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년 우크라이나 참상 담아…

5월 8일까지 ‘지붕 위의 바이올린’

1980년 광주의 아픔 무대로…

5월 1일까지 ‘광주’…11월엔 브로드웨이로

뮤지컬 ‘지붕위의 바이올린’에서 러시아 폭정을 피해 피난을 떠나는 장면 [세종문화회관 제공]
뮤지컬 ‘지붕위의 바이올린’에서 러시아 폭정을 피해 피난을 떠나는 장면 [세종문화회관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역사는 반복된다. 수십년 전 생생한 역사를 다룬 이야기는 현재와 맞물려 이전과는 다른 색채로 관객과 마주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고통스러운 무게로 다가온 지금, 무대 위에선 작금의 상황을 떠올리는 뮤지컬 두 편이 관객과 만나고 있다.

1905년 우크라이나. 러시아의 지배를 받던 이곳의 작은 유대인 마을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지붕위의 바이올린’(5월 8일까지, 세종문화회관)이 올해로 여덟번째 시즌을 맞았다. 1964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당시 토니상 9개 부문을 휩쓸었다. 국내에선 1985년 첫선을 보였고, 최근엔 전 세계에서도 주목받는 고전이다.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의 참상을 다루고 떠올릴 수 있는 점이 많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1905년 제정 러시아 지배 당시 우크라이나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유대인 가족을 다룬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반복된 역사를 보여주며 최근 주목받는 작품이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1905년 제정 러시아 지배 당시 우크라이나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유대인 가족을 다룬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반복된 역사를 보여주며 최근 주목받는 작품이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연출을 맡은 정태영은 최근 열린 프레스콜에서 “가족이 완전히 해체되는 세상이 오지 않는 이상 이 작품은 영원하리라 생각한다”며 “시대가 변하더라도 인간은 가족에 대한 사랑을 더 깊이 갈망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작품은 다섯 딸을 둔 남자 테비예를 중심으로 신, 구 세대의 갈등을 보여주며 ‘따뜻한 가족애’와 ‘세대 화합’이라는 오랜 가치를 풀어낸다. 테비예는 우유 배달 일을 하며 가정을 책임지는 따뜻한 아버지다. 지난해에 이어 양준모와 박성훈이 이 역을 맡았다. 박성훈은 “개인적으로 (테비예의 상황이) 우리 집과 너무 비슷해 낯설지 않았다”면서 “여러 추억이 떠올라서 작품을 하는 동안 정서적으로 많이 도움이 됐다”며 말했다.

1905년 제정 러시아 지배 당시 우크라이나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유대인 가족을 다룬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반복된 역사를 보여주며 최근 주목받는 작품이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1905년 제정 러시아 지배 당시 우크라이나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유대인 가족을 다룬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반복된 역사를 보여주며 최근 주목받는 작품이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무대는 역사를 되풀이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테비예 가족을 비롯한 유대인 마을 사람들이 상황은 러시아 침공으로 집을 잃은 현재의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당시 유대인을 박해하던 러시아는 추방 명령까지 내려, 테비예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은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집을 잃었다.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결코 옛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지금도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전쟁이 일어나고 집을 떠나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관객에게 큰 의미로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뮤지컬 ‘광주’ [라이브 제공]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뮤지컬 ‘광주’ [라이브 제공]

1980년 화창한 오월, 광주의 아픔도 되살아났다. 뮤지컬 ‘광주’(5월 1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는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연출을 맡은 고선웅은 최근 프레스콜에서 “이번에 작품을 하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였다. 우크라이나의 아픔이 그 때의 광주를 고스란히 재현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 연출가는 “2022년 현재도 한 사람의 결단으로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고, 너무 무섭다. 여전히 반복되는 상황에 말을 잇지 못하겠다”고 했다.

‘광주’는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광주를 지킨 열사들의 실제 이야기를 무대로 옮겼다. 세번째 시즌엔 광주 시민이 무기를 들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설득력을 주도록 서사를 보완했고, ‘님을 위한 행진곡’의 실제 주인공으로 계엄군과 싸운 윤상원 열사를 모티브로 한 야학교사 윤이건 역의 비중을 높였다.

윤이건을 연기하는 조휘는 “교사인 ‘윤이건’은 펜을 쥔 자가 총을 들 수밖에 없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강한 자가 더 가지려고 하다가 억울한 희생이 발생하고 있다. 42년 전 광주뿐만 아니라 지금도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라며 “역사는 그대로 보존하지 않으면 왜곡된다. 펜을 든 자들이 양심을 지킬 때 보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9년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광주문화재단의 ‘2019 님을 위한 행진곡 대중화·세계화 사업’ 일환으로 기획된 이 작품은 2020년 초연됐다. 작품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무대를 목표로, 오는 11월쯤엔 브로드웨이 쇼케이스를 예정하고 있다.

고선웅 연출가는 “세 번째 시즌을 준비하며 가장 주목한 건 본질”이라며 “광주에서 왜 이런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는지, 왜 그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는지 선명하게 보여주려 했다. 광주가 얼마나 폐쇄되고 조작돼 있었는지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