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거리두기는 경제, 산업, 교육 등 사회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급격하게 확산시켰다. 앞당겨진 디지털 전환 시대를 선점하고자 세계 각국과 기업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선 엄청난 투자금이 테크 기업에 몰리고 있다. 2021년 전 세계 벤처 펀딩은 약 6210억달러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투자금이 확대됨에 따라 새로운 유니콘 기업이 등장하고 스타트업의 창업도 활발하다. 전 세계 959개의 글로벌 유니콘 기업 중 131개가 2021년 4분기에 새로 탄생했다.

테크기업에 대한 투자 확대와 활발한 창업의 중심에는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있다. 영국, 프랑스, 덴마크 등은 이러한 미국과의 협력 및 동향 파악을 위해 실리콘밸리에 기술사절을 파견하고 있다. 기술력의 확보가 외교력이 되는 ‘테크플로머시(Tech+Diplomacy·기술외교)’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실리콘밸리에 세계 각국의 투자금과 인재, 기업이 몰리고 특히 기술외교가 강화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군사패권에서 산업패권을 지나 기술패권의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산업패권의 시대는 누가 더 많이 공급할 수 있는가를 경쟁하는 시대였다. 국가 내 기업과 생산시설, 인력의 양이 중요했다. 기술패권의 시대는 플랫폼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표준과 핵심 기술 확보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과거에는 장벽을 쌓고 안에서 힘을 키우는 것이 필요했다면, 이제는 끊임없이 경쟁하고 협력해서 기술의 글로벌 승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도 진정한 글로벌화를 위하여 그간의 생각에서 탈피하여야 한다. 그동안의 글로벌화는 국내와 해외를 단계처럼 구분하는 경계의 인식이 깔려 있었다. 이제는 경계를 허물고 우리와 글로벌 시장이 하나인 것처럼 움직여야 한다.

우선 처음부터 글로벌을 목표로 하는 기술 개발을 확대해야 한다. ICT 분야는 제일 좋은 기술이 아니라 가장 많이 쓰이는 기술이 표준이 되어 시장을 독식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 성공한 후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글로벌 지향 기술 개발 지원도 필요하다.

창업도 글로벌을 지향하여야 한다. 개발과 생산은 국내에서 하더라도 글로벌 기술 동향과 표준 경쟁에 늘 촉각을 세우고 있어야 한다. 창업 방식에 있어서도 국내 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으며, 국내 기술을 활용한 해외 창업이나 해외 기술을 활용한 국내 창업 등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으로 구분하는 정부 지원 방식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인재의 해외 진출에 대한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과거에는 유학, 해외 인턴십, 해외 취업 등을 두뇌 유출이라 하여 우려하는 시각이 있었다. 글로벌 시대에는 해외 진출을 유출이 아닌 순환의 개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우리 인재의 해외 진출을 두려워 말고 해외 인재의 국내 유입 노력도 강화해야 한다. 인재가 쉽게 드나드는 인재 순환 속에서 기술과 인재가 축적되도록 해야 한다.

성공적인 기술 개발과 창업, 인재 양성에 있어 글로벌은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의 활동 무대를 전 세계 ICT시장으로 보고 생각과 제도를 바꾸어 나가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글로벌화이며, 이를 통해 기술패권 시대를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전성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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