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모바일 기업 앞다퉈 '한국 지사' 설립 - 한국 게임시장 '기술력'과 '인프라' 최고 매력 - IㆍP별 개별 계약중심, 점차 M&A 늘려갈 것 - 국제적 경쟁력 확보 위한 근본적 진흥책 '필수'

본지는 송년기획으로 글로벌 격전지가 된 한국의 모바일게임 시장을 점검하는 대규모 설문조사를 감행했다. 2014년의 게임코리아는 모바일게임의 세계대전을 치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치열했다. 과열된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로 진출하려는 국내 게임기업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으며, 해외 모바일게임 기업들의 한국 시장 진출도 본격적 이었다. 반면, 이미 포화상태라고 일컬어지는 한국 시장에 지사를 설립하고 있는 해외 기업도 늘고 있다. 그 저변에는 한국의 유능한 게임 인력과 유저, 탄탄한 인프라가 있다. 주로 해외 본사와 한국 지사를 둔 업체 대표들과 담당자, 해외 게임기업에 파견된 인력들을 중심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중국과 일본, 북미, 유럽 등 총 48개사의 담당자가 설문에 참여했다. 설문에 응답한 기업 중 중국에 본사를 둔 업체가 42%로 가장 많았으며, 본사를 포함한 지사 6곳 이상 둔 업체가 21%로 가장 많았다. 전체 응답자 중 3개국 이상의 지사를 둔 업체가 전체 74%가량 됐다. 단편적으로나마 현재 모바일게임의 글로벌 진출이 얼마나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지 가늠할 수 있었다. 한국 지사와 본사를 제외한 해외 거점을 묻는 질문에는 동남아가 전체의 4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북미가 42%로 그 다음을 이었다. 특히, 한국지사의 설립 목표를 단순 시장 확대가 아닌 글로벌 진출을 위한 타이틀 확보와 테스트 마켓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 또한 흥미롭다. 현재 I.P별 계약 중심의 게임 소싱에서 향후 국내 개발사에 대한 M&A 형태로 진화시키려는 움직임도 포착했다.

한국의 모바일게임은 유통뿐 아니라, 개발에까지 해외 의존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국가의 진흥책이나 보호책 하나없이 기술력과 한정된 시장만으로 생존해야하는 국내 모바일게임사에게 자금력을 지닌 해외 게임업체는 가뭄에 단비와 같다. 게임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국내 개발사들의 외자 종속을 가속화하는 암운이 짙게 드리웠다. 결국 독일이나 영국과 같은 근본적인 개발사 보호 진흥책을 펼쳐야할 중대한 시점이다.

글로벌 진출 최전방 전초기지 '대한민국' 이번 설문의 가장 큰 목적은 글로벌 모바일게임 기업들이 한국을 찾는 근본적인 목적을 알아내는 것이다. 설문 결과 해외기업은 보다 입체적인 이유로 한국을 찾고 있다. 객관식, 중복체크를 허용한 질문으로 왜 한국시장을 찾는 지를 물었다. 그들은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한국을 통해 시장을 확보하겠다(전체 46%)는 목표보다, 한국시장을 통해 '글로벌 진출을 위한 IㆍP를 개발 및 확보(50%)하려 한다는 답이 더 많이 나왔다. 또한, 한국을 테스트 마켓으로써의 활용(33%)하겠다는 답변이 그 뒤를 이어 눈길을 끌었다. 해외 업체들은 한국을 단순히 수익성 측면에서 찾고 있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현지에 지사를 가지고 있는 모바일게임 업체를 중심으로, 현지 진출을 위한 IㆍP를 수급하기 위해 한국 지사를 설립하고 있다. 특히, 격렬한 한국 시장에서의 서비스를 통해 글로벌 버전을 위한 게임 테스트를 진행하려는 의도도 내비치고 있다. 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마켓은 전체 54%가량이 중국이라고 답해 1위를 차지했다. 선호하는 장르는 67%가 RPG, 다음으로 캐주얼이 17% 가량이었다. 해외 모바일게임 업체들은 한국 시장을 통해 글로벌 진출을 위한 양질의 IㆍP를 확보하려 한다. 그리고 한국 유저들을 통해 시장성과 안정성 테스트를 진행, 글로벌로 나가기 위한 사전 워밍업을 하고 있다. 결국, 국내 시장에서 제품을 완성해 글로벌 현지 지사에서 직접 서비스하는 전략을 구상중인 것이다. 한국은 모바일게임의 글로벌 전초기지인 셈이다. 한국에 지사를 설립한 알트플러스 이시이 다케시 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유저는 게임을 소비하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일본으로 치면 4개월치 분량의 이벤트를 1개월이면 소비한다"며, "대신 그 만큼 새로운 게임 개발에 대한 자극과 데이터가 풍부하다.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어야 세계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오늘은 '게임', 내일은 '개발사'에 군침 해외 업체들이 국내 개발사에 대한 비즈니스 속내도 들여다봤다. 아직은 국내 개발사가 개발을 완료하거나 개발 중인 개별 IㆍP를 소싱하고 있다. 그러나 점차 개발사 자체에 대한 M&A를 늘려 IㆍP를 직접 생산해 나가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는 한국 개발사들과의 주된 계약 형태와 향후 M&A 의지를 묻는 질문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현재는 개별 IㆍP 퍼블리싱 계약이 전체 54%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음으로 개발사에 대한 직접적인 지분 투자는 13%로 나타났다. 아직 국내 개발사를 직접 운영하고 있는 곳은 8% 정도이다. 국내 개발사와의 구체적인 협업 형태는 완성된 IㆍP의 판권 및 지분 획득(38%)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주로 현재 개발 중인 IㆍP에 대한 계약(21%)형태였다. 대체로 한국 개발사의 작품을 중심으로 개별 소싱을 진행하고 있다. 그들의 전략 포인트는 한국 개발사와의 M&A 의지를 묻는 질문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향후 고민중'이라는 답변이 38%가량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현재 검토중'이라는 답변이 전체 25%로 집계됐다.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한국 개발사를 M&A 하려는 업체가 전체 63%가량 존재하고 있다. 그 이유는 한국 시장과 개발사의 수준이 높다는 점 때문이다. 설문을 통해 알아본 바, 담당자들이 바라보는 한국 시장의 가장 큰 매력은 '개발인력의 질과 인건비(46%)', 그리고 '시장 환경 및 인프라(33%)'였다. 한국 개발사의 장점으로는 그래픽(46%)을 꼽았고 그 다음으로 기획력(25%)을 꼽았다. 그러나 국산 게임의 취약점에 대해서는 '수익모델(25%)'과 스토리(25%)라고 답했다. 이는 한국의 비주얼과 연출적 기술력을 스토리나 기획력에 비해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도 풀이할 수 있다.

국가적 진흥책 통한 국제 경쟁력 강화 '절실' 해외 기업들은 높은 수준의 게임 개발 인력들과 유저, 인프라 때문에 한국을 찾고 있다. 사실, 가장 안타까운 측면 또한 사실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이 바라본 한국 시장의 매력에서 '국가의 정책'은 0%로 전혀 없었다.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의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부분 역시 작은 시장 규모가 아니라, '유통사 중심의 수익분배 구조(29%)'와 '독과점 형태의 게임 유통 플랫폼(29%)'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모바일게임 기업들이 국내 개발사들을 모아 글로벌로 나아가려고 한다. 이 현상을 통해 국내 개발사들은 보다 즉각적으로 글로벌 진출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국내 개발사들의 자립도를 약화시키는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해외 자본이 게임업계의 뿌리인 개발사를 중심으로 점차 확대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대의 상생과 협업은 오히려 역동적인 사장을 낳는다. 우리는 이런 급격한 해외 기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보다 국가적인 지원책을 펼쳐야 할 시점이다. 국내 개발사 및 퍼블리셔들의 해외 역량 강화에 가장 큰 지원책은 게임 개발 자체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다. 국내 업체들이 해외 업체와의 협업을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마지노선을 지켜줘야한다. 국가는 근본적인 개발 지원을 통해, 우수한 개발 인력이 지속적으로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한다. 이런 보호책이 없기 때문에 자금력이 넉넉한 해외 기업과의 직거래가 늘고, 국내 기업의 해외 도전이 망설여지는 것이다. 정부는 국내 게임인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 주는 부흥책을 펼쳐 점차 상향 평준화 되는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을 떠받쳐줘야 한다.

게임산업을 유치하려는 해외 지자체들의 노력은 올해 지스타를 통해서도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독일 베를린의 부란덴부르크는 총 투자 비용의 40%를 지원하는 진흥책과 지역적인 이점을 소개했다. 영국의 '영국무역투자청'과 '영국엔터테인먼트산업연맹' 역시, 지스타 리셉션에서 자국내 게임 개발비의 20%를 보장해주는 부흥책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또 리쉐이시 등 중국의 여러 도시에서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한국 개발사 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한국의 게임중독법과 강제적 셧다운제 같은 시대 착오적 규제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우리는 글로벌로 퍼져나가는 모바일게임 시장을 선점하지 못했다. 그러나 해외 업체도 탐내는 기술 인력과 시장 스펙을 가지고 있다. 이 산업의 파이가 커질수록 경쟁 또한 전세계를 무대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언제까지 안주해 있을 수 없다. 이제는 국가가 나서 보다 구체적이며, 현실적인 진흥책을 펼펴 게임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 육성해야 할 시점이다. 이런 국가적 지원과 경쟁력 배양을 통해 점차 과열되는 모바일게임의 세계대전에서 게임코리아의 경쟁력을 보존할 수 있을 것이다.

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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