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코미술관 주제기획전 ‘일시적 개입’
팬데믹 이후 관심 커진 지역개념을 중심으로
로컬 기반의 실천적인 예술 프로젝트 조명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어느날 갑자기 일상에 찾아온 예술가. 이들의 활동은 일상을 어떻게 바꿀까? 또한 일상은 예술가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관장 임근혜)는 기획전 ‘일시적 개입’을 지난 18일부터 내년 1월 21일까지 개최한다. 아르코 미술관 전관에서 펼쳐지는 이번전시엔 국내외 작가 및 기획자 14명(팀)의 작품과 아카이브 자료, 참여프로젝트 등 60여점을 선보인다.
로컬 커뮤니티에 작가들이 참여해 예술적 성과를 선보이는 프로젝트는 이미 현대미술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독일 카셀에서 매 5년마다 열리는 현대미술제인 ‘카셀도큐멘타 2022’에서는 이같은 프로젝트를 집중적으로 소개, 현대미술의 의미에 대해 질문했다. 임근혜 관장은 “아르코미술관은 그동안 주요 프로그램일환으로 지역작가를 초청하고 이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킹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며 “이번 전시도 그 연장선에서 동시대 변화하는 지역에 대한 인식을 토대로 실천적인 로컬,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예술활동을 조명코자 한다”고 말했다.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관객을 맞이하는 것은 인도네시아 콜렉티브인 ‘코무니타스 구부악 코피’의 ‘포스 론다 프로젝트’다. ‘포스 론다’라는 공간을 활성화하는 일련의 과정을 선보인다. 독재자였던 수하르토 정부하에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장소였는데 이제는 농작물과 농경, 환경,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는 공간으로 바꾼 것이다. 그곳에서 인도네시아 전통 의상인 ‘바틱’을 전통 방식으로 염색해서 제작하며, 지역민들과 관계를 만들어간다. 염색한 물에 대한 고민은 환경문제로 이어진다.
흥미로운 건 이같은 활동이 대화와 놀이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농경 산업을 지속 가능할 수 있는 모델을 모색했고, ‘포스 론다’는 예전과 다르게 이민자의 모임 장소로, 촌락의 안정과 관련한 기능을 하고 있다. 포스 론다에서 활동이 서울의 공공적 맥락과 연동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국내 작가 그룹인 ‘거제 섬도’는 조선소 관계자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제한구역을 인문학·미술학적 시선으로 기록한다. 거제에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이곳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거제 섬도는 한반도 조선소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만든 가상현실(VR)영상 ‘두 번째 파도:쇠로 만든 방주, 표류하는 아고라’를 선보인다.
인간은 바다를 점령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바다가 인간에게 허용한 곳은 전체의 아주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2020년 유휴 조선소에서 전시를 진행한 바 있는 이들은 지난해부터 한반도 부산, 거제 등 동남권 조선소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인간이 기계의 힘을 빌려 바다에 기대어 사는 이야기를 모아 바다와 조선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해양지리지를 만들고 있다.
치유와 위로의 ‘개입’도 눈길을 끈다. 권은비 작가는 2015년 베를린 베르나우 지역에서 ‘빨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베르나우는 오랜 군사기지다. 나치가 사용했었고, 패전 이후에는 소련군사가 주둔했다. 통일 이후 군대가 떠나고 버려진 빈 공간으로 오래 남아있었다. 작가는 이 기지 안에 있는 호수에서 빨래를 한다. 지역민들과 함께 큰 빨래 대야에 들어가 발로 밟는 형태의 전통 한국식 빨래를 하면서 이들은 넘어지지 않기 위해 어깨를 잡고 손을 잡는다. 작가는 “국가란 얼마나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는 것인이 우리는 충분히 경험했다”며 “국가간 전쟁의 피해자는 결국 개인으로 귀결된다. 홀로 치유할 수 없는 상처이기에, 함께 풀어나갈 수 밖에 없음을 빨래 퍼포먼스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의정부 기지촌 마을 커뮤니티 프로젝트, 가상의 여성주의 예술가 레지던시, 제주도 인권 문제 및 소수자를 위한 차별없는 가게 네트워크, 광주와 필리핀 트랜스 로컬 예술 프로젝트, 가치 중심의 맛의 커뮤니티를 생성하는 로컬리티 레시피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선보인다.
관객의 참여도 적극적으로 유도한다. 전시장 내 마련된 리딩룸에서는 전시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여섯명의 필자가 글을 썼다. 마음에 드는 글이 있다면 녹음실에서 소리내어 읽을 수 있다. 관객의 목소리는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계단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전 미술관에 공유된다. 임 관장은 “예술가의 일시적 개입은 로컬과 예술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삶을 가치있게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사회적 개입의 방식을 고찰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전시장은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1시부터 7시까지 열리며 입장료는 무료다.
vicky@heraldcorp.com
![일본서 사라진 인플레 ‘명목 앵커’…물가·엔화에 중요한 이유 [츠토무 와타나베]](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816.209013b3297d4c92ab32710d529f3877_T1.jpg?type=h&h=240)
![프롬프트의 신법 [‘오늘’에 대한 우리 이야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901.203c531a96884d4da174595cad521d59_T1.png?type=h&h=240)
![자산가의 저력은 하락장서 나타난다…위기 속 기회 찾는 ‘힘’ [큰손 따라잡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8/31/news-p.v1.20260831.a0fa168d036d4658b6cb03a0502c0de4_T1.jpg?type=h&h=240)

