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학생들의 장래희망을 조사하다 보면 시대가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올해 학급에서는 장래희망을 ‘과학자’라고 쓴 학생이 한 명도 없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흰색 실험복을 입고 실험하는 미래의 모습을 그린 학생이 간간이 보였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연구·개발(R&D)하는 과학보다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나 앱 개발자를 희망하는 추세다.
2022년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초등학생의 희망 직업 1위는 운동선수, 2위는 의사, 3위는 교수였다. 인기 직업으로 떠오르는 크리에이터가 4위, 웹툰작가가 9위를 차지했다. 과학자는 17위였다. 과학기술 발전과 과학기술인 양성을 국정과제로 내세운 결과로 보기에는 실망스러운 성적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학생들이 희망 직업에 대한 정보를 얻고 관심을 갖게 된 경로를 조사한 결과, 43.6%가 웹사이트·SNS로 가장 높았고, 36.6%가 대중매체를 통해서였다. 진로 체험을 통해 알게 된 경우는 7.4%에 불과했다. 이처럼 학생들이 희망 직업을 선택하는 데에는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직업군이 가장 영향력이 컸고, 그 외에 웹사이트나 대중매체에서 보여주는 직업을 보고 희망 진로를 정하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과학자나 연구원은 접하기 어려운 직업이다. 최근 전 세계를 위기에 빠뜨렸던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과학기술과 기초과학의 중요성이 대중 속에 널리 인식되고 관심이 한층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은 개인 삶의 질은 물론 국가의 미래와 경쟁력을 좌우하는 지표다. 그럼에도 미래의 과학기술을 이끌 학생들에게는 과학자에 대해 물으면 교과서에 나오는 멘델이나 뉴턴과 같은 고전 생물학자와 물리학자의 이름이 고작이다.
역사에서 호기심은 과학발전의 원동력이 돼 왔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과학적 호기심이 생기게 하는 것이야말로 과학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제공하여야 하는 중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그 작은 호기심이 앞으로도 학생들 앞에 놓인 수많은 선택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필요한 역량과 과학인재를 육성하기 위하여 미래 인재들의 자발적인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오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 구축 주관기관으로서 충북 오창에 구축하는 첨단 대형 연구시설은 방사광 가속기를 통하여 가속기 체험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용함으로써 학생들에게 흥미와 호기심을 유발하고 진로와 직업 선택에 있어 더욱 폭넓은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충청북도교육청·충북도청·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 충북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학생을 대상으로 가속기 체험교실과 탐구교실을 진행한다. 가속기와 관련된 과학기술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연구원 투어를 진행해 연구장비에 대해 체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과학실험장비나 연구시설을 보면서 방사광 가속기가 무엇이고 어떤 분야에 활용되는지 배워보며 지역에 새롭게 생긴 방사광 가속기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이는 진로 탐색과 연결될 것이다.
특히 이번 교육 프로그램은 방사광 가속기와 관련된 물리학적 지식과 생물학적 지식을 초·중·고등학생의 교육과정에 맞게 재구성해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눈높이를 맞춘 프로그램으로 운용한다. 방사광 가속기가 바이러스의 구조를 밝히고 백신 개발에 이용되고 있는 부분은 실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관심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오현지 청주 율량중학교 과학교사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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