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억 그림에 으깬 감자 끼얹기…이 분들, 왜 이러는 걸까요 [지구, 뭐래?]
독일 환경단체 ‘마지막 세대’ 소속 활동가 2명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독일 포츠담 바르베리니 미술관에 전시된 클로드 모네의 작품 ‘건초더미’에 으깬 감자를 뿌리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최근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하려는 활동가들이 세계적 명화에 음식물을 뿌리는 시위를 잇달아 벌이고 있다. 환경 문제 대응에 미온적인 각국 정부와 기업, 소비자에 충격을 주기 위한 목적이지만, 극단적이고 위험한 시위 전술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최근 CNN 방송 등에 따르면, 환경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Just Stop Oil) 운동가들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오전 런던 마담투소 박물관에서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밀랍 인형에 초콜릿케이크를 던지는 시위를 벌였다. 저스트 스톱 오일은 영국 정부에 신규 석유·가스 프로젝트 허가 중단을 촉구하는 환경 단체다.

1600억 그림에 으깬 감자 끼얹기…이 분들, 왜 이러는 걸까요 [지구, 뭐래?]
환경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 활동가 2명이 영국 찰스 3세의 밀랍 인형 얼굴에 초콜릿케이크를 통째로 짓이기고 있다. [트위터 갈무리]

단체 이름이 쓰인 티셔츠를 입은 두 명의 활동가는 찰스 3세 부부와 윌리엄 왕세자, 케이트 왕세자빈 등 영국 왕실 가족들이 함께 웃고 있는 모습의 작품 앞에 서서 찰스 3세 밀랍 인형 얼굴에 케이크를 통째로 짓이겼다. 이들은 이어 “우리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 우리 모두의 유산인 이 푸르고 쾌적한 땅을 보호하기 위해 여기에 서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들 단체는 지난 14일에도 런던 내셔널갤러리에서 빈센트 반 고흐의 1888년 유화 ‘해바라기’에 토마토 수프를 끼얹는 시위를 벌인 바 있다. 활동가 중 한 명은 이 자리서 “예술이 생명, 식량, 정의보다 중요한가”라고 말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이번에 타깃이 된 고흐의 '해바라기'는 8420만달러(약 1200억원)의 가치를 갖는다.

1600억 그림에 으깬 감자 끼얹기…이 분들, 왜 이러는 걸까요 [지구, 뭐래?]
환경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 활동가 2명이 빈센트 반 고흐의 명화 ‘해바라기’에 토마토 소스를 끼얹고 있다. [저스트 스톱 오일 홈페이지 갈무리]

저스트 스톱 오일 활동가들은 지난 지난 7월에는 내셔널갤러리에 전시된 레오나르도 다빈치 ‘최후의 만찬’ 복제본과 존 컨스터블의 ‘건초 마차’ 그림 테두리에 접착제로 손바닥을 붙이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저스트 스톱 오일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같은 시위 활동의 배경에 대해 아래처럼 설명하고 있다.

우리의 정부는 새로운 화석 연료 사용에 대한 교묘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통해 화석 연료 산업을 적극적으로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탄소 포집 및 저장 프로젝트와 같은 꿈 같은 기술을 지원하는 데 수십억 달러를 낭비하고 있습니다. (중략)8년 안에 우리는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을 완전히 끊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청정 기술, 재생 에너지 저장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현재처럼 에너지를 소비해선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모든 곳에서 무료 대중 교통을 제공하는 것을 포함해 우리의 여행 방식을 되돌아보면서 에너지 수요를 줄여야 합니다. (중략)우리는 모든 것을 제쳐두고 저항에 돌입하려 합니다. 당신은 방관자입니까, 아니면 함께 일어설 것입니까?“

1600억 그림에 으깬 감자 끼얹기…이 분들, 왜 이러는 걸까요 [지구, 뭐래?]
독일 기후단체 '라스트 제너레이션'(Last Generation)의 활동가들이 지난 24일(시간) 독일 바르베리니 박물관에서 프랑스 인상주의 거장 클레드 모네(1840~1926년)의 작품 '건초더미'(Les Meules)에 으깬 감자를 던진 뒤 미술관 벽에 자신들의 손을 접착제로 고정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연합]

세계적 예술 작품을 훼손하며 환경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단체는 비단 저스트 스톱 오일 뿐만이 아니다. 지난 23일에는 독일 포츠담의 바르베리니 박물관이 소장한 프랑스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의 작품에 ‘마지막 세대(letzte generation)’라는 이름의 환경단체 운동가들이 으깬 감자를 끼얹는 사건도 벌어졌다. 모네의 건초더미는 지난 2019년 경매에서 당시 모네의 작품 중에서는 가장 높은 금액이었던 1억1100만 달러(약 1596억원)에 낙찰됐다.

마지막세대는 트위터에 시위 장면을 공유하면서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과정이 우리 모두를 죽이고 있다는 것을 사회가 기억하는데 그림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그림 위에 으깬 감자를 줄 것"이라고 썼다. 이들은 앞서 홈페이지를 통해 독일연방정부를 대상으로 아래 내용처럼 요구한 바 있다.

과학이 긴급하게 경고하는 것처럼 재난, 굶주림, 불행이 세상을 엄습할 것입니다. 마지막 자원을 놓고 전쟁이 일어날 것입니다. 우리는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위기의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민주주의와 지구촌의 완전한 붕괴를 두려워할 권리가 있습니다.(중략)우리는 정부가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농업은 여전히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운송 부문은 재건되지 않았고, 좋은 식품은 여전히 ​​버려지고, 새로운 화석 연료 기반 시설이 건설되고 있습니다.(중략)지금 도입해야 하는 첫 번째 조치는 독일 아우토반에 100㎞ 속도 제한을 두고, 지역 대중 교통을 저렴하게 재정비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마주한 기후 재앙을 감안할 때 이러한 조치를 즉시 시행하지 않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2022년 10월 7일까지 정부로부터 이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는 답변을 받지 못하면, 우리에겐 저항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공공질서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우리의 양심을 지킬 응답을 받을 때까지 혼란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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