모두 기록으로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박은정 지청장이 어떤 지시를 했느냐 내용에 따라 징계 혹은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조사 결과 대검이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 이 후보의 성남FC 의혹 사건에 대해 사실상 재수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박은정 지청장과 수사팀 사이 의견차이가 있었다고 밝혔다. 박하영 차장검사사 사직 의사를 밝힌 당일 박은정 지청장이 보완수사를 막은 적이 없다고 해명한 것과는 다른 맥락의 발언이다.
실제 2007년 대법원은 부당하게 ‘사건을 빨리 종결하라’고 독촉한 신승남 당시 검찰총장 사건에서 직권남용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사례가 있다. 다만 신 전 총장 사건에선 실제 수사팀이 압수수색을 포기하고 내사 종결로 이어졌지만, 이번 사건은 처분이 이뤄지기 전 단계에서 문제가 불거졌다는 차이가 있다. 대법원은 2010년 상급 경찰관이 부당하게 수사를 중단시키거나 다른 경찰서로 이첩하게 한 경우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한 예도 있다.
이 사안은 2018년 지방선거 전 당시 바른미래당이 이 후보를 고발하면서 시작된 사건이다. 바른미래당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기업들에 성남FC 광고비 등으로 160억여 원을 내도록 했다며 고발했다. 기업들은 각각 수십억 원의 협찬금을 냈지만 성남FC는 특별히 기업 광고를 하지 않았다. 제3자 뇌물제공 혐의로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지난해 9월 이 후보를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처분했다. 하지만 고발인 측이 경찰의 무혐의 처분에 반발해 이의신청 했고, 경찰은 사건을 같은 달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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