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SPA 앞두고 이사회 열어 가격 확정

본입찰 테이블 단독으로 앉으며 우위 점해

3조 이르던 몸값 2조 중반으로 떨어져

[헤럴드경제=김성미·서경원 기자] 롯데케미칼이 국내 2위 동박 제조기업인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위한 9부 능선에 도달한 모습이다. 본입찰 협상테이블에 다른 인수후보자 없이 롯데케미칼만 앉게 되면서 매각측이 가격 눈높이를 3조원에서 2조원 중반까지 내린 영향이 크다.

28일 재계 및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이날 열리는 이사회에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관련 안건이 포함됐다.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앞두고 최종적으로 얼마를 써낼지 승인을 받는 자리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19일 실시한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본입찰에 사실상 단독으로 참여하면서 협상의 우위를 점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딜 초반만 해도 매각가격이 3조원을 훌쩍 넘어섰으나, 높은 몸값에 인수후보자들이 이탈하자 매각 측은 딜 성사를 위해 한발 물러났다.

IB업계 관계자는 “일진그룹은 일진머티리얼즈에 대한 대규모 투자 확대로 그룹 전반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돼 알짜 계열사에 매각에 나섰다”며 “일진머티리얼즈 외 다른 계열사를 매각해도 조 단위 자금을 확보하긴 어려운 탓에 가격 눈높이를 낮춘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매각 측에서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인수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날 이사회를 통한 인수가격 확정 이후 추후 일진머티리얼즈와의 최종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다음달이면 SPA 체결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상황도 한몫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2차전지용 동박 시장에서 글로벌 선두자리를 점하는 등 전기차 시장 성장과 함께 기업가치도 급성장했다. 지난해 말 시가총액이 6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올 초 시총이 4조원으로 떨어졌으나 매각대상인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사장이 보유한 지분(53.3%) 가치 2조원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하면 3조원이라는 몸값이 가능했다. 그러나 글로벌 주식시장 침체로 현재 시총이 2조5000억원대까지 떨어지면서 가격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아울러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수금융 금리 또한 상승하며 인수합병(M&A) 시장도 경색된 상황이다. 기업에 대한 성장성은 뚜렷해도 자금 조달 등의 문제로 조 단위 빅딜에 참여하기에 부담을 느낀 인수후보자들이 일찌감치 발을 빼면서 롯데케미칼만 협상테이블에 남게 됐다.

롯데케미칼이 동박 사업육성 의지가 강하고 자금력까지 갖춘 유력한 인수후보자라는 점도 딜의 진행을 가속화했다. 롯데는 케미칼사업 확대를 위해 꾸준히 M&A에 뛰어들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진 못했다.

하지만,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할 경우 단번에 글로벌 전기차 소재업체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에 신동빈 롯데 회장이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롯데는 거대 유통공룡을 넘어 차세대 화학사업자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가 묘수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동박시장은 SK넥실리스가 22%의 점유율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왓슨(19%), 대만의 창춘(18%)에 이어 일진머티리얼즈(13%)는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지난해 매출 6888억원, 영업이익 699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배터리 소재 분야에 총 4조원을 투자해 연간 매출 5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면서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후 추가 투자에도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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