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O라는 말이 있다. ‘시간(Time)’, ‘장소(Place)’, ‘상황(Occasion)’에 맞는 옷차림을 해야 한다는 패션 용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검찰개혁’에 대해서도 이 TPO를 지적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먼저 시간(T). 타이밍의 문제다. 검찰개혁이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적기는 정권을 잡자마자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 대대적인 ‘적폐 수사’를 진행하며 검찰 특수부를 유례없이 키웠다. 열성 지지자들은 전직 대통령들을 거침없이 구속시키는 ‘우리 편 칼잡이’ 윤석열 검사에 환호했다. 문 대통령이 그를 검찰총장에 앉힐 때도 반대 목소리를 낸 건 ‘검사 출신’ 조응천·금태섭 의원 정도였다. 검찰의 칼끝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현 정권을 겨누고 나서 모든 게 달라졌고, 그 특수통 검사는 현재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있다.
장소(P)도 문제다. 대한민국 형사사법시스템의 체계를 바꾸는 중차대한 문제임에도 논의의 장(場)은 철저하게 ‘민주당 내에서만’ 존재했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당론 채택 전부터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무력화를 언급했다. 공론장에 다른 당과 국민은 들어갈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민주당은 문 대통령 임기 내 국무회의 공포를 목표로 강행 처리를 예고한 뒤에야 다른 당과의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한다. 자체 여론조사 데이터 하나 내놓지 않고 “국민적 요구가 있다”는 말만 반복한다. 이소영 비대위원이 “우리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의 명분과 내용이 아무리 좋은 것이더라도, 국민이 동의하고 공감할 수 있는 모습일 때에만 실제 사회변화와 제도안착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소수 의견에 그쳤다.
진정성을 의심받는 상황(O)도 문제다. 오래전부터 검찰 수사권·기소권 분리를 주장해온 금태섭 전 의원은 지난 12일 SNS에 “정교해야 하는 검·경 수사권 분배가 다른 목적(검찰에 대한 응징)으로 이뤄지면서 망가졌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논평에서 “국민 눈에는 민주당 인사들의 비리를 어떻게든 문재인 정권 내에 틀어막아보려는 민주당의 마지막 발악으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고 했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조차 의원총회에서 “정권교체를 코앞에 두고 추진하는 바람에 이재명 고문과 문재인 정부 관계자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3월 “민주당의 검수완박은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친다)”이라고 비판하며 정치에 뛰어들었다.
아무리 좋은 입법이라도 상당수의 국민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면 더 차분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입법 독재와 다름없다. 일부 지지층만이 아닌 국민적 동의와 지지를 받는 개혁이라면 새 대통령이 쉽사리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설령 거부권을 행사한다 하더라도 국민은 다시 투표로 의사를 표시할 것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때때로 불편하지만 그게 민주주의다.
badhoney@heraldcorp.com
![86세 사미자, “단어 잘 안 떠올라” 치매 일까?…치매와 건망증 차이는 [그들의 건강美학]](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8/news-p.v1.20260908.d06bc010b97e4720abe8ba08bd68428e_T1.jpg?type=h&h=240)
![‘중위소득 70%’에 발목 잡힌 기초연금 개편…소득 보장 실효성 낮고 재정부담 가중[Deep Spot]](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907.67992ac2e89a4eddbffab50b901154f7_T1.jpg?type=h&h=240)
![요즘 ‘큰손’들은 주식 팔지도 사지도 않는다…‘11월 3일’부터 본다, 왜? [큰손 따라잡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826.97fcdbca4f2c4562acc488b50990cb2d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