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캠퍼스 내에서 또래 여학생을 성폭행한 뒤 건물에서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1학년 남학생 A(20)씨가 1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
인하대 캠퍼스 내에서 또래 여학생을 성폭행한 뒤 건물에서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1학년 남학생 A(20)씨가 1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인하대 성폭행 사망 사건의 피의자 A(20)씨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살인죄가 적용될 개연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난 19일 KBS ‘용감한 라이브’에 출연해 “쓰러져 있는 여학생을 유리창으로 밀어 던져서 떨어뜨리지 않았다 치더라도, (건물에서) 떨어지면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는 건 누구나 상식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인데 119에 신고나 구조를 하지 않고 사망에 이르도록 내팽개쳐 놓은 것이라면 최소한 미필적 고의 또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까지 갈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A씨가 만취한 피해자 B씨를 부축해 들어간 시간은 15일 오전 1시 30분, 행인에게 발견돼 119에 신고된 시점이 오전 3시 49분으로 강간에 이르는 행위를 하고 유리창에서 떨어지는 상황은 1시간여 정도 후에 발견됐다고 하니까 오전 2시 30분경 같다”며 “이때부터 1시간 정도를 피해자가 화단에서 출혈 상태로 구조를 기다리지 않았나 싶다. 이 대목이 살인죄로 갈 개연성을 높이는 지점”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추락사한 피해자에 대한 A씨의 고의성 여부를 입증할 방법에 대해 “유리창이 바닥으로부터 1m 떨어져 있기 때문에 피해자가 실수로 추락하긴 굉장히 어려워 보인다”며 “경찰이 유리창 창틀에 남아 있는 지문, DNA, 건물 외벽에 남아있는 흔적 등을 확인해 국과수(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보낸 상황인데, 그 안에서 가해자의 무언가가 나온다면 가해자가 창밖으로 (피해자를) 밀어서 떨어뜨렸을 개연성을 상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현장에서 피해자가 하의를 입고 있지 않았고 가해자가 하의를 제 3의 장소에 인멸시킨 흔적이 있는데, 가해자가 자신의 휴대폰은 찾지 못하고 도주했으나 하의에 묻어있는 무언가를 숨기려는 의도를 가진 행위를 할 수 있는 정신상태였다면 ‘술을 먹어서 기억이 안 난다’든가 ‘본인의 과실에 기인한 행위’ 같은 걸 주장하는 게 타당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가해자 진술의 내용과 현장감식 당시 어떤 식으로 피해자와 가해자의 상호작용을 재현하느냐에 따라 이 사건은 죄목이 변경될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고 강조했다.

인하대 캠퍼스에서 피를 흘리며 쓰려져 있던 20대 여대생 A씨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그의 지인인 20대 남성 B씨를 조사하는 가운데 15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 내 A씨가 발견된 지점 인근 건물 계단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연합]
인하대 캠퍼스에서 피를 흘리며 쓰려져 있던 20대 여대생 A씨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그의 지인인 20대 남성 B씨를 조사하는 가운데 15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 내 A씨가 발견된 지점 인근 건물 계단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연합]

이 교수는 또 최근 온라인상에서 A씨 추정 인물에 대한 신상정보가 확산되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이뤄지는 데 대해 “(A씨에 대한) 응징의 심리가 온라인상에 강력하게 퍼진 것”이라면서도 “가해자의 신상을 털기 시작하면 상승효과 때문에 피해자에 대한 신상 털기도 이뤄지고, 젠더 갈등을 유발해 엉망진창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학교에 보낸 아이가 주검이 돼서 돌아온 부모의 심정을 생각하면 우리가 이렇게 뜨거운 여론전을 펴서는 진실을 밝히기도 어렵고 유족의 가슴만 후벼팔 뿐”이라며 “사건을 제발 젠더 갈등으로 비화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인하대 교내에서 또래 여학생을 성폭행한 뒤 숨지게 한 혐의(준강간치사)로 구속된 A씨의 휴대전화에서는 당시 상황이 담긴 동영상 파일이 나와 경찰이 불법촬영 여부를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피해자 B씨는 추락한 뒤 1시간 넘게 혼자 건물 앞에 쓰러진 채 방치돼 있었으며, 119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다소 약하지만 호흡을 하고 맥박도 뛰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추락 직후 A씨가 집으로 도주하지 않고 소방당국에 신고했다면 B씨가 목숨을 건질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씨는 앞서 경찰 조사에서 B씨가 건물에서 떨어져 사망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B씨를 밀지 않았다”며 고의성을 부인했다. 경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A씨가 B씨를 건물에서 떠민 정황이 확인되면 준강간살인으로 죄명을 바꾼다는 방침이다.


better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