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재산 탈취한 사기꾼” 발언으로 명예훼손

대법, “횡령 전과 있어, 주요 부분 사실과 맞아”

대법원. [헤럴드경제 DB]
대법원. [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사람들 앞에서 사기 전과가 없는 사람에게 “사기꾼”이라고 말했더라도,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2명의 상고심에서 각각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발언의 주된 취지는 피해자가 다른 사람의 재산을 탈취한 전력이 있다는 것”이라며 “횡령죄의 전과가 있는 이상 주요 부분에 있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탈취’나 ‘사기꾼’이란 발언은 횡령죄에 대한 일반인으로서의 평가로, 앞선 재판에서 그런 표현이 나오게 된 횡령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살피지 않은 것은 잘못이란 판단이다. 또한 재판부는 A씨 등이 범죄전력이 있는 자의 종친회 회장 선출을 막으려는 과정에서 “사기꾼”이란 발언을 했고, 이는 종친회 전체의 이익이란 공익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A씨 등은 2017년 11월 18일 포항에서 열린 한 종친회 총회에서 회장직 선출 인사말을 하려던 C씨를 가리키면서 “C는 남의 재산을 탈취한 사기꾼이다. 사기꾼은 내려오라”고 말해 C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C씨는 횡령 전과 등만 있었을 뿐, 사기 전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1심은 A씨 등을 유죄로 보고, 이들에게 각각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불복한 A씨 등은 “문중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정당한 대표자를 선출하기 위한 것으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C씨가 위증 교사, 사문서위조 등으로 1회 형사 처벌받은 전력은 확인되나, 사기죄로 처벌받은 전력은 없다”며 “설령 A씨 등이 피해자에 대한 전과관계를 전해 듣고 이를 진실로 오인했다 하더라도, C씨에 대해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가 가볍지 않다”며 유죄 판결했다.


poo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