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軍, 모든 것 파괴해”…민간인 1000명 여전히 아조우스탈에 남아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많은 가족들이 산 채로 불타기도 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간신히 탈출한 한 민간인이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한 말이다. 그는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 시내에 널브러진 시신을 수거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았다며 러시아군의 만행을 고발했다.
지난 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마리우폴에서 ‘승리’를 선언한 뒤 민간인을 실은 4대의 버스가 마리우폴을 떠나 자포리지아에 도착했다.
WP가 자포리지아에서 만난 민간인들은 러시아군이 사용한 잔인한 전술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들은 러시아군이 집마다 적군을 찾으러 다니고, 매일 무자비하게 포격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탈출했던 가족들은 지하에서 말린 파스타면이나 생 곡물을 먹으며 버텼다고 말했다. 물을 찾으러 외출하게 되면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자포리지아에 도착한 민간인들은 친인척을 끌어안으며 울었다. 한 여성은 “그곳은 빛도, 물도 없는 지옥이었다”며 흐느꼈다.
전쟁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일부 사람들은 안전한 곳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이해하려고 애쓰기도 했다. WP에 따르면 어떤 아이들은 가만히 앉아 있었고, 우크라이나 경찰과 자원봉사자를 마치 경계하는 듯 조용히 응시했다.
앞서 러시아는 21일 인도주의적 통로를 열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4대의 버스를 제외한 나머지 버스는 러시아군이 통제하고 있는 검문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리나 베레슈추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낮에 사람들의 외출이 금지됐고, 버스가 다니지 않았다”며 “대피가 이뤄질 수 없었다. 러시아가 약속을 깬 것”이라며 비난했다.
여전히 1000여명이 넘는 민간인과 2000여명의 우크라이나군이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남아있으며, 여기에는 여성과 어린이가 다수 포함돼 있다.
제철소에 갇힌 일부 시민들은 영상을 촬영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공유하기도 했다. 영상 속 한 여성은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다”며 “먹고 마시는 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상상도 못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아이는 “두 달 동안 해를 못 봤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토로했다.
23일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또 한번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습격하려고 시도했다.
yoo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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