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희 “협의 내용 국민에게 알려진 적 있나” 쓴소리
여권은 조희대 향한 맹공 지속…탄핵 주장도 재점화
법조계·법학계 “사유 안돼…규정상 아무 문제 없다”
법원內 더 위축…“조율 필요했던 것 아닌가” 아쉬움도
[헤럴드경제=안대용·최의종 기자] ‘대법관 서면 제청’을 두고 여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주장이 다시 점화되고 있다. 대법원장이 대통령과 직접 만난 후 대법관 후보를 제청해온 관행을 깨고 조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을 ‘패싱’ 했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대면 없는 서면 제청의 전례가 없었기에 여권의 반발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조 대법원장이 이례적 서면 제청을 결단한 지점에 대해선 법원 내부에서도 ‘아쉬운 선택’이란 목소리가 들린다. 사법부 전체를 향한 공격의 빌미를 더 열어줬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조 대법원장이 엄연히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대법관 제청권’을 행사한 것이란 점에서 여권의 탄핵 주장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나아가 대법관 후보를 제청하기 전 대법원장이 대통령과 만나 논의를 해왔다는 ‘관행’ 자체가 ‘깜깜이 인사’로 향하는 방식이었을 뿐 관행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 절차가 아니란 비판도 나온다.
한상희 교수 “협의 내용 국민에게 알려진 적 있나…깜깜이 인사란 말이 무색”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명예교수는 19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글을 올려 “도대체 어떤 정치원리에 서 있길래, 이 ‘민주사회’에서 국민들의 일상을 좌지우지할 대법관을 임명하면서 아무(국민)도 모르게 자기들끼리 이 사람 저 사람 주고 받는 것이 ‘관행’으로 보호돼야 할 ‘협의’라고 지칭되는가”라고 적었다.
한 교수는 이 글에서 “공익을 추구하는 국가기관이라면 서로 협의하고 조정해 최선의 대안을 모색하는 것은 헌법을 따지기도 전에 당연히 그리해야 할 사안이다. 그래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처사는 아무리 비난해도 모자람이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정치권에서 대통령과 협의하지 않았음을 저토록 큰 소리로 비난하는 것도, 참 그냥 보아 넘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법관은 대법원장이 법관추천회의의 동의를 얻어 제청하도록 한 것을, 그냥 대법원장이 단독으로 제청하게끔 한 것은 저 악명높은 유신헌법부터다. 그 자체가 유신잔재”라며 “여기서 대법원장과 대통령과의 ‘협의’란 무엇이었는지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그런 것을 현행 헌법이 그대로 이어받아(국회동의조항만 추가)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를 만들어내고 대통령은 그 뒷배가 되는 상황이 이어져 왔었다”고 했다.
한 교수는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를 두고 물밑에서 서로 카드 내밀고,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다가 이 사람으로 합시다라고 합의하는 것이 그 잘난 ‘관행’인 ‘협의’인가”라며 “그 ‘협의’의 내용과 과정이 국민들에게 알려진 적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하다 못해 임명된 대법관이 대통령 사람인지 대법원장 사람인지라도 알린 적 있는지? 혹은 이상한 판결 내뱉는 대법관에 대해 이 ‘협의’의 당사자들은 한 번이라도 그 책임을 인정한 적이라도 있는지?”라며 “한마디로 깜깜이 인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희대는 대통령을 무시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동안의 그 ‘협의’, ‘관행’은 계속해서 우리 국민 모두를 무시해왔다”며 “국민들의 관심이나 알권리나 혹은 국민들이 국정을 감시하고 견제할 권리 같은 것들은 저 뒷켠에 방치해 둔 채 그저 자기들끼리의 리그에서 자기들만의 밀실 ‘관행’을 만들어두고 잘 했니, 못 했니 다툼만 이어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권 조희대 향해 맹공, 탄핵 재점화…법조계 “탄핵사유 전혀 안돼”
여권은 조 대법원장을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18일 조 대법원장의 서면 제청 사실이 알려진 후 처음 열린 19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선, 조 대법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반복됐다. 민주당 최고위원인 최민희 의원은 “조 대법원장의 청와대 패싱 대법관 제청은 목불인견, 상상 초월 행태로 분노가 치민다”며 “그래서 저는 조 대법원장과 사법부는 국민의 철퇴를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국회가 즉시 탄핵을 포함한 조희대 거취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한 후 조 대법원장과 사법부를 거세게 비판하고 압박하면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3월엔 사법부의 강한 반대에도 이른바 ‘사법개혁 3법’(재판소원 도입·대법관 증원·법왜곡죄 신설)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을 실제로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161석의 의석을 보유한 민주당이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한다고 해도,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을 통해 조 대법원장에 대해 파면 결정을 하게 될 가능성이 사실상 없어 역풍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헌재는 그동안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등을 통해 파면 여부 기준을 정립했는데, 해당 공직자가 직무집행 과정 중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사실이 있어야 하고 그 위반의 정도가 중대한 경우 파면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조 대법원장의 경우 대통령과 대면하지 않고 제청을 서면으로 한 것일뿐, 헌법과 법률상 권한을 행사한 것이어서 법 위반에 해당하지도 않는다는 게 법조계와 법학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헌법과 법원조직법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각각 규정하고 있다.
전학선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헤럴드경제에 “탄핵사유는 전혀 안 된다”며 “(조 대법원장이) 헌법을 위반한 게 뭐가 있나”라고 말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조용현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는 “종전 관행과 다르다고 법적 문제가 된다는지 탄핵사유라는 건 지나치다”며 “헌법 규정상 아무런 문제가 없고 오히려 이 기회에 구시대적인 관행을 탈피할 기회라는 주장도 합당하다”고 했다.
앞서 대법원은 18일 오후 공지를 통해 “조 대법원장은 오늘 헌법 제104조 제2항에 따라 이 대통령에게 임기만료로 퇴임한 노태악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임기만료로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으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각 임명제청했다”고 밝혔다. 이중 김성수 부장판사의 경우 대법원과 청와대가 합의를 이뤘지만 손봉기 부장판사에 대해선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3월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인선과 관련해선 대법원과 청와대가 줄곧 평행선을 달려왔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지난 1월 후보를 4명으로 압축해 조 대법원장에게 추천했지만 이후 임명제청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대법원과 청와대가 각각 1순위로 염두에 둔 후보가 달라 합의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전해졌다. 그런 채로 수개월이 흘렀는데 여전히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면제청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청와대와 줄곧 협의를 이어왔다는 입장이다.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노경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후보를 두고 청와대와 끝까지 협의를 진행해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통령과 대법원장 대면 없이 서면 제청이 이뤄진 것과 관련해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서면 제청하자는 아이디어는 누가 낸 것이냐’고 질의하자 노 처장은 “정확히 말씀드리면 만남의 기회가 없었다”면서 “(만남을) 요구했는데 안 됐다”고 답했다.
법원 내부, 여권과 불편한 관계 지속에 위축…“조율 필요했던 것 아닌가” 아쉬움도
여권과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는 상황에 더해 이번 서면 제청 논란이 확산되면서 법원 내부는 더 위축되는 분위기다.
한 부장판사는 “(대면 없는) 서면 제청이 전례가 없고 갈등을 드러낼 수밖에 없어서 이런 부분은 서로 좀 조율이 필요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대법관 공백을 계속 방치할 수만은 없는 상황에서 대법원장의 선택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란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으로서도) 다른 방법이 없지 않았을까 싶다”며 “대안이 없었던 것 아닌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안은 입법부에서 입법을 바꿔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 문제가 아닌가”라며 “각자 권한을 행사하고 그런 과정에서 견제와 균형을 맞출 게 있는데 처음부터 이렇게 했어야 했는지 싶다”고 말했다.
dandy@heraldcorp.com
bell@heraldcorp.com
![프롬프트의 신법 [‘오늘’에 대한 우리 이야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901.203c531a96884d4da174595cad521d59_T1.png?type=h&h=240)
![자산가의 저력은 하락장서 나타난다…위기 속 기회 찾는 ‘힘’ [큰손 따라잡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8/31/news-p.v1.20260831.a0fa168d036d4658b6cb03a0502c0de4_T1.jpg?type=h&h=240)
![“고3 딸 학원비 40만원만” 끝내 외면한 전처…자식 마저 버린 ‘나쁜 부모’와 싸우는 그들 [세상&플러스]](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8/29/news-p.v1.20260829.87d95bef732846b383020b75a70f53a5_T1.pn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