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 한 때 ‘푸틴의 출납원’으로 불렸고 현재 영국에서 망명 중인 러시아 올리가리히(신흥재벌) 세르게이 푸가체프(51ㆍ사진)에 대해 러시아가 인터폴에 수배령을 내렸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인터폴 웹사이트에서 푸가체프는 횡령과 착복 혐의로 수배 목록에 올라 있다.
영국 정부는 인터폴이나 러시아의 범죄자 인도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의 요청에는 정치적인 동기가 작용했다고 본 것이다.
푸틴 측근이던 푸가체프는 한 때 포브스지 집계로 자산 20억달러(2조2000억원)를 지닌 재산가였다.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 시절부터 크렘린궁과 가까웠던 푸가체프는 건설, 은행, 물류 분야에서 부를 쌓았고 상원의원으로도 활동하며 승승장구했다.
그의 몰락은 2010년에 시작됐다. 자신이 경영하던 국제산업은행이 파산하고, 사업허가권을 상실하면서다.
러시아 검찰은 푸가체프가 경영난에 빠진 국제산업은행을 통해 러시아 중앙은행으로부터 막대한 보조금을 받은 뒤 개인적인 용도로 빼돌렸다며 그를 기소했다.
하지만 푸가체프는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푸가체프의 자산은 러시아 예금보험원(DIA)의 신청에 의해 지난 7월 영국 고등법원 명령으로 동결 된 상태다. 그가 쓸 수 있는 돈은 주 당 1만 달러로 제한됐다. 이 달 푸가제프 변호인은 영국 고등법원에 “푸가제프 자산은 700만달러도 되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런던에서 은신 중인 푸가체프는 더 나아가 푸틴과 고국의 정치체계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러시아에선 현재 사유재산이란 게 없다. 푸틴에 속한 농노만 있을 뿐”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서슴치 않았다.
또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선 “푸틴이 ‘사고싶은 게 있다’고 말하면, 당신은 ‘팔고 싶지 않다’고 말할 수 없다. ‘그냥 가져가시지 않고 사고싶다고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해야한다”며 독재정치를 조롱했다.
그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푸틴은 경제를 모른다. 경제를 좋아하지 않는다. 경제는 건조하고 따분하다. 푸틴은 분명한 것을 좋아한다”면서 “러시아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모든 게 엄청나게 바뀌고 있다. 하지만 푸틴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깊이 이해하지 않는다”며 푸틴 대통령의 경제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또 “푸틴의 측근은 그가 좋은 뉴스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선 늘 좋은 뉴스만 전달한다. 무슨 일이 일어나건 좋은 뉴스다. 그로선 기분만 좋으면 되는 거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한 1996년에 푸틴이 대통령 총무실 부실장에 올랐던 당시를 회상하며 “푸틴은 늘 잘 깍은 연필과 깨끗한 종이 한장, 신문을 갖고 있었다. 서류 같은 건 없었다”고 떠올렸다. 이어서 “그들(대통령 총무실 사람들)은 늘 뭔가를 하고 있었는데, 푸틴만 조용했다. 그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고 회의도 없었다. 모든 게 조용했다. 푸틴은 앉아있거나 TV를 봤다. 그는 정말로 TV 보는 걸 좋아한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과거에도 러시아가 옛 정치적 후원자에서 적으로 돌아선 ‘배신자’를 처단하기 위해 수배를 내린 사례는 여러번 있었다.
옐친 전 대통령 시기 대부호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도 그 중 한명이다. 푸틴 대통령이 올리가리히와의 전쟁을 벌이자 2003년 영국으로 망명한 그는 지난해 서리 자택에서 목매 숨진 채 발견됐다.
러시아 최대 휴대전화 판매망 유로셋을 경영하던 30대 재벌 예브게니 치치바르킨이 2009년 납치와 횡령 혐의로 영국으로 도피하자 러시아는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등 호들갑을 떨었다. 현재 그는 런던 고급 주택가 메이페어에서 고급 와인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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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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