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원자재 확보 ‘비상플랜’

2030년 수요 5~6배로 급증

수년내 공급난…가격 치솟아

광산업체 장기계약·지분투자

재활용 기술 확보에도 박차

이차전지의 핵심 원자재인 리튬과 니켈의 수요가 오는 2030년 올해보다 5~6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수요 급증 및 공급 불안정으로, 3년 뒤부터 두 원자재 모두 공급난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원자재 가격 상승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어 업계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에따라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해외 광산업체와 장기계약을 체결하고, 지분투자에 나서는 등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기차 패러다임의 급격한 전환에 따른 배터리 생산 능력이 향후 전 세계 산업 지형을 재편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3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30년 전 세계 이차전지용 리튬 수요는 LCE(Lithium Carbonate Equivalent) 기준 273만9000t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예상 수요인 52만9000t보다 5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금액 규모는 2030년 821억6400만 달러(한화 약 98조원)로, 올해(132억1600만 달러)보다 521.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니켈 수요는 2030년 올해(38만5000t)보다 약 6배 성장한 237만t으로 관측된다. 금액으로는 710억8800만 달러로, 올해(77억400만 달러) 대비 무려 9배에 달한다.

전기차 한 대당 니켈 소모량은 올해 35㎏에서 2030년 41㎏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니켈 수요 증가는 타 광물보다 더 빠를 것으로 SNE리서치는 분석했다. 특히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 유럽 등에서 공격적으로 생산 시설을 확충하고 있어 리튬과 니켈의 확보가 더욱 중요한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2030년 필요한 리튬과 니켈은 각각 74만9000t, 64만8000t이다. 올해 리튬 니켈 수요가 각각 12만5000t, 9만1000t인 점을 고려하면 6~7배 이상이 더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제는 급증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SNE리서치는 이차전지용 니켈의 경우 2024년부터, 이차전지용 리튬은 2025년부터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가격 역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리튬 가격은 탄산리튬 기준 지난 21일 ㎏당 432.5위안을 기록했다. 1년 전(70위안)과 비교해 가격이 518% 급등했다. 니켈 가격은 지난 21일 기준 t당 2만4870달러로, 1년 전(1만9689) 대비 26% 증가했다. 특히 니켈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전월 평균 대비 11% 급등하는 등 한 달 새 상승세가 더욱 매섭다. 러시아는 세계 니켈 공급량의 약 49%를 책임지고 있다.

또 다른 배터리 핵심 소재인 코발트의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 21일 기준 코발트 가격은 t당 7만2500달러로 1년 전(5만985달러)과 비교해 42% 올랐다. 특히 코발트의 경우 현재와 같은 수요가 계속될 경우 약 10년 뒤면 매장량이 고갈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현재의 글로벌 시장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원자재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기업들이 장기구매 공급계약, 광산업체 지분투자 등을 통해 원자재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독일 ‘벌칸 에너지’와 수산화리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8월엔 호주의 배터리 원재료 생산업체인 ‘오스트레일리안 마인즈’와 니켈 가공품(니켈·코발트 수산화 혼합물) 장기 구매계약을 맺었다. 앞서 6월엔 호주 니켈·코발트 제련기업인 ‘QPM’에 약 120억원을 투자해 지분 7%를 인수하고, 니켈·코발트 장기 구매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세계 최대 리튬 생산업체 중 하나인 칠레 ‘SQM’과 2029년까지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시그마 리튬, 라이온타운 등 리튬 정광(수산화리튬 원료)을 생산하는 해외 광산 업체들과도 중장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SK온의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중국 ‘EVE에너지’와 양극재 합작법인을 세우고, 양극재를 공급받기로 했다. 앞서 2019년엔 스위스의 ‘글렌코어’와 2020년부터 5년간 코발트 약 3만t 구매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삼성SDI는 중국 최대 리튬 생산 기업인 간펑리튬의 지분 1.8%를 매입, 리튬 확보에 나섰다. 또 QPM의 테크프로젝트를 통해 3~5년간 니켈을 매년 6000t씩 공급받기로 했다.

배터리 3사는 폐배터리를 분해해 니켈, 코발트 등 핵심 광물을 추출, 전기차용 배터리로 다시 제조하는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작년부터 이어진 핵심 광물 가격 상승세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더해져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며 “지분투자, 전략적 파트너십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원자재 수급 안정화를 도모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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