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행동하는보통남자들, 9일 기자회견

“청년남성 겪는 문제, 페미니스트 때문이 아냐”

“정치·언론에서 성별·세대 갈라치기 하고 있어”

“‘남자다움’이라는 성별 고정관념·가부장제 악습 깨야”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기자회견 포스터. [행동하는보통남자들 제공]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기자회견 포스터. [행동하는보통남자들 제공]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이른바 ‘이대남’이 여성 혐오를 펼치고 있단 편견에 남성 단체에서 목소리를 냈다. 이 단체는 정치권에서 성별과 세대로 인한 갈라치기가 혐오를 조장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촉구했다.

시민사회단체 ‘행동하는보통남자들’은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남성의 요구’라며 혐오와 차별을 일삼는 이들의 목소리가 정치권에, 언론에 울려 퍼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청년 남성인 우리가 경험하는 문제의 원인이 페미니즘이나 어떤 페미니스트 때문이 아니다”며 “여성가족부를 없애거나 여성이 군대에 간다고 해서 지금 내가 겪는 문제가 해결되거나 성평등이 되지 않는다. 지금 정치와 언론이 펼치고 있는 성별과 세대 갈라치기가 그 어떤 세대와 성별의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견에서 고선도 씨는 “페미니즘은 저에게 여성을 성애적 대상으로만 생각하지 않게 해줬고 잠재적 연애 대상이 아닌 동료로서 관계를 맺고 살아갈 수 있게 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간은 남성만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다”며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남성의 눈으로만 보아온 반쪽짜리 세상을 보다 온전히 볼 수 있게 됐다. 젠더갈등을 해결해 내는 것도 결국 페미니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단체는 정치권과 미디어에서 청년 남성을 그려내는 모습을 부정하면서, 가부장제의 폐해와 성차별에서 벗어나 성평등으로 나아갈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혐오·차별 없는 세상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미래를 꿈꾸는 사람이다. 남성을 위하고 남성의 마음을 얻겠다는 정치가 왜 약자를 외면하는 정치여야만 하나”고 반문했다.

이 단체는 ‘남자다움’이라는 성별 고정관념과 가부장제의 악습을 깨기 위해 나서야 강조했다. 이어 “이 세상에 그저 ‘이대남’으로만 존재하는 사람은 없다. 정치권과 미디어는 혐오를 부추기는 것을 멈추고 성평등을 위한 진지한 고민과 구체적인 정책을 보여줘야 한다”며 “우리는 서로 헐뜯으며 경쟁하기보다 여전히 남아있는 성차별을 개선해 공존하고 싶다”고 요구했다.

트랜스젠더인 30대 남성 김정현 씨는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트랜스젠더들이 살아가고 있지만 주민등록번호라는 생각보다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혀 취업 등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경우 소위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많은 병원에서 법정대리인인 부모를 데리고 와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청소년 시기에는 아예 트랜지션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한국 사회에서 성전환이 어려운 문제에 대해 외과 수술 비용의 의료보험화를 주장했다. 트랜스젠더의 주민등록번호 뒷자리에 대한 의문을 멈춰줄 것도 호소했다. 그는 “현재 법적 성별 정정을 하기 위해서 받아야 하는 외과 수술은 비급여로 수술을 받는 사람이 전액 부담하고 있다”며 “자신이 자신의 모습대로 살아가려고 하는데 법원에서는 수술이 필수라고 하고 그 필수적인 것을 국가의 도움 하나 없이 많은 비용과 많은 부담을 안고 해야 한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고 지적했다.


yckim645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