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복 전 대법관, “2심 유죄 이해되지 않아”
2017년 상고심 접수, 5년째 대법원 심리중
1심은 “사실적시 아니다” 무죄
항소심은 “단정적 표현 사용” 벌금형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표현의 자유 논란을 일으켰던 ‘제국의 위안부’ 명예훼손 사건을 놓고 전직 대법관이 “무죄 취지로 파기해야 한다”고 이례적으로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접수한지 5년째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27일을 기준으로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유하 교수에 대한 상고심 쟁점을 논의 중이다. 박 교수는 지난 6월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박 교수 사건에서 대법원이 표현의 자유의 범위에 대한 새 법리를 형성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2017년 11월 대법원에 접수된 이후 줄곧 대법관 4명이 심리하는 소부에서 검토됐다. 대법관 전원이 토론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될 시기는 이미 지났기 때문에 이대로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박 교수 사안이 형사처벌 범위에 포함되느냐를 놓고 대법관들의 토론이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법원 3부 구성원이던 김재형 대법관은 이달 초 퇴임했고, 후임인 오석준 후보자는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아 임기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법무법인 화우 공익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인복(66·사법연수원 11기) 전 대법관은 전날 법률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제국의 위안부 사건’ 2심 유죄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이 전 대법관은 ‘무죄취지로 파기해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전직 대법관이 대법원 심리 중인 사건 처리방향을 언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2010년 9월~2016년 9월까지 대법관으로 재직한 이 전 대법관은 현직 시절 정치색이 옅은 중도성향 인사로 평가받았다.
박 교수가 펴낸 ‘제국의 위안부’는 검찰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하면서 표현의 자유 논쟁을 촉발했다. 1심과 2심 판단이 엇갈린 사안이다. 검찰은 박 교수가 이 저서에 기술한 35개 표현상 일본 제국에 의한 위안부 강제연행이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35군데 표현 중 30개는 사실이 아닌 의견을 표명한 데 불과하고, 나머지 5개도 구체적으로 피해자를 특정한 표현이라고 볼 수 없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학술의 옳고 그름은 국가 기관이 판단할 것이 아니라 토론과 반박에 의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반면 항소심은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35개 표현 중 11개는 의견이 아닌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결론으로, 박 교수의 이러한 표현이 위안부 피해자들이 강제 동원돼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평가를 저하시키기에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박 교수가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해 민간업자가 위안부를 모집했다고 기술했다는 게 항소심 판단이다.
2015년 박 교수가 기소된 직후 장정일 작가, 금태섭 전 국회의원, 홍세화 전 진보신당 대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190여명이 함께 검찰의 기소가 부당하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반면 진보지식인으로 평가받는 박노자 교수는 국가배상 요구가 어렵다고 본 박유하 교수의 저술을 문제삼아 공개 비판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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