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의 계급별 인력비율을 보면, 상위직과 중간관리직은 극도로 왜소한데 하위직은 비대한 모습이다. 4급(총경) 이상이 0.5%, 5ㆍ6급(경정ㆍ경감)이 7.3%, 경위 이하가 92.7%이다. 그림으로 표시하면 중간부터 위쪽이 뾰족해지는 에펠탑 내지 첨탑 모양이 된다. 반면 국가일반직의 경우 4급 이상이 6.4%, 5ㆍ6급이 35.7%이고, 7급 이하는 57.8%으로 대략 종 모양을 이뤄 대비를 이룬다. 여타 행정부처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찰의 상중박 하후 인력구조는 그간 여러 문제점을 드러냈다. 중ㆍ상위직의 통솔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업무과중ㆍ관리부실 문제를 초래한다. 수사의 법적권한 면에서도 문제가 크다. 형사소송법상 사법경찰관은 경위 이상으로 한정시키고, 경사ㆍ경장ㆍ순경은 사법경찰리로 수사보조자로만 규정돼 있다. 사법경찰리가 전체의 82.4%를 점하고 있어 실제 대부분의 수사를 할 수밖에 없는데 법적으로는 권한없이 대충 수사하라고 방치해둔 셈이다. 법과 현실의 괴리다.

인사적체의 부작용도 심각하다. 승진의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한 과도한 경쟁은 당연지사다. 이로 인한 업무공백도 있다. 승진의 중압감, 패배감이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게다가 11계급으로 승진단계도 많아 부작용이 더 커진다. 입직경로별로 이해관계가 대립하고 조직융화가 저해되기도 한다. 승진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도 끊이질 않을 것이다.

보수 불이익도 크다. 초임이 일반직과 같더라도 승진을 못하니 상대적으로 낮은 보수를 받게 된다. 이는 퇴직후 연금에도 불이익을 미친다. 주로 하위직에 머물다보니 재직기간 평균소득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 300만~400만원 연금수급자가 교육직 48.6%, 일반직 11.3%이지만, 경찰은 4.2%에 불과하다. 퇴직후 평균수명이 가장 짧은 직업임에도 말이다. 공안직으로 분류된 법무부 소속에 비해서도 더 낮은 보수체계를 적용받으니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만하다.

경찰도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 변화도 있었지만 역부족이다. 근속승진이 확대됐지만, 하위직의 조기승진 기회는 외려 줄어들었다.

중ㆍ상위직 증원은 과학ㆍ전문ㆍ정책치안이라는 미래 치안의 세계적 추세에도 부합한다. 수사경찰을 모두 간부로 임용하는 독일사례도 있다. 수사전문성과 인권보호를 중시한 결과다. 미국도 수사관 발령은 승진이고, 별도의 전문직 보수체계로 우대한다.

일본도 90년대부터 중ㆍ상위직을 획기적으로 확충했다. 치안업무의 전문ㆍ고도화, 경력공무원의 전문성 활용, 처우개선 등이 추진근거였다. 순경(순사)에서 승진하면 곧바로 경사(경시)로 임용되고, 경장(순사장)은 미승진자 우대제도로만 운용하는 것도 참고 할 만하다.

경찰관이 10만명이 넘다보니 예산부처의 반대가 개선을 가로막고 있지만 부당한 처우를 경찰관에게만 강요해서는 안 될 일이다. 현안의 경찰관 증원이 하위직 위주여서만은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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