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드라마 보다가 ‘빵’ 터졌습니다. 커플 요금제가 가입은 쉬워도, 해지는 어려웠거든요. 이것 때문에 헤어진 여자친구한테 다시 전화하는데 그렇게 민망하고 찌질하게 느껴질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도 추억이었는데… 요즘에도 있나요?”(40대 A씨)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속 한 장면에 추억의 ‘커플 요금제’가 소환되고 있다. 통화에는 초당, 문자에는 건당 요금이 부과되던 2G(세대) 시대, 커플 간 ‘밤샘 통화’를 가능하게 해줬던 요금제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커플 요금제는 2010년대가 되며 자취를 감췄다. 이동통신사의 요금제가 ‘데이터’ 중심으로 전환되며 통화와 문자는 ‘공짜’가 됐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이동통신사는 1만~2만원대 요금에 ‘심야’시간 통화 무제한을 내세운 각종 커플 요금제를 출시했다. SK텔레콤 ‘TTL커플’, KTF ‘나(Na) 커플’, LG텔레콤 ‘카이커플’ 등이다. 현재 KTF는 KT, LG텔레콤은 LG유플러스가 됐다. 2명의 커플을 한 번에 통신사로 끌어들이는 데다 록인 효과도 톡톡히 발휘했다. 다만 해지는 쉽지 않았다. 요금제 가입고객 2명이 모두 동의해야 해지되거나 해지 의사를 밝힌 쪽만 추가 요금을 내지 않을 수 있었다.
커플 요금제는 3G(세대), LTE(롱텀에볼루션) 시대가 개막하며 시들해졌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이용자들의 이동통신망 소비가 음성, 문자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바뀌어갔기 때문. 3G 시대에는 커플 간 영상통화 추가 제공이 킬러 서비스로 더해지기도 했다. 2010년 중반 들어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완전히 자리 잡으면서 커플 요금제는 자취를 감췄다. 통화와 문자 메시지는 기본으로 제공되고, 데이터 제공량에 따라 요금제가 구분됐다. 결합 혜택은 모바일 요금제에 인터넷, IPTV를 묶은 가구 단위로 재편됐다. 혜택의 내용 또한 통화·문자·데이터 추가 제공보다는 ‘요금’ 할인에 중점을 뒀다.
최근에는 LG유플러스가 커플 요금제와 유사한 콘셉트의 ‘U+ 투게더’ 결합 요금제를 출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결합 범위를 가구가 아닌 커플, 친구 등 ‘지인’으로 확대했다. IPTV, 인터넷 없이 모바일 요금끼리만 결합해 할인 받을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해지는 U+ 투게더 결합 대표자가 신청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