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petroleum)’라는 단어는 그리스어로 암석을 의미하는 ‘페트로(petro)’와 기름이란 뜻의 라틴어 ‘올레움(oleum)’이 합쳐진 말이다. 성경에 등장하는 예수님의 제자 베드로(petros)도 이름의 사전 정의가 ‘반석’인데, 이와 어원이 같다. 석유는 말 그대로 ‘돌(石)에서 나오는 기름(油)’이다. 독일의 광물학자 게오르크 바우어(Georg Bauer)가 1546년 출간한 책을 통해 처음 사용했다. 이후 1859년 철도회사 직원이었던 에드윈 드레이크가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시추를 시작하면서 석유 시대가 개막되었고, 이후 록펠러가 정유사업에 뛰어들면서 관련 산업은 19세기 후반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게 된다.

드레이크가 유전을 파기 시작한 지 200년이 채 되지 않아 전 세계에는 탈(脫)석유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는 코로나19도 결국 기후 변화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은 석유발(發) 탄소발생 줄이기 조치에 방아쇠를 당겼다.

기업들도 ‘석유 지우기’에 한창이다. 정부 시책에 부응하기 위함이지만 석유를 떠올리면 구시대 산업이 연상되고 환경 저해 인식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각 회사는 여전히 사업의 맏형 역할을 하고 있는 석유 홍보를 줄이는 대신 수소, 태양광, 풍력, 이차전지 등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사업 앞세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명에 ‘석유’라는 단어가 들어간 회사도 점차 줄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트랜지션(전환) 열풍과 달리 석유 사용량은 줄지 않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석유 소비량은 약 9억3700만배럴로, 2020년 대비 7%(약 6000만배럴) 늘었다. 이는 역대 최대 소비를 기록했던 2017년(9억4000만배럴)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또 세계 인구의 증가, 개발도상국 수요 상승, 대체 운송에너지 발굴 지연 등으로 석유 수요의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1년 세계 에너지전망 보고서에서 2050년 석유 수요는 하루 1억300만배럴에 도달해 2020년(일 8800만배럴) 대비 17%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이라도 석유에 종언이 고해질 것으로 보이는 분위기와는 정반대의 전망이다.

IEA는 2030년 세계 자동차 중 전기차 비중이 7%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8년 뒤에도 여전히 93%가 기존 화석 연료 차량이라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배터리의 핵심 광물인 리튬 가격이 이달 들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0% 이상 증가, 수급 불균형이 2030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S&P 글로벌 플래츠)이 나오는 등 원료 가격 변동은 전기차 보급의 장애물이다.

결국 에너지 정책이 ‘열정(친환경 전환)과 냉정(석유 소비증가) 사이’에서 중심 잡기가 필요해 보인다. 탄소중립은 전향적으로 추진하되 현 사용 실태를 반영한 현실적인 클린에너지 전환이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 최근 제주 풍력단지에서 생산한 수소를 허공에 방출한 것과 같은 소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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