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커피 멸종’ 경고음
원두생산 세계 1·2위 브라질·베트남
기상이변에 올 비축분·수확량 급감
공급부족 예상되자 원두가격 폭등세
온난화發 커피 재배면적 갈수록 줄어
2038년 원두생산량 ‘반토막’ 가능성
신품종·커피잎 추출 대안찾기 활발
기후변화가 ‘커피플레이션(커피+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이 장기화된 가뭄과 서리 탓에 최악의 작황을 마주한 데 이어, 세계 2위 커피 생산국인 베트남에서도 올해 수확기 이상 기후를 맞닥뜨릴 것으로 전망된다.
▶커피 생산 세계 1위 브라질, 최악의 작황=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올해 브라질의 커피 수확량 예측이 마무리될 즈음 아라비카 품종의 가격이 한 차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라비카는 세계 커피 생산량의 60~70%를 차지하는 품종이다.
아라비타 원두의 가격은 지난해부터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해 브라질은 가뭄의 장기화로 100년 만의 물 부족 현상을 겪었고, 7월에는 이상 한파로 서리까지 내렸다. 당시 브라질 정부는 “지난 12년과 비교했을 때 올해 아라비카 원두 수확량이 가장 적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아라비카 원두 선물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2배 가까이 올랐고, 올해 2월 재고량은 2000년 2월 이후 22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2위 베트남도 ‘휘청’=전 세계 2위 커피 생산국인 베트남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블룸버그통신이 최근 무역상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달 말 베트남의 커피 원두 재고는 지난해의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9월 말 베트남의 커피 원두 비축량은 약 40만t으로 추정됐는데, 올해는 그 절반인 20만t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베트남 커피의 주 재배 지역은 중부 고원지대로, 통상 10월에서 이듬해 1월까지 커피를 수확한다. 그러나 해수면 온도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이 지역에 10월부터 3개월 동안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고 지난달 베트남 국립기상 센터는 전망했다. 이로써 2022~2023년 생산량은 기존보다 6% 감소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공급 부족이 예상되자 커피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베트남 커피 생산량의 3분의1을 차지하는 닥락 지방의 로부스타 품종 원두 가격은 지난달 중순 ㎏당 2.1달러 수준으로 올라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커피 재배, 매우 어려워질 것”=문제는 커피의 위기는 비단 올해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세계적으로 커피 원두 재배 지역이 급격히 감소할 것이라는 연구가 쏟아지고 있다. 지구 대기의 온도가 높아지면서 커피 재배가 가능한 지역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커피나무 재배에 부적합해진 기존 농장이 각종 병충해의 원인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다.
올초 스위스 취리히대학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아라비카 재배지의 경작 여건이 2050년까지 급격하게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라비카는 고산 지대에서만 자라는 까다로운 경작 조건으로 인해 현재 중남미, 중·서부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되고 있다. 하지만 연구팀은 기후 변화로 이들 지역에서 아라비카 재배가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평가했다.
호주기후연구소도 기후 위기가 제대로 통제되지 않으면 2050년까지 세계 커피 재배 지역의 절반이 사라지고, 2080년에는 야생 커피까지 멸종할 수 있다고 지난 2016년 보고서를 통해 경고했다. 2019년 영국 큐 왕립식물원이 참여한 연구팀 역시,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2038년에는 커피 생산량이 현재보다 40~50%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커피 멸종을 막아라”=기후 위기를 막을 수 없다면 적응이라도 해야 한다. 기후변화에도 살아남으면서 맛은 비슷한 새로운 품종을 찾아내 기존 제품을 대체해 나간다면 커피 값 상승을 최소화할 수 있다.
‘스테노필라 커피’는 기존 아라비카 원두의 대안으로 언급되는 대표적인 품종이다. 지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플랜트’에는 식물과학자들이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울창한 열대림에서 기후변화에 강하고 풍미도 좋은 커피종을 찾아냈다는 소식이 실렸다. 높은 온도에서도 기존 커피나무보다 잘 자라며 맛은 아라비카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스테노필라 커피는 이번에 처음 발견된 품종은 아니다. 지난 19세기에 처음 발견돼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으나, 열매를 맺는 시간이 아라비카보다 2배 가까이 오래 걸려 시장에서 점차 잊혀졌다. 하지만 스테노필라가 자라는 지역의 연평균 기온은 아라비카보다 6.8도 높아, 기후위기 시대의 새로운 핵심 커피종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예 커피콩 없이 만드는 커피도 등장했다. 1인당 커피 소비 1위인 핀란드에선 커피잎 세포를 증식해 커피를 생산하는 배양커피 개발이 한창이다. 커피 생두의 성분을 분석한 뒤, 이들 성분을 식물 폐기물 등에서 뽑아 커피콩과 비슷한 고체를 만들어내는 ‘분자커피’도 미국 등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물론 커피 산업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가장 본질적인 해결책은 기후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글로벌 커피 기업은 기후변화로 인해 경작면적이 줄어드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요 생산지의 산림 보호 활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20년 네스프레소는 올해(2022년)까지 모든 네스프레소 커피의 ‘탄소 중립화’를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기업 운영에서의 탄소 배출량은 줄이는 것은 물론, 산림 보존 및 복원을 지원하고 농업 공동체에 보다 많은 청정에너지가 공급될 수 있도록 투자하겠다는 약속이다. 글로벌 커피 체인 스타벅스 또한 오는 2030년까지 커피 생두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 중립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최준선 기자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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