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진술 꾸며낸 것” 무죄 주장했지만

혐의 유죄 인정…“피해자 진술 신빙성 인정”

지난 2월,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 전 시설장 김모씨(사진 가운데)가 영장심사를 마치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는 모습. [연합]
지난 2월,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 전 시설장 김모씨(사진 가운데)가 영장심사를 마치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중증장애인 거주 시설 색동원에서 시설장을 지내며 입소자들을 성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 전직 시설장이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 엄기표)는 2일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상해, 성폭력처벌법상 장애인 피보호자 강간,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전직 시설장 김모씨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동시에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 10년과 보호관찰 3년을 명령했다. 검찰이 청구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한 피해자에 대한 혐의는 장애인복지법 위반죄에는 해당하지만 장애인피보호자 강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고 이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범행) 당시 김씨의 행동이나 말 등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며 “이때 느낀 감정, 사건 이후의 정황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진술할 수 없는 정도의 내용”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진술 내용이 직접 경험한 사실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며 “모순되거나 비합리적인 부분이 없다”며 피해자들의 진술 신빙성을 인정했다.

재판 과정에서 김씨 측은 혐의를 부인하며 “피해자들의 진술은 꾸며낸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심지어 김씨도 경찰에서 피해자들의 장애 수준, 정도를 고려하면 서로 짜고 거짓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며 “생활재활교사들 일부도 이용자들의 지적 수준을 고려하면 이용자들이 거짓말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양형(처벌 정도) 이유에 대해 “자신의 보호 아래 있던 중증 지적장애인을 상대로 성범죄를 수차례 저지르고 폭행했다”며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인들이 사회적 약자로서 더 많은 보호가 필요함을 알고 있었고 그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지원하며 학대를 예방해야 할 직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권력관계의 불균형을 이용해 성범죄에 대한 대처능력이 부족한 피해자들을 성적 욕구 해소 수단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은 가장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할 거주시설 내에서 범행을 당했다”며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고통과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 사이 인천 강화군에 있는 색동원 시설장을 지내면서 장애인 여성 3명을 성폭행 한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2021년 12월께 드럼 스틱으로 또 다른 중증장애인의 손바닥을 총 34회 때린 혐의도 받는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당시 검찰은 “이 사건을 단순히 장애인에 대한 성폭행, 폭행 사건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본질은 장애 보호를 위해 부여된 권한이 오히려 피해자의 취약점을 악용한 것에 있다”고 밝혔다.

김씨 본인은 최후진술에서 “저는 결코 성폭행한 사실이 없다”며 “체벌에 대해선 진심으로 깊이 반성한다”고 했지만 이날 유죄가 인정됐다.

선고 직후 피해자 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바른의 고은영 변호사는 “피고인을 단죄하고 피해자의 인권을 지켰다는 점에서 큰 사명감과 보람을 느낀다”며 “오늘 재판 결과가 피해자와 가족분들께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기를 바라며 장애인 복지시설 제도를 개선하는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notstr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