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먹는 하마가 된 ‘임상시험’
6~7년동안 신약개발비 60% 투입
투자 급감에 증시 침체 경영부담
재무 부담에 임상동력 떨어져
돈가뭄이 극심해진 바이오업계가 혹독한 ‘임상다이어트’에 돌입하고 있다. 임상시험은 제약·바이오기업 신약개발비의 60%를 차지할 정도여서 ‘돈 먹는 하마’로 불린다. 재무적으로 부담이 커지자 임상을 연기하거나 철회하는 ‘임상다이어트’ 사례가 늘고 있는 것.
메드팩토는 지난달 데스모이드 종양(공격성 섬유종증)을 적응증으로 한 ‘백토서팁-이매티닙 병용투여’ 국내 2상을 자진 철회했다. 지난해 국내 2상을 신청하며 데스모이드 종양을 시작으로 골육종 등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적응증 발굴을 확대하고, 글로벌 2상도 진입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런 계획을 전면 수정하게 됐다. 치료제 시장이 큰 암종들에 대한 백토서팁의 신속한 상용화를 위해 장기 계획이 필요한 임상은 일단 보류하겠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 개발에서도 임상철회가 줄을 잇고 있다. 제넥신이 백신 후보물질 ‘GX-19N’의 개발을 중단한데 이어 크리스탈지노믹스도 치료제 후보물질 ‘아이발티노스타드’의 국내 2상 계획을 자진 철회했다.
코로나 백신이나 치료제의 경우 개발시기를 놓쳤다거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사업성이 떨어졌다는 등의 경영상 판단이 주된 임상철회 사유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자금운용의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시중 유동성이 넘치던 시절에는 파이프라인을 많이 벌리는 게 투자유치에 효과적이었다. 다양한 파이프라인은 회사의 연구개발 능력을 상징했으며, 기업가치 상승의 핵심 수단으로 인식됐다.
신라젠이나 코오롱티슈진 등 단일 파이프라인에 의존했다 유일한 파이프라인의 신뢰도가 흔들리며 회사가 휘청하는 사례가 업계의 반면교사로 꼽힐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많이 벌려놓은 임상이 오히려 독(毒)이 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 임상다이어트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없는 이유는 앞서 봤듯 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주요국 금리인상으로 글로벌 돈가뭄이 극심해지면서 신규 투자유치는 물론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도 막히고 있다. 투자자에게 어떤 유리한 조건을 붙여도 회사채를 인수하려는 기관이 없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바이오 투자환경이 급변하면서 임상시험은 실제 주된 경영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메리츠종금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신약개발 과정 중 임상기간은 총 6~7년 소요되며, 임상단계에서 전체 신약개발비의 60%가 투입된다. 그만큼 오랜 기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임상을 끌어가야 하는데, 금리인상과 얼어붙은 투자심리, 침체된 증시 등으로 투자여력이 급감한 요즘 상황에서는 임상 동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 바이오벤처 관계자는 “자금운용의 어려움을 실감하고 있다”며 “임상은 기술력보다 파이낸스(자금력) 싸움이다. 들어가는 자금이 워낙 막대하다 보니 투자여건이 좋지 않으면 아예 보류하는 게 더 유리한 시점”이라 말했다. 도현정 기자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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