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매진사례…인기비결은?
실패없는 흥행보증 수표·스테디셀러
‘레베카’ ‘지킬 앤…’ ‘프랑켄슈타인’
촘촘한 스토리·반전의 묘미 매력
수많은 명장면·역대급 넘버 탄생
스타배우 총출동 연기 변신 압권
뮤지컬 계에도 이른바 ‘스릴러 삼총사’가 있다. 인간의 광기와 욕망이 초래하는 비극적 사건들을 다루는 이 작품들은 소위 말하는 ‘스테디셀러’다. 스타 배우들이 총출동해 연일 매진 사례를 기록하니, 스릴러 열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흥행보증수표’ 첫 작품은 ‘레베카’(2월 27일까지, 충무아트센터)다. 뮤지컬계의 대표적인 스릴러 물이다.
‘레베카’는 다프네 듀 모리에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스릴러의 거장’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로도 유명해진 이 작품은 무대로 옮겨오며 국내 대표 ‘스테디셀러 뮤지컬’로 자리했다. 2006년 오스트리아에서 초연된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누적관객이 1900만명에 달한다. 한국에서도 83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인기작이다. 다만 현재는 출연진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오는 11일까지 공연이 취소된 상태다.
‘레베카’의 매력은 촘촘한 스토리에 있다. 작품은 누구나 선망하는 영국의 아름다운 대저택 맨덜리에서 벌어진 사건을 다룬다. 이 저택의 주인은 지금으로 치자면 재벌2세쯤 되는 막심 드 윈터. 그는 아내 레베카와 사별한 뒤 새로운 연인 나(I·아이)를 만나고, 집사인 댄버스 부인이 지키고 있는 맨덜리로 돌아와 신혼 생활을 시작한다.
1막은 막심과 나의 만남, 나의 좌충우돌 맨덜리 입성기를 다룬다면 2막은 본격적으로 레베카의 죽음을 추적하는 스토리로 나아간다. 작품은 반전을 거듭하는 서스펜스와 서사,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고 빛나는 입체적인 캐릭터, 귓전에 끝도 없이 맴도는 킬링 음악(넘버)이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가장 강렬한 넘버는 180분 내내 작품을 지배하지만, 단 한 장면에서도 등장하지 않는 레베카를 갈망하는 넘버 ‘레베카 ACT2’다. 광기 어린 감정과 3옥타브를 넘나드는 폭발적인 고음의 이 넘버는 댄버스 부인 역의 옥주현 신영숙이 소화한다. 한 번 더 불러주길 나도 모르게 기다리게 된다. 작품의 최대 볼거리다.
‘인간의 이중성’을 정조준한 또 다른 스릴러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5월 8일까지, 샤롯데씨어터) 역시 수많은 명장면과 역대급 넘버를 탄생시킨 스테디셀러다.
‘지킬 앤 하이드’의 한국 공연은 전 세계 프로덕션 중 가장 완성도 높은 무대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은 2004년 첫 공연 이후 17년간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흥행보증수표’로 공연계에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3년 만에 다시 돌아온 이번 시즌 역시 출발부터 화제였다. 10여년 전 이미 ‘홍지킬’ 신드롬을 일으킨 홍광호를 필두로 류정한 신성록이 지킬과 하이드 역할을 맡아 극을 이끈다. 세 사람은 오는 20일까지 공연을 이어가고, 2월 25일부터 두 번째 공연은 박은태 카이 전동석이 맡아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지킬 앤 하이드’ 역시 서사가 탄탄하다. 작품은 한 사람이 가진 두 가지 인격을 들여다보며 인간 본성을 깊이 있게 성찰한다. ‘지킬 앤 하이드’ 는 선량하고 존경받는 인품의 지킬 박사의 선택과 그 선택을 향한 집착과 욕망에서 시작된다. 선과 악을 분리할 수 있는 치료제 연구를 위해 자신의 몸에 선악을 조절하는 약품을 주입하는 주인공 지킬 박사. 약품의 개발은 성공적이었다. 최고의 신사라고 생각했던 지킬 박사 안에도 자리하고 있던 ‘악의 자아’ 하이드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전혀 다른 두 인격 지킬과 하이드를 오가는 명연기는 이 작품의 ‘킬링 포인트’다. 분장, 목소리, 눈빛, 몸짓, 반응의 속도에 이르기까지 한 무대 안에서 시시각각 달라져야 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압권이다. 이 뮤지컬을 보지 않았어도 익히 알려진 ‘지금 이 순간’을 배우들의 폭발적인 라이브로 듣는 것도 큰 매력이다.
기괴하고 잔혹하다. 인간의 지독한 광기는 ‘프랑켄슈타인’으로 이어진다. 3년 만에 다시 무대로 돌아온 토종 ‘창작 뮤지컬’이다. 메리 셸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작품은 19세기 유럽 나폴레옹 전쟁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위스의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전쟁에서 죽지 않는 군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그러던 중 신체 접합술에 뛰어난 앙리 뒤프레를 만나 오랜 꿈을 완성한다. ‘프랑켄슈타인’은 빅터와 그가 만든 죽은 자의 신체를 이어붙인 피조물 ‘괴물’의 이야기를 다루며 비극적 ‘피의 복수’로 나아간다.
현재 출연 중인 배우들의 연기 변신이 압권이다. 출연 중인 모든 배우가 1인 2역을 연기한다. ‘미성의 발라더’이자 실력파 뮤지컬 배우로 발돋움한 규현은 빅터 프랑켄슈타인 역할을 맡아 완벽한 뮤지컬 발성을 소화하며 신을 꿈 꾸는 그릇된 욕망을 향해간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가하면 야비한 자본주의의 속물이자 우스꽝스런 쟈크 역을 실감나게 그린다.
빅터에게 한결같은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약혼녀 ‘줄리아’이면서 상처받은 괴물을 유일하게 보듬어 주는 격투장의 하녀 ‘까뜨린느’ 역을 맡은 해나도 변신에 성공했다. ‘모차르트!’, ‘그레이트 코멧’ 등을 통해 봐온 해나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프랑켄슈타인’의 까뜨린느 역을 통해 그려지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평범했던 한 인간 앙리 뒤프레와 독특한 발성과 저음과 고음을 넘나드는 폭넓은 음역대의 괴물을 소화하는 박은태도 무서울 정도로 완벽히 다른 두 캐릭터를 보여준다. 앙리와 괴물 역(박은태 카이 정택운)은 극과 극의 캐릭터인 만큼 배우의 체력소모, 감정소모 역시 만만치 않다. 수만 개의 별이 빛나는 호숫가에 어린 아이와 나란히 앉은 괴물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슬프도록 아름답다. 그리고 잔인하다. 작품의 명장면 중 하나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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