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A회사의 현장조사를 하면서 직원 B에게 사내 통신망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사내 통신망에는 개인정보 등이 있다는 이유로 B는 공정위의 요구를 거부했다. 그러자 공정위는 B에게 2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월급 생활자인 B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공정위가 요구하면 개인정보도 모두 보여줘야 할까? 공정위는 영장 없이도 영업 비밀이나 개인정보까지 모두 봐도 될까? B는 공정위의 과태료 부과에 불복했고, 법원은 공정위의 조사는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 한정돼야 하고 개인정보 등을 무제한 열람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과태료를 취소하고 B의 손을 들어줬다.

법적으로 공정거래법에 따른 공정위의 조사는 행정기관이 사인(私人)으로부터 행정상 필요한 자료나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 행하는 ‘행정조사’로서 원칙적으로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한 임의 조사다. 그러나 우리 법은 공정위 등의 행정조사를 거부·방해·기피할 경우 형사 처벌을 규정하고 있으며, 자료나 물건의 제출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의 조사를 받은 입장에서는 사실상 강제 조사나 다름이 없다.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의 취지에 비추어볼 때 공정위 조사에서 임의 조사의 형식을 통해 사실상 강제 조사를 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볼 여지가 다분하다.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갖는 공정거래 사건은 공정위가 고발을 하면 검찰이 수사하는 구조인데 공정위의 조사는 실질적으로 강제 수사나 다름없음에도 영장 없이 이뤄진다. 공정위의 자료 제출 요구도 투망식으로 과다하게 이뤄진다는 비판이 있다. 김종석 전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공정위는 2017년 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를 조사하면서 189개사에 약 12만건의 거래 내용을 요구했다고 한다. 공정위가 요구한 자료 제출을 준비하는 동안 통상적인 기업 활동이 마비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공정위 조사 착수 자체로 해당 기업에 대한 신뢰 저하 등을 초래, 큰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다. 일례로 공정위는 2012년 이른바 ‘라면담합 사건’을 조사한 후 담합을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2015년 대법원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결정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기업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2013년 공정위 결정을 근거로 미국 유통업체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해 7년 동안 약 450원에 달하는 소송비용을 지출해야 했고, ‘담합 기업’이라는 나쁜 평가를 받아야 했다.

이러한 강력하고 광범위한 반강제적 조사는 각국 입법례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헌법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공정위에서 피조사인의 자료 제출, 진술 등을 강제하기 위해서는 법원이 발부하는 소환장이 있어야 하고, 대상자가 거부하는 경우에는 법원에서 집행을 강제하는 명령을 받아야 한다. 일본 역시 2005년 범칙조사제도를 도입하여, 범칙조사를 강제조사로 봐 재판관이 발령하는 허가장에 의해 압수·수색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 법원도 최근 ‘행정영장제도’에 관한 연구용역을 발주하기로 했다. 법원은 “공정위 등의 행정조사와 관련해 영장주의 우회 문제 등 여러 이슈가 있다”며 “모든 형태의 권력적 대물조사에 법관의 사법심사가 관철되도록 해 헌법상 영장주의가 실질적으로 준수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행정조사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측면에서 형사상 압수·수색에 못지않고, 실제 형사 처벌로 이어짐에도 그 근거 규정이 행정법규로 분류되어 법치주의 관점에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국회, 법원, 행정청 등이 협력하여 행정조사에서도 국민의 기본권이 충분히 보장되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때다.

이인석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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