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복 전 대법관, “2심 유죄 이해되지 않아”

2017년 상고심 접수, 5년째 대법원 심리중

1심은 “사실적시 아니다” 무죄

항소심은 “단정적 표현 사용” 벌금형

박유하 교수가 지난달 3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국의 위안부 소송관련 현황과 한일현안 긴급제언’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
박유하 교수가 지난달 3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국의 위안부 소송관련 현황과 한일현안 긴급제언’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표현의 자유 논란을 일으켰던 ‘제국의 위안부’ 명예훼손 사건을 놓고 전직 대법관이 “무죄 취지로 파기해야 한다”고 이례적으로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접수한지 5년째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27일을 기준으로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유하 교수에 대한 상고심 쟁점을 논의 중이다. 박 교수는 지난 6월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박 교수 사건에서 대법원이 표현의 자유의 범위에 대한 새 법리를 형성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2017년 11월 대법원에 접수된 이후 줄곧 대법관 4명이 심리하는 소부에서 검토됐다. 대법관 전원이 토론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될 시기는 이미 지났기 때문에 이대로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박 교수 사안이 형사처벌 범위에 포함되느냐를 놓고 대법관들의 토론이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법원 3부 구성원이던 김재형 대법관은 이달 초 퇴임했고, 후임인 오석준 후보자는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아 임기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법무법인 화우 공익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인복(66·사법연수원 11기) 전 대법관은 전날 법률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제국의 위안부 사건’ 2심 유죄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이 전 대법관은 ‘무죄취지로 파기해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전직 대법관이 대법원 심리 중인 사건 처리방향을 언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2010년 9월~2016년 9월까지 대법관으로 재직한 이 전 대법관은 현직 시절 정치색이 옅은 중도성향 인사로 평가받았다.

박 교수가 펴낸 ‘제국의 위안부’는 검찰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하면서 표현의 자유 논쟁을 촉발했다. 1심과 2심 판단이 엇갈린 사안이다. 검찰은 박 교수가 이 저서에 기술한 35개 표현상 일본 제국에 의한 위안부 강제연행이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35군데 표현 중 30개는 사실이 아닌 의견을 표명한 데 불과하고, 나머지 5개도 구체적으로 피해자를 특정한 표현이라고 볼 수 없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학술의 옳고 그름은 국가 기관이 판단할 것이 아니라 토론과 반박에 의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반면 항소심은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35개 표현 중 11개는 의견이 아닌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결론으로, 박 교수의 이러한 표현이 위안부 피해자들이 강제 동원돼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평가를 저하시키기에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박 교수가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해 민간업자가 위안부를 모집했다고 기술했다는 게 항소심 판단이다.

2015년 박 교수가 기소된 직후 장정일 작가, 금태섭 전 국회의원, 홍세화 전 진보신당 대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190여명이 함께 검찰의 기소가 부당하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반면 진보지식인으로 평가받는 박노자 교수는 국가배상 요구가 어렵다고 본 박유하 교수의 저술을 문제삼아 공개 비판했다.


jyg9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