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파견 제한, 현행과 같은 합수부 운영에 상당한 제약”
헤럴드경제 관련 질의에 대검 “개정법 체계선 자문만 가능”
10월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이후 사실상 폐지 수순 불가피
[헤럴드경제=최의종·안대용 기자] 금융·증권범죄 수사에 두각을 나타내며 이른바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던 서울남부지검의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도 형사소송법 개정의 칼날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패가망신이라는 말로 강력히 경고하는 주가 조작 사건을 비롯한 각종 경제 범죄 사건 수사에서 전문성을 입증해왔지만, 오는 10월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이후엔 검사의 수사권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대검찰청도 현행과 같은 운영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 전망한다. 법조계에선 점점 더 고도화·전문화 되고 있는 금융·증권범죄 대응 역량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대검은 12일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이후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 운영 계획에 대한 헤럴드경제 질문에 “개정법 체계하에서 검사는 영장 검토, 기소 여부 판단, 수사기관의 의견요청에 대한 자문만 가능하다”며 “공소청법·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법상 상호 파견 제한 규정 등으로 현행과 같은 형태의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 운영에는 상당한 제약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검은 “개정법 시행 후 중수청,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등 수사기관에서 관련 사건이 송치되는 경우 정확한 공소제기 및 철저한 공소유지를 통해 금융 범죄 대응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오는 10월 현행 검찰청은 폐지되고 수사를 담당하는 중수청과 기소 및 공소유지 등을 담당하는 공소청이 신설된다. 이에 맞춰 관련 법 개정도 진행 중인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검사의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이 최근 국회 문턱을 넘었다. 검사는 앞으로 인지 수사는 물론 경찰과 중수청 등 수사기관이 송치한 사건에 대해 보완수사를 할 수 없게 된다. 대검은 검사의 수사권 자체가 사라지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현행과 같은 형태로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를 운영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서울남부지검의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는 금융위원회·국세청·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예금보험공사 등 유관기관 전문 인력과 검찰 전문 인력이 모여 일종의 ‘원스톱 서비스’처럼 금융·증권 범죄를 수사해 성과를 내왔다.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의 모태인 증권범죄합동수사단부터 주가 조작 사범 등을 엄단하며 여의도 증권가를 중심으로 ‘여의도 저승사자’라는 명성을 쌓아왔다.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2013년 서울중앙지검에서 시작됐다. 이어 이듬해 2월 검사 전문화를 위한 금융·증권 범죄 중점청 육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서울남부지검으로 옮겨 새 둥지를 틀었다. 합수단은 압수수색을 비롯한 강제수사 필요성에 따라 검찰의 신속한 개입이 필요한 주요 사건에 대해 금감원 등의 조사를 거치지 않고 즉각 수사에 착수하는 패스트 트랙(Fast Track)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며 성과를 냈다.
이후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20년 1월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현 경기도지사) 취임 이후,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방침에 맞춰 그동안 비(非)직제 부서로 운영됐던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전격 폐지됐다. 하지만 금융·증권범죄 수사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2021년 9월 서울남부지검에 ‘협력단’ 형태의 금융·증권 범죄 수사협력단으로 설치됐다.
검사의 직접수사를 배제한 형태였던 금융·증권범죄 수사협력단은 과거 증권범죄합동수사단에 비해 효율성과 신속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022년 5월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현 국회의원)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으로 부활시켰다. 그 뒤 2023년 5월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가 만들어지며 정식 직제화 됐다.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는 2차전지 주식투자 열풍을 악용해 반복된 거짓 공시와 수백억대 배임 거래로 코스닥 상장사를 무자본 인수하고, 600억원대 유상증자 계획을 유포해 주가를 900% 급상승시킨 후 결국 상장폐지에 이르게 한 혐의 등을 받는 일당을 지난 6월 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금융·증권범죄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이던 ‘여의도 저승사자’가 폐지 수순을 밟게 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선 점점 더 고도화·전문화 되는 금융·증권범죄 수사 역량의 퇴보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금감원 등 유관기관과 협력 방향, 진행을 설계하는 게 검사의 역할인데 수사권이 없는 검사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겠나”라며 “(장기적으로 볼 때) 검사가 수사를 해본 적이 없고 수사 능력이 없으면 자문도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 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도 사라진다. 대검은 이와 관련한 헤럴드경제 질문에 “특사경에 대한 수사지휘권 관련 사항은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에 관한 사항”이라며 “대검은 제도 전환 과정에서 금융 범죄 대응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필요한 조치를 최대한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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