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호국에 '외화채무 루블화 상환' 허용

삼성·LG전자, 현대차 등 러 거래기업 타격 불가피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러시아 화폐인 루블화를 정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금융 제재가 발표되고 러시아가 핵 위협 카드를 꺼내면서 러시아 화폐 가치가 30% 가까이 폭락했다. [연합]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러시아 화폐인 루블화를 정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금융 제재가 발표되고 러시아가 핵 위협 카드를 꺼내면서 러시아 화폐 가치가 30% 가까이 폭락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러시아가 한국을 비우호국가로 지정했다. 비우호국가에 빌린 돈을 화폐가치가 폭락한 루블화로 갚을 수 있도록 한 대통령령으로 인해, 현지와 거래하는 삼성전자·LG전자·현대차 등 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 정부는 7일(현지시간) 정부령을 통해 자국과 자국 기업, 러시아인 등에 비우호적 행동을 한 국가와 지역 목록을 발표하면서 이 목록에 한국을 포함시켰다.

한국과 함께 제재를 받게 될 국가로는 미국·영국·호주·일본·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캐나다·뉴질랜드·노르웨이·싱가포르·대만·우크라이나 등이 이름을 올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국제 여성의 날(8일)을 앞두고 모스크바 근교에 있는 국영항공사 아에로플로트 항공학교를 방문해 여승무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국제 여성의 날(8일)을 앞두고 모스크바 근교에 있는 국영항공사 아에로플로트 항공학교를 방문해 여승무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

해당 국가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 5일 내린 '일부 외국 채권자에 대한 한시적 의무 이행 절차에 관한 대통령령'에 따른 제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령에 따르면 비우호국가 목록에 포함된 외국 채권자에 대해 외화로 빚을 진 러시아 정부나 기업, 지방정부, 개인 등은 해당 채무를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로 상환할 수 있다. 이 같은 규정은 월 1000만 루블(현재 환율 기준 8850만원)이 넘는 채무 상환에 적용된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문제는 루블화의 가치가 폭락했다는 점. 국제사회는 기존 채무를 휴지조각이 돼 버린 루블화로 갚겠다는 것은 사실상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선언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재계는 이번 조치가 당장 관련 국내 기업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피해 규모는 러시아의 향후 제재 수위에 달려있다는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러시아에는 현재 삼성전자·LG전자·현대차 등 대기업을 포함해 40여개 기업이 진출해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 중앙은행 본부 [연합]
러시아 모스크바 중앙은행 본부 [연합]

삼성전자는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지역 공장에서 TV를, LG전자는 모스크바 외곽 루자 지역 공장에서 가전과 TV를 각각 생산 중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러시아 스마트폰 및 TV 시장에서 점유율 1위 사업자다. LG전자와는 세탁기·냉장고 등 생활가전 분야에서 점유율 1위를 겨루는 사이다.

현대차·기아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KT&G·팔도 등은 모스크바 인근에 사업장이 있다.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는 연간 23만대를 생산한다.

업계 관계자는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 영향으로 부품 수출이 어려워지면서 이미 제품 생산 등에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이라며서 "특히 러시아가 루블화로 상환할 경우의 손해는 막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kace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