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의 작은 마을에서 한 중년 여성이 갑자기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메리는 실종 신고 5일 전, 코트를 입은 채 퇴근했다. 메리가 동료에게 했던 마지막 말은 남편이 거짓말로 자신을 여러 번 속였기 때문에 집에 가서 남편을 쫒아내겠다는 것이었다. 메리는 그날 근무 중에 은행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메리 부부가 작성한 5만 파운드 대출 신청서에 약간의 부정이 있다고 했다. 메리는 그런 서류에 서명한 적이 없었다. 메리의 남편은 여러 번의 사업 실패로 채무가 늘어 곤란한 상태였다.

수사팀은 욕실에서 메리의 혈흔을 발견했고 욕실 하수관의 U자 부분에서 작게 부서진 치아 조각 하나를 찾아냈다. 그리고 세탁기 문 주변에서 핏자국을, 세탁기 필터에서 뼛조각으로 보이는 작은 조각을 발견했다.

메리의 뼈는 왜 세탁기 속에 들어있었던 걸까?

세계적인 법의학자 수 블랙은 ‘나는 매일 죽은 자의 이름을 묻는다’(세종)에서 자신이 법의인류학자로 활동하며 겪었던 실제 사건들을 들려주며 뼈가 담고 있는 사건의 진실과 뼈 한 조각으로 죽은 자의 신원을 밝혀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블랙은 우리 몸의 200개의 뼈 하나하나에는 고유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며, 뼈는 살아숨쉬는 복잡한 기관이라고 말한다. 채식주의자의 식단은 뼈에 새겨지고 운동하다 부러진 뼈에는 그 흔적이 남는다. 왼손잡이였는지 오른손잡이였는지 걷는 방식은 어땠는지 뼈는 말해준다.

뼈에 새겨진 기억과 상처를 해독하는 일, 법의인류학자로서 블랙은 “우리 일은 짧은 멜로디만 듣고 곡명을 알아내는 퀴즈 같다”고 말한다.

블랙은 실종 신고도 돼 있지 않은 여행가방 속 토막 나고 훼손된 시신의 신원을 밝혀내는가하면, 숨진 이의 다리뼈에서 어린 시절의 정신적 충격과 학대의 증거를 찾아내고, 두개골을 보고 피해자의 얼굴을 복원해낸다. 그 뿐만 아니라 발뼈에서 발견된 흔적을 통해 시리아 대량 학살 과정에서 고문이 있었음을 밝혀내기도 한다.

책에는 우리에게도 충격을 준 영국 시골길에 버려진 여행가방 속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유학생 진효정 사건을 다루는데, 수사가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블랙은 당시 검시에 참가해 신원을 특정해낸 주인공이다.

스타 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유명한 백금과 8000여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은 해골 작품 ‘신의 사랑을 위하여’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눈길을 끈다. 평소 허스트의 어머니는 그에게 ‘제발(for the love of God) 다음에는 뭐를 할 거냐?고 묻곤 했는데, 이 작품을 만든 뒤 그 제목을 붙였다는 것이다. 블랙은 허스트가 유골에서 치아를 뽑아 백금을 입힌 뒤 끼워넣은 유골 훼손과 치아 일부를 잘못 끼운 사실을 지적한다. 유골이 지닌 고유의 스토리를 훼손하고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란 것이다.

책은 신체 부위별로 장을 구성, 법의인류학자가 사망자의 신원 확인을 어떤 방식으로 하고 다른 분야를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지 들려준다. 특히 마치 해부학 교실의 교수처럼 생생하게 인체의 상태를 묘사하고 설명한 게 인상적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나는 매일 죽은 자의 이름을 묻는다/수 블랙 지음, 조진경 옮김/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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